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8일, 지난해 4월 출근길에 쓰러져 안타깝게 사망한 홍익대학교 경비 노동자 고 선희남 씨의 산재가 인정됐다.

그동안 학내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산재를 인정받기가 얼마나 어려웠던지,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홍익대분회(이하 홍익대분회)가 만들어진 지 10년 만에 처음으로 인정된 청소·경비 노동자 산재라고 한다.

산재 인정은 마땅한 결과다.

홍익대 경비 노동자들은 오랫동안 오전 7시에 출근해 다음 날 오전 7시에 퇴근하는 24시간 맞교대로 근무해 왔다. 그럼에도 임금 수준은 매년 최저임금을 맴돌았다. 고 선희남 씨는 홍익대에서 경비 노동자로 20년 넘게 근무하며 장시간·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다 지난해 4월 27일 새벽 출근길에 쓰러져 사망했다.

이번 산재 인정은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한 홍익대 당국이 고 선희남 씨 죽음에 책임이 있음을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그간 홍익대 당국은 노동자들을 쥐어짜면서도 간접고용 구조를 이용해 사용자로서 책임을 회피해 왔다. 

학교 당국은 고 선희남 씨 죽음에 책임 회피로 일관했다. 그가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학교 당국은 “학교와는 관계없는 일”이라며 학생들이 마련한 분향소를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선희남 씨가 20년 넘게 홍익대학교에서 일했는데도 학교 측 누구도 조문을 가지 않았다. 

또한 노동자·학생연대체 ‘모닥불’이 부착한 추모 대자보도 하루가 채 되기도 전에 철거했다. 이에 분노한 학생들이 연이어 대자보 14개를 부착했고, 지난해 8월 28일 학교 당국은 분향소 철거 요구와 대자보 철거에 대해 사과할 수 밖에 없었다.

노조 설립 10년 만에 첫 산재 인정

이번 산재 인정으로 유가족들과 노동자들은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됐다. 유가족들은 산재 인정 통지서를 받자마자 분회장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분회장은 곧바로 전체 조합원들에게 고 선희남 씨의 산재 승인 소식을 알렸다.

고 선희남 씨의 안타까운 죽음에 당시 많은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애도했다. 홍익대분회와 ‘모닥불’이 차린 분향소에는 3일 동안 약 750명이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 지난해 5월 7일 ‘모닥불’은 분향소가 있던 자리에 고 선희남 씨를 추모하며 경비 인력 감축에 반대하는 대자보를 부착했다.

노동자와 학생의 연대가 고 선희남 씨의 산재 인정에 이바지했을 것이다.

고 선희남 씨가 쓰러진 곳에 차려진 분향소. 3일 만에 학생 750여 명이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 ⓒ김지은

여전히 책임 회피하는 홍익대학교 당국

그러나 학교 당국은 고 선희남 씨의 죽음에 반성하기는커녕 여전히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 

학교 당국은 여전히 청소·경비 노동자들에게 고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경비 노동자 근무체계를 3교대로 전환하면서, 경비실 수 유지를 위해 필요한 충원을 하지 않고 경비실 9곳을 폐쇄해 버렸다. 이 때문에 경비 노동자 한 명이 담당하는 구역이 넓어져 노동강도가 강해졌다. 경비 노동자 휴가 시 대체인력도 투입하지 않고 있다.

최근 코로나19가 심각하게 확산되고 있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청소·경비 노동자들에게 마스크 지급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고령인 노동자들이 많은 곳이라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상대적으로 더 위험한데도 말이다.

“처음에는 1층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만 주더라고요. 이유가 황당했어요. 어차피 사람들이 주로 다니는 곳은 1층이니까 1층에서 일하는 사람들만 하면 된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제가 산업안전보건법 얘기하면서, 마스크 안 주면 우리 일 안 한다고 하니까 그제야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가장 밑바닥에 있는 우리는 사람으로도 안 보는 거죠.”(홍익대분회 박진국 분회장)

학교 당국은 즉각 인력을 충원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한다. 노동자·학생 안전을 위해 책임지고 나서야 한다.

고 선희남 씨의 산재 인정을 선례로 다른 노동자들도 다치거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응당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노동자들이 다치거나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학교 당국이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학교 측의 대자보 철거에 분노한 학생들이 부착한 릴레이 대자보 14개의 대자보가 113일 동안 붙어 있었다 ⓒ‘홍익대학교 노동자와 학생들이 함께하는 모닥불’ 김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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