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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대응:
문재인 정부가 모범을 보여 주고 있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세계 지배자들이 보여 주고 있는 혼란 덕분에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대처가 해외 언론의 주목을 끌고 있다. 국내 친정부 언론들은 이런 보도를 열심히 인용하며 정부 칭찬에 입이 마르는 줄 모른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 때문에 더욱 열성인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낙관은 금물이라면서도 “안정되면 모범사례로 평가받을 것”이라며 다시금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겨레〉는 정세균 국무총리와의 인터뷰를 보도하며 “안정화 과정”이라는 제목을 달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매일 70~90여 명씩 확진자가 늘어나는 현재 상황을 안정화 과정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섣부르다. 일부 역학자들의 지적대로 3월 초 대구·경북 지역에서 수백 명씩 환자가 늘어나던 상황을 제외하고 보면 확진자 증가 속도도 줄었다고 하기 어렵다.

확진자가 감소한다는 생각은 대구·경북 지역의 확진자 폭증에 뒤이은 착시 효과일 뿐이다. [확대] ⓒ이미지 출처 질병관리본부

신천지 교회 신자들을 대거 검사한 덕분에 확산을 일부 막는 효과를 낸 것은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 정부와 달리 ‘시민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았다’거나 ‘민주주의 체제에서 유용한 방식’이라는 평가는 낯뜨거울 일이다. 최근 검찰은 신천지 교회의 컴퓨터를 압수 수색한 결과 교회 측이 정부에 제출한 명단과 자체 보유 명단 사이에 의미있는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콜센터 등 직장과 일부 교회, 요양시설 등을 중심으로 수십 명씩 결코 ‘소규모’라고 할 수 없는 확산도 이어지고 있다.

치사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신천지 교회 신자들에 대한 대대적 검사로 20대 확진자가 크게 늘어난 것과 연관이 있다. 전체 사망자 중 17명은 집에서, 혹은 병원에 가는 길에 사망했다.

그토록 자랑하는 검사 수를 채우기 위해 수많은 의료진과 검사실 노동자들이 ‘갈아 넣어’졌다. 간호사들은 이마와 콧잔등에 상처가 날 정도로 고글과 마스크를 갈아 껴야 했다. 문재인 정부 3년이 지나도록 단 하나의 공공병원도 세워지지 않았고 의료 인력 충원도 말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들에게 보호장비도 충분하게 지급하지 않고, ‘마스크를 쌓아 두려 한다’는 비난이나 해댔다.

공공병원이 극도로 부족한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진자들을 격리하려다보니 지방 의료원에서는 갈 곳 없는 환자들이 하루 아침에 쫓겨나기도 했다. 공공병원밖에 이용할 수 없는 가난한 환자들은 갈 병원이 없어져, 정부가 민간병원을 보호하려고 환자들을 외면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17세 청소년이 입원을 못하다가 사망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 청소년은 코로나19에 걸렸는데 그동안 음성 판정을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서울대병원에서 보호구를 입은 의료진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미진

요컨대, 한국은 가까스로 더 큰 확산을 모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는 게 맞다. 의료 인력과 기반 시설 등을 고려하면 여전히 외줄 위를 걷고 있는 셈이다.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인구의 0.01퍼센트 남짓만이 면역력을 얻은 상황이다(그조차 확실치 않다). 그래서 감염병 역학자들은 이제 ‘초입’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선거용 자화자찬이 아니라 한 달 넘도록 실업 상태에 놓여 있는 노동자들의 생계를 보장하고,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확실한 조처들을 취하는 것이다.

정부는 대규모 집회는 금지하면서 그만큼이나 많은 노동자들이 밀집해 일하는 공장은 가동되도록 내버려 두고 있다. 필수 공공부문을 제외한 민간 기업들의 일시 휴업, 민주노총이 요구한 재난생계소득 지급 등이야말로 감염 확산을 막는 효과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문재인 정부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노동자들이 이를 강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