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태국 사회주의 단체 소속 활동가 팟차니 쿰락이 9월 30일에 발표한 글을 편집한 것이다. [ ] 안의 내용은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편집부가 넣은 것이다.


세 손가락 경례는 오늘날 태국의 저항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저항의 상징이다. 이 경례는 영화 《헝거 게임》에서 모방한 것으로 세 가지 원칙, 자유, 평등, 박애를 상징한다. 또한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군사 독재에 반대한다는 뜻이다. 2014년부터는 그해에 일어난 쿠데타에 반대하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최근에는 고등학생 등 많은 이들이 시위에 새롭게 참여해 전국에서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일어서고 있다.

9월 19일 10만 명이 모인 시위

2020년 9월 19일 ‘탐마삿·시위대 공동전선’(UFTD)이 탐마삿대학교와 방콕 근처 공원에서 조직한 시위에는 수년 이래 최대 규모인 10만 명가량이 참가했다. 그 소식이 언론 헤드라인을 도배했다. 이날은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타이락타이당 소속의 총리 탁신 친나왓을 몰아낸 지 14년이 되는 날이었다. 학생 활동가들이 이끈 이 반정부 시위는 3가지 정치적 요구(의회 해산, 새 헌법 작성 등)와 10가지 왕정 개혁 요구에 한층 힘을 싣기 위한 것이었다. 이 시위는 모두가 법적 평등을 누리는 현대적 태국 사회로 이행하는 데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시위였지만, 아직도 정부와 기득권층은 아무런 대답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래서 UFTD는 10월 14일에 시위를 더 키울 계획이다.

9월 24일 ‘자유 민중’이 이끄는 의회 앞 시위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군부가 만든 헌법을 개정하는 논의에 압력을 넣기 위해서였다. 2017년에 제정된 현 헌법은 2014년 쿠데타를 주도한 현 총리가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2019년 선거 이후에도 계속 집권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었다. 결국 의회는 개헌 결정을 미루기로 표결했다. 많은 하원 의원들과 임명된[선출되지 않은] 상원 의원들은 정부를 편들고 자기 권력을 지키고 싶어 한다. 시위대는 대단히 분노했다. ‘자유 민중’ 지도자들은 이날 이후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고 선언했고 10월에 더 많은 사람들과 야당들이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계속 묵묵부답이면 거대한 시위가 열리는 10월은 결전의 나날이 될지도 모른다.

학생 시위의 시작과 부상

최초의 주요 정치 시위는 올해 7월 18일 방콕의 민주기념탑 앞에서 ‘자유 청년’의 청년 활동가들이 주도한 시위였다. 코로나19로 인한 각종 제한은 풀렸지만 비상사태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들은 의회 해산과 새로운 헌법을 요구했다. SNS에는 ‘이제는 참지 않는다’, ‘이제는 못 참겠다’, ‘자유 청년’, ‘우리 세대에서 끝내자’, ‘싸우지 않으면 계속 노예로 살리’, ‘믿음은 깨졌다’, ‘정치가 좋은 것일 수 있다면’(정치가 군부 개입과 부패로 얼룩지지 않은 나라를 상상해 보라는 뜻) 등의 해시 태그가 대유행했다. 이날 시위 이후 전국에서 학생 시위가 폭발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에도 2월에 법원이 ‘미래전진당’(FFP)을 해산한 것에 항의하는 시위의 첫 물결이 있었다. 미래전진당은 대체로 청년들이 지지하는 진보 정당이었다. 해산 결정에 많은 이들이 분노했다. 그러나 많은 대학에서 일었던 시위들은 코로나19 탓에 잦아들었다가 7월에 다시 분출했다. 대규모 집회를 금지하는 조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대중은 벌써 6년째 군사 독재 치하에 있다. 2014년에 군부는 선출된 정부를 무너뜨리고 권력을 잡았고 쿠데타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폭력을 휘둘러서 정치적 갈등을 억제했다. 더욱이 태국 정치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대중의 참여를 배제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엘리트 계급”이라고 할 수 있는 군사 정부, 보수 세력, 대기업들의 지배하에서 이런 비민주성은 무수한 문제를 낳았다.

엘리트들의 정치는 자기 계급의 부를 지속시켜 줄 정치 구조를 만들었다. 그들이 구축한 체제는 훨씬 더 불평등한 구조로서, 노동자들을 착취해서 자본을 축적하고, 국가 예산을 사치스러운 생활에 전용하며, 무기를 구입해서 민중을 위협하고, 특권을 재생산해서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일자리를 못 찾는 와중에도 부자의 자녀들이 부자로 태어나고 정치·경제 권력을 물려받게 한다. 지금 시위에 참여하는 것은 이런 특권 체제에 도전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외출제한령 이후의 여러 당면 쟁점들도 두 번째 학생 시위 물결을 촉발한 한 요인이다. 캄보디아로 망명한 태국 정치 활동가의 실종, 집회의 자유를 억압하는 긴급조치 연장, 억압적인 교육 제도, VIP 외국인들로 인한 코로나19 감염, 사법 체계의 이중잣대, 활동가들을 탄압하는 공안 당국, 태국 군대의 무기 쇼핑, 돈을 흥청망청 써대는 왕정, 대규모 해고와 빈곤이 그런 쟁점이었다.

운동의 현재 요구들

앞서 말한 3+10 요구들은 다음과 같다.

  1. 의회를 해산하라. 선거를 새로 실시해서 의회를 새롭게 구성하고 총리 쁘라윳 짠오차를 해임하라. 우리는 더는 쿠데타도, 선출되지 않은 과도 정부도 원치 않는다.
  2. 헌법을 새로 써라. 대중이 그 과정에 참여해야만 엘리트 계급 정권을 저지하고,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을 보장할 복지를 제공하는 국가를 건설할 수 있다.
  3. 공안 당국은 더는 대중을 괴롭히지 마라. 인권을 존중하라.

10가지 왕실 개혁 요구는 8월 UFTD가 제안한 것들이다. 왕을 기소하지 못하게 한 2017년 헌법 6조 폐지, 의회가 왕의 위법 행위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 추가, 국왕 비판을 처벌하는 형법 112조 폐지, 2018년 왕실재산법을 폐지해 재무부가 관장하는 왕실 자산과 왕의 개인적 자산을 엄격히 구별할 것, 왕이 더는 쿠데타를 승인할 수 없도록 할 것 등이 그 요구에 포함돼 있다.

이런 요구들을 쟁취하고자 민주주의 운동은 성장하고 있고 시위는 더 커지고 있다. 군사 독재를 물리칠 새로운 전략으로 총파업이 고려되고 있다. 9월 19일 대규모 시위에서 한 학생 지도자는 10월 14일 일터와 학교에서 ‘총파업’을 벌이자고 선포했다. 그것이 성사될지, 아니면 산업 투쟁에는 못 미치는 개별 행동에 그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운동의 성장 요소들

현재 운동을 주도하는 것은 주로 ‘자유 청년’, ‘태국 학생 연합’ 등 대학생과 청년들이다.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은 교내의 권위주의에 반대해 떨쳐 일어나고 있다. 그들은 ‘자유 민중’, ‘탐마삿·시위대 공동전선’ 등으로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 이 성장하는 네트워크에는 성소수자, 노동, 환경, 지역 운동, 사회 권리, 농촌, 여성 등 다양한 부문의 활동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런 만큼 성장하는 운동 속에서 다양한 진보적 아이디어가 개진되고 있고 활동가들이 더 급진적이다.

이 네트워크들은 여러 곳에서 일상적으로 작은 집회들을 조직하고 있다. 방콕 외에도 북부의 치앙마이나 북동부의 콘깬 같은 대도시에서는 3+10 요구를 내건 더 큰 집회가 매일 열린다.

지배자들의 대응

국왕 마하 와치랄롱꼰은 시위대의 왕권 축소 요구에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총리 쁘라윳은 개헌 과정에 인내심을 가지라면서 평화롭게 질서를 유지해야 정부가 나랏일, 특히 경제를 돌볼 수 있다고 말한다.

총리 쁘라윳은 대중을 종종 우습게 여긴다. 군부는 극우의 방식으로 프로파간다, 가짜 뉴스, 혐오 연설로 대중을 분열시키려 한다. 최근에는 청년 운동을 비애국적이라고 공격했다. 내각과 상원의원, 군부·보수 세력 지지자들은 왕을 괴롭히는 철부지들이라고 청년들을 비난한다.

한편, 공안 당국은 친민주파 학생 활동가들과 전투적 노조 활동가들을 공세적으로 탄압하고 있다. 경찰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활동가 10여 명을 체포했다. 당국은 위신을 지키려고 분투하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를 이용해 운동을 최대한 억제하려 할 수 있다.

운동의 승리를 위해

청년 세대는 첨단 기술 산업을 발전시키고 양질의 노동력을 제공하는 데서 중요한 집단이다. 이 청년들이 노동자 조직과 노동자 권리에 대해 배운다면 불안정 고용과 열악한 노동조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태국의 미래가 이 민주주의 운동에 달려 있다. 이 운동은 [극심한 불평등과 경제적 고통을 해결할] 보편적 복지 요구를 통한 평등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 NGO, 농민, 노동자 단체들이 청년들의 운동에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공통의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중 운동의 정치는 가까운 미래에 더 큰 동력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민주주의 운동이 더 크게 단결하고 더 전투적이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나 투쟁이 지연되고 있다. 정부가 개헌 절차에서 책략을 쓰고 있고, 이 절차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운동이 보잘것없는 개혁에 매달리게 될 위험이 있다. 다른 한 가지 난점은 더 전투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를 야기할 총파업이나 산업 투쟁이 벌어진 적이 아직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민주주의 투쟁은 단기간에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독재의 영향력은 단지 통치자들만이 아니라 태국 사회 전반에 그물망처럼 뻗쳐 있다. 우리는 이 사회의 작은 단위에서까지 자유, 평등, 참여의 가치와 문화를 배양할 운동을 건설해서 이 세대에서 독재를 극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