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5일, 미래통합당 의원 김병욱이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성가족부의 ‘나다움 어린이책 교육문화사업’을 공격했다. 이 사업은 “책을 통해 성별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존중하고 남자다움이나 여자다움이 아닌 ‘나다움’을 배우고 찾아가도록 돕는 사업”이다. 몇 개의 초등학교를 선정해 여성가족부 추천도서와 독서교육 지도안 등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김병욱은 여가부 추천도서 중 《아기가 어떻게 태어날까》가 “성교 자체를 재미있는 일”로 묘사하고 “그림이 상당히 민망할 정도로 적나라해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조기 성애화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마음이 끌린다면》이라는 책에 대해서는 “동성애 자체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미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런 공격은 도저히 보아 넘길 수 없을 정도로 보수적이고 위선적이다. 김병욱이 비난한 책들은 이미 덴마크, 스웨덴, 프랑스, 호주,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아동 인권교육 자료로 활용되고 있는 도서들이다.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는 1971년 덴마크에서 출간돼 이듬해 문화부에서 아동도서상까지 수상했다. 이 책은 이미 여러 온라인 도서 사이트에서 호평을 받으며 판매되고 있는 책이다.

학교에서 성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이미 수많은 비판이 있었다. 학생들의 관심사에 부응하며 필요한 정보를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제공하는 성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형식적 교육에 그치는 경우가 태반이다. 성을 더럽고 위험한 것으로 취급해 성적 관심을 숨기도록 고무하기도 한다. 많은 청소년들이 이런 성교육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다.

성관계와 임신과 출산에 대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 도대체 왜 문제인가? 오히려 이런 교육이 학교에서 거의 되고 있지 않은 것이 심각한 문제다. 

여가부 추천 성교육 책들이 아이들을 ‘조기 성애화한다’는 주장도 터무니없다. 2017년 전교조가 실시한 ‘초등 6학년 어린이의 성의식 및 성교육 실태 설문조사’에서 이미 초등학교 6학년 4명 중 1명이 ‘음란물’을 접해 봤다고 답했다. 

성 상품화가 범람하는 세상에서 많은 아이들은 이미 갖가지 형태의 성표현물을 접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알게 되는 지식 중 많은 것이 잘못되거나 왜곡된 것들인데, 이를 교정하기 위해서라도 솔직한 성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 

동성애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표현하는 책이 동성애를 “미화·조장”한다고 비난한 것도 역겹다. “성적 소수자와 동성애의 자기 취향과 개인 결정에 대해서는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동성애가 자연스러운 성애임을 부정하며 괴상한 것으로 취급했다. 이미 많은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학교 안팎에서 성소수자 차별로 고통받는 상황인데 국회의원이라는 자가 성소수자 차별과 배척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보수적 반발에 후퇴하는 문재인 정부

학교 성교육에 대한 우파적 공격이 있자 문재인 정부는 바로 후퇴하고 있다.

8월 25일 국회 교육위 회의에서 김병욱의 비난에 대해 교육부 장관 유은혜는 “학교와 책의 비치 상황에 대해 파악해 보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 신속하게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했다.

바로 다음 날 여성가족부는 논란이 된 책 7종 전량을 회수한다고 밝혔다. 여가부 장관 이정옥이 “어린 시절부터 일상 속에서 다양성을 존중하고 성인지 감수성을 깨칠 수 있”도록 이 사업을 추진한다고 해 놓고서 보수적 반발이 있자마자 굴복한 것이다.  

미래통합당 김병욱 의원의 발언과 교육부의 후퇴 조짐에 전교조가 비판 성명을 냈고, 여가부의 회수 결정이 있고 나서 정의당과 여성단체연합도 규탄 입장을 냈다.

이번 도서 회수 결정은 문재인 정부가 그간 말로만 ‘성평등’을 외치며 실질적 개혁 염원을 무시해 온 것의 연장선상에 있다.

교육부는 포괄적 성교육 시행 요구를 깡그리 무시해 왔고, 여성·성소수자 차별을 부추기는 학교 성교육표준안을 폐기하기는커녕 개정조차 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때 만든 학교 성교육표준안 개정을 약속했으면서도 말이다. 성인지 교육용 영화로 성평등 교육을 한 배이상헌 교사를 직위해제하고 고발한 광주시교육청의 조처를 지원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교육부는 배이상헌 교사가 낸 직위해제 처분취소 청구를 기각했다. 

경제 위기가 지속·심화되자 문재인 정부는 알량한 개혁조차 걷어 가고 있다. 개혁 염원 배신으로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고 우파가 반사이익을 얻자 문재인 정부는 우파의 눈치를 더욱더 보며 우경화하고 있다.

제대로 된 성교육과 성평등의 진전을 위해서는 우파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도 맞서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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