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중앙위원장이다. [ ] 안의 내용과 박스 안의 설명은 이해를 돕기 위해 편집부에서 넣은 것이다.


트럼프(왼쪽)과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오른쪽)은 국제법에 대한 둘의 공통점보다 차이점을 보여 준다

[영국] 정부의 내부시장법안*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북아일랜드 장관 브랜든 루이스가 그 법이 국제법에 위반될 것이라 인정한 것이다.

이 때문에 보수당의 전 지도자들과 여러 고위층이 브랜든 루이스와 보리스 존슨에게 격노했다.

유럽연합이 이 문제를 더 증폭시켰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은 조약은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는 라틴어 경구를 트위터에 남겼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법안을 놓고 영국 정부를 고소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그들은 정말로 분노하고 있다. 국제법 [존중] 사상은 1989~1991년 냉전 종식 이후 주류 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중요한 일부가 됐다.

킴 대럭은 도널드 트럼프를 비판한 사실이 폭로된 뒤 주미 영국 대사 자리에서 밀려난 인물이다.

그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자신이 사회생활을 시작할 당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한다. “제가 외교의 세계에 들어올 당시, 영국 제국이 사라진 이후의 영국 외교는 영국의 유럽연합 회원국 자격과 미국과의 오랜 ‘특별 관계’라는 두 축에 기반을 두고 있었습니다. 세계무역기구,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같은 기구들은 국제 질서에서 존경받는 일부였습니다.”

그러나 브렉시트 국민투표나 트럼프 당선 훨씬 이전에도, 미국과 영국은 자신들에게 불리하면 기꺼이 국제법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가장 중요한 사례는 2003년 이라크 침공이다. 이 침략 전쟁의 명분은 날조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 전쟁의 주요 설계자였던 토니 블레어는 뻔뻔스럽게 보리스 존슨을 두고 영국의 “신뢰도”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국제법 자체를 비판적으로 철저히 검토해 봐야 한다. 국제법은 단지 이데올로기적 환상이나 거짓말도 아니다.

국제법은 자본주의 국가들 간의 관계를 규제하도록 돕는다. 또한 다국적기업이 활동할 틀을 제공하는 데서 점점 더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

조직된 폭력

그러나 위대한 철학자 토머스 홉스가 1651년 걸작 《리바이어던》에서 지적한 기본적인 문제는 남아 있다. 국내법의 배후에는 법을 만드는 국가의 조직된 폭력이 있다.

하지만 국민국가를 강제할 힘을 가진 국제 정부는 없다. 그래서 한 국가가 국제법을 얼마나 존중하느냐는 그 국가의 이해관계와 힘에 달려 있다.

20여 년 전에 논평가들은 미국을 “불량 초강대국”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는데, 미국이 자국에 불리하면 국제법을 기꺼이 무시하려 했기 때문이다.

지금 트럼프는 미국의 전쟁범죄를 수사한다는 이유로 국제형사재판소 관계자들에게 제재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국제형사재판소] 재판에 참석해 자국의 군인과 스파이가 국제법에 따라 책임을 추궁받는 것을 언제나 거부했다. 미국은 그럴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강력하다. 존슨의 문제는 영국은 그만큼 강력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유럽연합은 자신이 국제법을 존중한다고 대단히 야단법석을 떨고 있다. 이는 유럽연합이 거둔 가장 큰 성공이 주요 무역 강국이 된 것이라는 사실을 부분적으로 반영한다.

유럽연합은 자신의 단일 시장(세계 최대 규모다)을 규제하기 위해 복잡한 제도를 구축했을 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이 시장에 접근하려고 유럽연합의 규제를 받아들였다.

영국이 이런 규범을 계속 따를 것이냐가 영국과 유럽연합 간 분쟁의 진정한 핵심이다.

질서자유주의로 알려진 신자유주의의 한 형태가 유럽연합의 탄생과 발전에 끼친 영향 또한 중요하다. 질서자유주의자들은 시장이 규칙을 통해 건설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또한 유럽연합이 국가들의 카르텔이라는 이유만으로 더 바람직한 규칙 제공자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국민국가들은 국민들의 소망 탓에 더 제약받는다고 본다.

이는 유럽연합이 유로존 위기에 경직되게 대처했던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렇다고 유럽연합이 자신의 규칙이나 국제법을 언제나 존중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리스의 레스보스 섬에 갇힌 난민들이 겪고 있는 끔찍한 곤경을 보면 유럽연합이 두 가지를 모두 어기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끔찍하기 짝이 없는 존슨 정부에 맞서 저항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국제법은 그 투쟁을 벌일 좋은 무대가 못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