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일 본회의에서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 개악안도 통과돼, 이에 관한 비판을 추가했다.


5월 20일 20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에서 과거사법 개정안, 고용보험법 개정안 등이 통과됐다. 민주당은 이 법안들이 개혁 성과인양 자랑한다. 그러나 이 법안들은 실질적 효과가 의문시된다.

또한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 개악안도 통과시켰다. 2018년 5월 헌법재판소는 국회 앞 100미터 이내 집회를 원천 금지한 집시법 11조에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조항이 개정돼야 했는데, 여야 주류 정당들은 이를 차일피일 미뤄 왔다. 그 점을 이용해 검찰이 여전히 기존 조항에 근거해 관련 기소를 이어가려고 해 문제가 되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헌재 결정에 근거해 최근 2년간 청와대, 국회 앞 등에서 집회를 열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이를 금지하는 것으로 법을 개정한 것이다. 원천 금지한 것이 문제라는 헌재 판결을 교묘히 이용해 예외적 허용 조항을 담아 금지를 유지했다. 민주 개혁을 하겠다더니 집권 첫해 집시법부터 개악한 노무현 정부를 연상시키는 개악이다.

과거사법(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기본법)은 노무현 정부 하에서 설치돼 운영됐던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를 재가동하려는 법이다.

과거사위는 일제 강점기부터 권위주의 통치시절까지 “반민주적 및 반인권적 행위에 의한 인권유린과 폭력·학살·의문사 사건 등을 조사하여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밝혀[내겠다]”는 취지로 발족했다.

그러나 위원회 구성이 이런 취지에 미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수사나 조사에서 이를 강제할 권한이 없었다. 그래서 독재 정권 하에서 벌어진 국가폭력 만행들을 재조사하고 바로잡기 어려웠다.

또한 신청 기간이 법 시행 후 1년으로 제한돼 이런 종류의 법 정보를 쉽게 접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신청도 못한 경우도 있었다. 이번에 과거사법 개정을 강력하게 촉구한 부산 형제복지원 피해자들도 그런 경우였다.

따라서 개정 과거사법이 신청 기간을 2년으로 늘린 것은 피해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그럼에도 여야가 합의 처리해야 한다는 것을 핑계로 강제 조사나 수사 권한이 제공되지 않고, 피해자들을 위한 배상과 보상 조항이 빠진 것은 이 법안의 허점을 보여 준다.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 등 노무현 정부 시절 과거사위 위원으로 참여했던 인사들은 2014년 세월호 특조위 특별법 논란이 벌어질 때, 자신들의 좌절한 경험에 바탕해 강제 수사권을 받아내야 한다고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결국 새 과거사위의 성과 여부는 이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세력관계가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달렸다. 그 점에서 세월호 사례에서 보듯이 문재인 정부를 단순히 지지·엄호하는 기조로는 그런 세력관계를 형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가 폭력 행위자와 명령자에 대한 수사와 처벌, 배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국가권력에 의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정의가 바로 세워졌다고 할 수 있을까? 

남아공 모델

5·18 광주민중항쟁 40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은 광주항쟁 진압 과정의 남은 진실도 규명하겠다고 약속했다. 그것도 다시 생길 과거사위원회의 몫이 될 듯하다. 광주항쟁도 집단 사격이나 무장 헬기의 발포·사격 명령자 등 세부적으로 밝혀내야 할 중요한 미확인 부분들이 많다.

그러나 이번 개정에서도 과거사위 권한이 강화되지 않아서 한계가 예상된다. 국가권력의 핵심인 군부를 상대로 비공개 문서와 자백들을 받아내야 하는 것이라서 더더욱 그렇다. 박근혜 퇴진 촛불 운동에서 작성된 계엄 선포와 무력 진압 음모 건도 수사가 유야무야된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의 진실과화해위원회 모델을 제시한 것은 시사적이다. 이 위원회는 남아공 최초의 흑인 정부인 넬슨 만델라 정부가 기존 국가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범죄들을 밝혀내려고 만든 기구였다.(그와 동시에 흑인 저항 세력의 군사 공격도 규명 대상이었다.)

남아공 진실과화해위원회는 아르헨티나 등 다른 나라들의 진실규명 기구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었지만, 핵심은 자백하면 사면을 해 준다는 것이었다. 이는 만델라 정부가 흑인 노동계급 대중의 진실과 처벌을 향한 염원과 백인 지배계급의 이익 사이에서 절충으로 내놓은 방안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주목한 것도 바로 자백과 용서, 화해 과정을 밟자는 것이다.

변화의 열망이 사회 전반에 가득한 상황에서 이미 검찰에 기소된 이전 정권의 하수인들이 조건부 자백을 적극 활용했다. 진실을 샅샅이 자백하고 나면 그들의 범죄는 형사처벌만이 아니라 피해자들의 민사소송으로부터도 면책됐다. 국가도 배상 책임에서 면제됐다. 백인 정권의 고위 인사들은 재판에서 무죄가 나와 사면권조차 운운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남아공 진실과화해위원회는 진실을 밝혀내는 데에서도, 관련자들을 처벌하는 데에서도, 흑인 노동계급 대중이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사용자 염원 부응

개정 과거사법처럼 여야가 한목소리로 합의한 또 다른 중요한 법은 개정 고용보험법이다. 정부와 여당은 전 국민 고용보험으로 가는 첫 단계라고 포장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법도 통합당과의 합의 처리를 위해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를 외면했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고용보험 대상으로 포함시키겠다더니, 이번 개정안에서 몽땅 빼버렸다. 심지어 복잡한 절차나 논의 없이도 당장 적용이 가능한 산재보험 특례 적용 대상 특고 노동자들(골프장 캐디 등)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2017년에 정부는 이들을 2018년부터 고용보험에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나마 예술인 적용이란 것도 특례 신설 방식이어서 당사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민주당과 통합당 의원들 모두 특수고용직 적용을 미루자는 데 전혀 이견이 없다. 특고 포함을 얘기하면 시간이 길어지고 급한 안건이 아니니 21대 국회로 미루자는 것이었다! 한국노총 임원 출신인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특수고용 노동자 포함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고도 오히려 여야 야합을 주도했다. 법안 발의는 노동계와 하고, 실제로 통과시키는 법안은 사용자 눈치를 보는 것이다.

민주당의 배신은 이 문제가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과 연계되기 때문에 벌어진다.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에서 노동자성을 인정하면 쉽게 해결된다고 해 왔는데, 사용자들은 거꾸로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섣불리 고용보험을 적용했다가 그것이 오히려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요구와 행동을 고무할까 봐 걱정한다.

한편, 교원노조법 개악안도 통과됐다. 정부와 여당은 교수들도 노조를 만들 수 있게 하는 개혁 법안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교수노조의 정치 활동, 노조 활동에 제약이 가해져 결코 개선이라고 부를 수 없게 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정부는 해직 교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조항을 포함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 주고 싶은데 판결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해 왔지만, 정부도 의지가 없다.

반면, n번방 처벌 후속법안들은 과도한 사생활 사전 검열 위험과 실질적 단속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는데도 민주당은 밀어붙였다.

이처럼 민주당은 벌써부터 여야 협치를 내세워 개혁 약속에서 슬금슬금 후퇴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의 경제 회생을 위해 공식정치가 안정적 협치를 이뤄주길 바라는 사용자들의 염원에 부응하는 것이다. 또한 지금부터 여야 협치 분위기를 조성해 21대 국회에서도 이를 이어가려 한다. 그래야 개혁 약속을 어기는 것에 야당 핑계를 계속 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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