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청소 노동자 사망 1주기 집회에 궂은 날씨에도 100여 명이 넘게 모였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제공

지난해 8월 9일 서울대 청소 노동자가 찜통 같은 열악한 휴게실 안에서 잠들었다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그로부터 1년의 시간이 지난 오늘(10일),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는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를 위한 노동자-학생 공동행동’ 집회가 열렸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이하 비서공), 서울대학교 단과대학생회장 연석회의, 학내 노조 등 14개 단체가 주최한 이 집회에는 무덥고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100명이 넘게 모였다.

1부 집회는 “시간이 흘러 역사의 한 조각으로 지워지는 일이 없도록, 파도에 밀려 사라지는 모래밭의 글씨가 되지 않도록” 죽음의 의미를 가슴 깊이 새기겠다는 참가자들의 다짐으로 시작했다.

이어서 임민형 서울일반노조 서울대 기계·전기분회장의 추모 발언이 이어졌다. 임 분회장은 “[고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환경을 방치해 두고도 ‘고인이 지병으로 사망했다’고 말하는 학교 측의 비인간적인 처사가 참으로 개탄스럽다” 하고 비판했다.

실제로 사건 직후 학교 측과 경찰 당국은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고인의 사망을 “개인 지병” 탓으로 돌렸다. 노동자와 학생들의 항의와 사회적 비난이 거세지자 서울대 당국은 청소 노동자 휴게실을 전수조사하고 고용노동부 기준에 맞게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후 상당수 청소 노동자 휴게실이 개선됐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다. 학교 당국이 내놓은 개선 대책은 청소 노동자에게만 한정된 것이고 기계·전기 노동자,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 노동자의 휴게 환경 개선은 여전히 미흡하다. 

아직 개선되어야 할 휴게실들이 많다. 1평이 채 안 되는 137동 카페 휴게실 ⓒ이시헌
아직 개선되어야 할 휴게실들이 많다. 40년이 넘은 낡고 쾨쾨한 학생회관 휴게실 ⓒ이시헌

무엇보다 고인을 죽음으로 내몬 불평등과 차별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8000평이 넘는 건물을 매일 쓸고 닦던 고령의 청소 노동자가 1평 남짓한 휴게실에서 죽어야 했다는 사실은 “영화 〈기생충〉의 반지하방보다 여실하게 우리 사회의 차별과 소외, 계급 갈등을 드러냈[다.]”(정규성 서울대학교 동아리연합회장)

1년이 지나도 여전한 비정규직 차별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2부 집회에서 이어졌다.

정성훈 서울일반노조 서울대 시설분회장은 서울대 당국이 여전히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을 차별하고 있으며, “자기들의 발에 묻은 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할 수 없는 대우를 버젓이 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청소·경비 노동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고, 정규직과의 차별이 철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호현 대학노조 서울대지부장은 각 기관(단과대학, 부속시설, 연구시설 등)이 자체적인 재원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자체직원’의 노동실태에 대해 발언했다. 서울대 당국이 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을 13년 동안 한 번도 개정하지 않은 채 방치하고, 계약직 노동자는 건강장려휴가를 쓰지 못하도록 하는 등 차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학교 당국이 코로나19 팬데믹의 고통을 전가하면서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양진영 비서공 학생대표는 “[최근 생협 사측이] 인건비 지급이 어렵다는 이유로 유급휴직을 시행하고, 식당 문을 닫고, 계약직 노동자들을 계약만료시키면서 남은 노동자들의 노동강도가 세졌습니다. 재난으로 인한 고통이 또다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전가된 것입니다”라며 학교 당국의 무책임을 비판했다.

그 밖에도 죽음의 책임을 기업주에게 묻기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발언, 노동자 학생이 연대해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발언이 있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노동자 학생 연대하여 비정규직 철폐하자!”, “노동자도 사람이다. 차별을 철폐하라!”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앞으로의 실천을 다짐했다. 비정규직 없는 대학을 만들기 위한 노동자·학생들의 연대 투쟁에 지지를 보내자.

서울대 청소 노동자 사망 1주기 집회에 궂은 날씨에도 100여 명이 넘게 모였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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