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반가운 책이 하나 나왔다. 《성서, 퀴어를 옹호하다》(한티재)가 바로 그 책이다. 

《성서, 퀴어를 옹호하다》 박경미 지음, 한티재, 368쪽, 16000원

저자는 박경미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신약성서학 교수로 오랫동안 성서학을 연구해 온 학자다. 2015년 이화여대 신학대학원 원장 재직 시절, 저자는 성소수자와 성서를 주제로 수업을 편성했고 첫 강연자로 임보라 목사를 초청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이화여대에 반동성애 단체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고 당시 총장까지 직접 나서서 강연 취소를 압박했다. 저자는 이런 압박들에 굴하지 않고 수업을 지켜냈다. 

이런 경험 속에서 저자는 교회 내 반동성애 움직임들을 비판하고 바로잡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이 책을 출판했다고 한다.

여전히 개신교 내에는 성소수자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고, 이에 반대하는 의견들은 토론도 없이 내치는 상황이다. 최근 허호익 전 대전신학대 교수가 동성애에 대한 무지와 편견을 바로잡는 저서 《동성애는 죄인가》(동연)를 발간했다가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에서 면직·출교 처분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학생이건 교수건 동성애를 옹호하는 발언이나 행동을 할 경우 징계와 퇴출을 당할 각오”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성서, 퀴어를 옹호하다》가 발간돼 반갑다. 

이 책의 장점은 성소수자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다룬 1장과 성서 해석의 쟁점을 다룬 2장으로 나눠서 사회적·종교적 쟁점 모두 충실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동성애가 에이즈의 원인인가?’, ‘동성애는 질병인가?’ 등 성소수자에 대한 각종 오해를 명쾌하게 반박하고,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군형법 92조6, 트랜스젠더 성별 정정 문제 등 법적 차별도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개신교 내부자로서 반동성애 운동의 논리와 전개를 다룬 부분도 흥미롭다. 저자는 극우 개신교 집단이 독재 정권들과 유착해 성장해 왔고, 그 과정에서 온갖 부패 행태를 보이며 신자 수가 감소하는 위기를 겪게 됐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동성애 이슈’는 이러한 개신교 내부의 위기로부터 외부의 적에게로 시선을 돌리게 함으로써 내적 단결을 도모할 수 있는 구심점을 제공한다. 누군가를 비난하고 욕하는 동안에는 자기 문제를 잠시 잊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반동성애 운동이 개신교 위기 모면 전략으로 기획됐지만 오히려 교회 위기를 더 심화시킨다는 저자의 지적은 타당하다. 성소수자에 대한 증오 표출은 개신교의 평판을 다시금 떨어뜨리고 교회 안팎의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자본주의 등장과 성소수자 차별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저자가 성소수자 차별의 기원에 대해서 한 부분을 할애해 충실히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성소수자 차별의 기원과 역사를 마르크스주의적으로 분석한 《무지개 속 적색》(책갈피)을 여러 부분 인용해 소개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계급사회 등장과 가족의 형성에 대한 엥겔스의 이론을 소개하며, “성관념과 성역할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이해하려면 계급사회의 발전과 함께 가족이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또 계급 권력을 유지하는 데 가족이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계급사회 이전에는 남녀관계 역시 훨씬 평등하고 성에 대한 제약도 덜했지만, 계급사회 발전과 함께 일부일처제와 성에 대한 통제가 강화됐다. 

그러나 계급사회 전반에 걸쳐 동성 간 성애에 대한 태도는 다양했다. 예컨대, 고대 그리스 로마 사회는 (전쟁으로 포획한) 노예제에 기반을 두고 있었기에 생식과 무관한 동성 관계에 대해서도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 저자는 이렇게 요약한다. 

“19세기 후반 서구사회에서 동성애를 성도착으로 규정하기 이전에는 성적 지향으로서 동성애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고, 단지 동성애적 행위에 대해 처벌하거나 예찬하는 다양한 경향이 있었고, 이것 역시 복잡한 사회문화적 요인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역사적 분석으로 성소수자 차별은 신의 뜻이나 인간 본성이 아니라, 자본주의 산업화 초기 노동계급 가족의 재구성과 연결돼 있음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산업화 초기의 지독한 착취 속에서 노동계급의 가정은 붕괴했고, 그들에게는 가난과 고통만이 남겨졌다. 그들에게는 노동력을 팔거나 아니면 굶어 죽을 자유밖에 남겨져 있지 않았다. 한편 전 유럽을 휩쓸던 급진적 혁명의 바람 속에서 기존제도가 붕괴하고 위계질서도 무너지자 부르주아지 일부는 사회 불안이 확대되고 자신들의 사회 통제력이 약해질까봐 걱정하기 시작했다.”

안정적인 노동력 재생산, 사회 통제 등을 위해 부르주아지는 가족을 재건하려 했다.

“가족의 해체와 성적 질서의 붕괴는 사회불안과 혁명의 위험을 뜻하는 강렬한 은유가 되었다. 가족제도를 위협하는 성적 행위와 관행을 공격하고 가족을 강화하는 수많은 조치들이 취해졌다.

“이상적인 가족 개념과 성역할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을 낙인찍기 시작했다. 일탈적 성행위는 훨씬 더 체계적으로 공격받았고, 그중에서도 남성과 성관계를 맺는 남성과 성매매 여성 두 집단이 주된 표적이 됐다.”

성적 지향으로서의 동성애 개념, 즉 대다수 이성애자와 구분되는 동성애자라는 개념은 이런 체계적 차별 과정에서 생겨났다. ‘동성애’ 용어는 1869년에야 처음 등장한다. 

성서가 동성애를 단죄한다는 보수 개신교의 주장은 시대와 맥락을 무시한 아전인수다. 2019년 개최된 제20회 서울 퀴어퍼레이드 ⓒ조승진

보수 개신교의 성서 오독

성소수자 차별이 19세기에 들어서야 등장했다는 사실은 성서가 동성애를 비난한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 “말하자면 성서 안에는 오늘날과 같은 의미에서 동성애자나 성소수자가 이야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간 〈노동자 연대〉도 보수 복음주의의 성서 오독에 대해서 같은 논지의 비판을 해 왔다(‘성서와 19세기까지 교회 전통은 동성애를 증오하지 않는다’, 〈노동자 연대〉 174호, 최일붕). 

같은 이유에서 저자는 ‘성서는 동성애를 긍정한다’는 해석도 과도함이 있다고 본다. “[성경에서] 동성애를 반대하기 위해 제시되는 본문이 실제로 반동성애적 본문일 수 없듯이, 동성애를 지지한다고 제시되는 본문 역시 실제로 동성애를 지지하는 본문이라고 할 수 없다.” 이는 균형 잡힌 입장으로 보인다(그런 점에서 책 제목은 다소 과도해 보인다). 

2장에서 저자는 흔히 동성애를 단죄한다고 여겨지는 성경 구절들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보며, 이 구절들이 대부분 오늘날 성적 지향으로서 동성애와 무관하며 당시 그런 구절이 쓰인 맥락을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문자주의적 성경 해석을 배격하고 풍부한 배경 설명과 맥락적 접근으로 오해들을 풀어나간다. 

예컨대, 창세기 19장 “소돔과 고모라”는 동성애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지상에 내려온 천사를 환대하기는커녕 강간이나 하려고 든 소돔과 고모라 사람들이 벌을 받는 얘기다. 동성 간 성행위가 이 얘기의 주된 관심사가 아니다. 나그네 환대를 실천한 아브라함이 축복받는 내용과, 환대는커녕 나그네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소돔 사람들의 얘기가 대조적으로 제시돼 있다.

또한, 레위기나 신약성서에서 바울이 동성애를 비난하는 듯한 구절들도 사실 자세히 살펴보면, 오늘날 성적 지향으로서 동성애와는 관계가 없다. 

무엇보다도 바울은 더 많은 여러 구절에서 여성, 이방인 등에 대해 급진적 포용주의를 주장했다. 유다교 율법을 지키지 않더라도 하나님 안에서 모든 차이들이 녹아내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저자는 이런 급진적 포용주의야말로 개신교가 취해야 할 진정한 정신이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저자는 창세기 소돔과 고모라 사람들이 저지른 진정한 죄악(낯선 이에 대한 폭력)은 반동성애 교회들이 저지르고 있다고 꼬집는다. 

“낯선 사람들에 대한 혐오와 공포에 근거해 폭력적인 행동을 한 것이 문제이다. 그렇다면 오늘 소돔의 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누구인가?” 하고 일갈하는 대목에서는 속이 시원해지는 기분을 느낀다.

이 책은 보수 개신교의 동성애 혐오에 대한 훌륭한 반박서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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