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전국적으로 소요가 일어나 삼성·LG 등 한국 기업들의 현지 시설도 약탈의 대상이 되거나 불탔다고 한다.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이후 최대라고 하는 이번 소요 사태의 성격과 배경을 살펴 본다.


지난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여러 지역에서 대중의 분노가 폭발했다.

수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소요를 일으키고 백화점, 대형 마트, 물류 창고를 털었다.

소요를 촉발한 것은 얼마 전 구속된 전 대통령 제이컵 주마의 지지자들이 조직한 시위였다. 사회 혼란을 조장해 주마의 파벌을 정부로 복귀시키려 계획했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

그러나 사태는 금세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소요 가담자 대부분은 주마를 비롯해 사회 상층부의 어떤 정치인과도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이 사태의 근본에는 절망적인 빈곤이 있다.

[소요가 시작된] 더반시(市)와 인접한 움라지 타운십[흑인 거주구] 주민 시피소는 〈소셜리스트 워커〉에 이렇게 말했다. “지난 1년 반은 정말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공식 통계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바이러스 때문에 죽었어요. 게다가 일자리가 엄청나게 많이 사라졌죠.

“가난한 사람들은 이번 소요를 틈타 먹을 것을 구했어요. 그러다가 돈 없어서 못 사는, 살 엄두도 못 내는 물건들을 가게에서 챙긴 것이죠.

“주마 지지자들은 주마가 감옥에 가면 사회가 무너진다는 것을 보여 주려 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태에는 더 큰 맥락이 있어요.”

대통령 시릴 라마포사는 탈취를 “비열한 범죄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그조차도 이렇게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이미 알던 사실이 지금 이 순간 냉엄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 사회의 실업·빈곤·불평등은 현 수준으로는 지속 불가능하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라마포사와 여당 아프리카국민회의(ANC)에 몸담은 그의 전임자들이 바로 그 수십 년 된 가난의 관리자 구실을 하며 대기업들의 이익을 도모했다.

소요 가담자들의 탈취 행위는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이후 근본적 변화가 없었음을 보여 주는 징후다.

다음은 이번 사태를 분석한 활동가들과 사회주의자들의 목소리다.


“이제 평상시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판자촌 거주민 운동 ‘아바흐랄리 바셈존돌로’[“판자촌 사람들”이라는 뜻]의 지도적 인사인 스부 지코데는 〈소셜리스트 워커〉에 이렇게 전했다.

“처음에는 주마의 사람들이 벌인 일로 보였습니다.

“여기서 주마의 사람들이란, 그에게 투표한 적 있는 평범한 유권자나 그를 지지한 적 있는 ANC 구성원들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ANC의 무장 조직인 ‘움콘토웨시즈웨’[“국민의 창”]에 몸담았던 자들과 보안 기구 인사들 중 주마와 끈이 있는 자들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들은 자기들이 권좌에서 물러나면 온 나라가 불길에 휩싸일 것임을 보여 주고자 합니다. 집권당 내의 쟁투가 불거져 나왔습니다.

“공장과 백화점에 불을 질러도 경찰들은 수수방관했습니다. 저희가 집회를 하면 경찰들이 장갑 차량과 온갖 탄압 수단을 동원해 온통 둘러싸는데 말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경찰들이 두 손 놓고 있는 모습을 봤습니다. 소요를 벌이는 사람들이 주마 지지자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탈취는 주마와 무관합니다. 사람들이 배가 고프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저희는 가난한 사람들의 분노가 여러 방향으로 폭발할 수 있다고 언제나 경고해 왔습니다. 시한폭탄 위에 앉아 있다고 말입니다.

가난

“우리는 사람들이 끔찍한 가난 속에서 몇 년이 지나건 무시당하며 살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자신의 존엄이 유린당하는 것을 언제까지나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오랫동안 경고해 왔습니다. 사람들이 폭력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는데도 여론, 중간 계급, 상층 계급은 많은 경우 침묵한다고 저희는 오랜 시간 하소연해 왔습니다.

“지배층은 언제나 빈민들을 무시했습니다. 저희를 투명 인간 취급했습니다. 그러다 소요가 일어나니까 갑자기 빈민들이 눈에 보인다는 듯이 굽니다.

“아바흐랄리 운동은 주마에게 아무런 환상이 없습니다. 그의 임기 동안 활동가 18명이 암살당했습니다. 주마의 사람들은 국가를 ‘탈취’해 자기 배를 채웠습니다.

“그러나 현 대통령 라마포사도 답이 될 수 없다고 봅니다.

“지난주는 전환점이 돼야 합니다. 이런 사태가 났는데 평상시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이번 사태를 돌파구 삼아 새로운 길을 찾아내야 합니다.

“ANC는 이 난리를 수습할 수 없습니다. 모든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람들은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를 무너뜨린 데서 ANC가 한 구실에 경의를 표해야 하지만, ANC는 이제 더는 변화의 주체가 아닙니다. 우리의 희망을 ANC에 걸 수는 없습니다. 아래로부터의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민주주의, 참여, 신뢰라는 중대한 물음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국가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모두들 정치인들을 사기꾼으로 봅니다.

“민주주의는 사영화돼 소수의 전유물이 됐습니다.

“군대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의 접근법 전반을 되돌아보는 것과 급진적인 정책이 필요합니다.

외국인 혐오에 맞서는 용감한 사람들

루카스 (요하네스버그 부근의 캐틀홍 타운십 주민)

“제가 사는 타운십 구역에는 외국인들을 몰아낼 기회가 왔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 구역에는 일자리와 안전을 위해 짐바브웨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있어요. 우리 집 근처에는 콩고에서 온 사람이 삽니다.

“사람들은 이런 외국인들이 우리의 일자리와 돈을 뺏어간다며 그들을 범죄자로 몰았습니다.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정부 각료들도 그런 소리를 할 때가 있죠.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 온 이런 사람들은 우리의 적이 아닙니다. 다른 아프리카인을 적으로 돌리고 우리의 가난을 그들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지난주에 몇몇 사람들과 함께, 외국인들이 사는 판잣집 앞으로 가서 그들을 지키겠다고 했어요. 우리가 지역의회·경찰·갱단과 맞서 싸워 왔기 때문에 사람들은 우리 말을 귀담아 들었습니다.

“그러자 외국인들을 몰아내려고 했던 사람들이 떠났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사회주의자들이 말한다

킵레프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혁명적 사회주의 단체)

물건을 탈취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절망적인 처지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팬데믹 기간에 최소 열량의 식량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중위 임금보다 높아졌다. 그러나 정부는 보잘것없지만 몇몇 사람들에게는 생명줄과도 같았던 지원금마저 지급을 중단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많은 가장들이 사망했다.

이런 절망과 그에 따른 파괴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정확히 자본주의를 겨냥해야 한다. 이 체제는 날마다 노동자들의 노동을 ‘탈취’하는 체제다.

ANC 정부 고위 인사들과 그들의 패거리들, 주마의 파벌과 라마포사의 파벌 모두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들은 이러저러한 부문의 자본들이 거둬들이는, 상식을 뛰어넘는 엄청난 이윤을 지켜 주는 대가로 온갖 방식으로 자기 배를 불리고 힘을 키웠다.

우리는 극도로 불평등한 사회에 살고 있다. 흑인 빈곤의 바다 한복판에 소수의 백인들이 풍요롭게 살고 있다. 약 27년간 이어진 ANC의 통치는 흑인들에게 토지를 돌려주지도, 부를 재분배하지도 못했다.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를 낳고 그 체제가 종식된 이후에도 살아남은 인종차별적 자본주의를 패퇴시키지도 못했다.

군대는 이런 문제를 전혀 해결할 수 없다. 그들이 사람들을 억눌러도 또 다른 소요가 일어날 것이다.

또 다른 ANC 파벌은 필요 없다. 사회주의 혁명이 필요하다. 노동자와 실업자들이 함께 식량 생산을 통제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제조되고 채굴되고 경작되는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자본주의적 이윤이 아니라 인간의 필요에 따라 삶을 조직하는 [사회를 건설할] 혁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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