1월 15일 ‘2019년 고용동향 및 향후 정책방향’ 합동브리핑에서 부총리 홍남기가 지난해 고용의 양과 질 모두에서 뚜렷한 개선이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지난해 늘어난 일자리의 65퍼센트 이상이 단시간 노동이었다. 청년과 여성의 일자리를 중심으로 시간제 일자리가 크게 증가했다. 여성 일자리에서 시간제 증가가 특히 두드러진다. 2019년 8월 여성 시간제 노동자 수는 231만 명으로, 전년보다 무려 17.1퍼센트나 증가했다. 

합동브리핑 자리에서 고용노동부 장관 이재갑은 여성들이 육아·가사와 취업을 병행하고자 단시간 근로를 선호하고, “우리 나라 단시간 근로자 대부분이 추가근로를 희망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단시간 일자리 확대가 일자리 질 저하가 아니라고도 얘기했다. 부총리 홍남기는 앞으로 단시간 노동을 더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2018년 기준으로 이미 여성 노동자의 22.2퍼센트가 시간제 노동자이다. 학교, 어린이집, 유치원, 요양기관, 콜센터 등 많은 곳에서 시간제 여성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경제 침체가 지속되자 문재인 정부는 친기업적 정책을 펼치며 노동계급에 대한 착취를 강화해 왔고, 그 일부로 시간제 일자리를 늘렸다. 임금 비용을 줄이려는 사용자들의 공세 속에서 1주 36시간 미만 일하는 시간제 노동자 수가 지난해 8월 사상 최대인 300만 명을 넘어섰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 일자리에서도 시간제가 늘었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이 시간제 노동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시간제 노동자의 73퍼센트가 여성이다. 노동계급 여성들에게는 착취 강화와 함께 차별도 지속·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차별

많은 여성들이 시간제 일자리를 ‘선택’하지만, 이것은 양육 등 돌봄 부담을 여성에게 떠넘기는 자본주의 사회 구조 때문이다. 장시간 노동이 만연하고 양육 지원이 미비한 상황에서 주로 여성이 시간제 노동을 하도록 내몰리고 있다.  

2018년 말 국·공립어린이집과 직장어린이집 등 공공보육 이용률은 25퍼센트에 그쳤다. 부모들이 선호하는 육아 정책 1순위가 국·공립보육시설 확충이지만 ‘성평등’을 약속한 문재인 정부에서도 공공보육 확충은 더디기 짝이 없다.

남편의 실직이나 저임금 때문에 부족한 가계 수입을 보충하고자 시간제 일자리를 찾는 중년 여성들도 많다. 구할 수 있는 게 시간제 일자리뿐이어서 그 일을 하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는 갈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사회서비스 부문에 시간제 일자리를 마구 늘리고 있다. 공공서비스 확대에 들어갈 비용을 줄이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장관 이재갑의 말과 달리, 많은 여성 시간제 노동자들이 전일제 전환을 희망한다. 지난해 11월 전국여성노조가 여성 시간제 노동자 39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1.8퍼센트가 전일제 정규직 일자리로 이동하길 원했다.

시간제 일자리의 대부분이 저임금이고 여러 면에서 열악하기 때문이다. 

시간제 여성 노동자들의 월평균 임금은 87만 원에 불과하다. 또, 많은 일자리가 불안정하다. 시간제 노동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26.1퍼센트에 불과하고 국민연금 가입률도 20퍼센트가 안 된다.

시간제 노동자들은 전일제에 비해 임금과 승진 등에서 여러 차별을 받는다. 심지어 식대·교통비도 “시간비례 원칙”에 의해 차별받거나 아예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교육당국은 학교비정규직과 임금 협약을 맺으면서 시간제 노동자들의 교통비를 전일제의 반만 지급하기로 해, 시간제 노동자들의 원성을 샀다.

시간제 노동자들은 짧은 노동시간 내에 처리할 업무가 많아서 무보수로 초과노동을 하는 경우가 흔하다.

여성을 노동시장에 더 많이 끌어내고자 2014년부터 확대된 초등돌봄교실은 8시간 전일제 일자리를 쪼개 4시간 일자리를 대거 만드는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 현재 초등돌봄전담사의 80퍼센트가 시간제다. 돌봄교실 운영에 필요한 준비와 정리, 행정 업무 시간이 근무시간에 포함되지 않아, 시간제 전담사 5명 중 4명이 무보수로 초과근무를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고객상담센터 전화상담원들도 86퍼센트가 하루 4.5시간 근무하는 시간제다. 시간제 전화상담원들은 상담전화가 폭주하는 1~3월이나 매주 월요일과 휴일 다음 날에는 반나절 동안 전화 100~120통을 받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화장실에도 제대로 못 가고, 성대결절·이명 증세 등에 시달린다.

시간제 청소 노동자들은 짧은 시간에 많은 곳을 청소하느라 녹초가 된다. 일이 많아서 출근 시간보다 일찍 나가야 한다. 

투쟁

시간제 일자리가 열악하다고 해서 시간제 노동자들에게 싸울 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간제 여성 노동자들도 조건 개선을 위해 노조에 가입하고 투쟁해 왔다. 지난해 초등돌봄 전담사, 민간위탁 콜센터 전화상담원, 대학 청소노동자 등 여러 부문의 시간제 여성 노동자들이 처우 개선을 위해 싸웠다.

서울시교육청 시간제 초등돌봄전담사들은 지난해 노동시간 연장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288일간 천막농성을 벌였다. 여성노조 고용노동부지부 안양고객상담센터지회는 직접고용과 차별금지를 요구하며 지난해 11월 이틀간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연세대 시간제 청소노동자들도 지난해 노조(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에 가입해 투쟁에 나섰다. 

이런 투쟁들로 처우가 약간 개선되는 곳들이 생겼다. 그러나 여전히 미흡해 시간제 여성 노동자들의 불만이 높다. 해고 위협에 맞서야 하는 곳들도 있다. 

시간제 여성 노동자들의 조건 개선을 위한 투쟁이 성장하기를 바란다. 투쟁이 일어나면 연대를 확대하기 위해 모두 힘써야 할 것이다. 

지난해 노동시간 연장 등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선 서울 초등 시간제 돌봄전담사들 ⓒ출처 전국여성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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