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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바이든, 오커스 결성으로 중국과의 군비 경쟁 격화시키다

중국을 상대로 긴장을 계속 부추기고 있는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 ⓒ출처 Gage Skidmore(플리커)

오커스(AUKUS)는 미국과 영국이 오스트레일리아에 핵잠수함 8척을 건조할 기술을 제공하는 협약이다.

이 협약의 의의는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의 불평에 있지 않다. 마크롱은 미국·오스트레일리아 주재 자국 대사들을 소환했는데, 오커스가 출범하면서 오스트레일리아가 560억 유로[한화 약 77조 원] 규모의 프랑스산 디젤 잠수함 12척 구매 계약을 파기했기 때문이다.

이 협약의 진정한 의의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실린 한 기사의 제목에 잘 요약돼 있다. “바이든과 미국에게 앞으로의 핵심은 중국.” 오커스는 진정한 미·중 간 냉전으로 향하는 중요한 한 걸음이다.

오스트레일리아 해군이 핵잠수함을 보유하면 아시아 연안 가까이에서 탐지되지 않고 원거리 작전을 펼칠 수 있다. 그간 중국은 해군력을 빠르게 육성해 왔는데, 오커스는 이에 대한 응수다.

떠들썩하게 보도된 영국의 신형 항공모함 ‘퀸엘리자베스 2세’의 첫 장거리 항행도 이런 대응의 일부다. 이 항공모함은 미국 해병대와 영국 해군 비행기를 싣고 긴장이 첨예한 남중국해를 가로지를 것이다. 그리고 태평양에서 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싱가포르 해군과 함께 훈련을 할 것이다.[이 기사가 발행되는 현재 퀸엘리자베스호는 남중국해 항행을 마친 상태다. — 역자]

억제

중국 칭화대학교의 교수 주펑은 오커스 협약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정확히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려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의 대(對)중국 정책은 ‘트럼프 없는 트럼프주의’다.” 주펑은 바이든이 트럼프의 “전략적 중국 억제”를 “기본적으로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의 분노와 다른 유럽연합 국가들의 당혹감은 오커스 협약이 그 나라들과 사전에 상의된 것이 아님을 보여 준다.

분석가 벤 주다는 마크롱이 지난 6월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서 당한 굴욕에 놀라움을 느낀다”고 트위터에 썼다. “마크롱이 북아일랜드 문제를 두고 영국 총리 존슨을 힐난하며 인도·태평양 국가인 오스트레일리아와의 연계를 과시하는 동안, 앵글로 3국[미국·영국·오스트레일리아]은 말 그대로 뒤에서 작당 모의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유럽이 찬밥 신세가 된 것은 독일과 프랑스가, 중국에 맞서 그들을 결집시키려는 바이든의 노력을 거슬렀기 때문일 것이다. 동시에, 이는 “한 유럽연합 회원국 고위 관료”가 〈파이낸셜 타임스〉에 말했듯이 “유럽이 부유할지는 몰라도 강력하지는 않음을 보여 주는 또 다른 사례”다.

오커스 협약은 보리스 존슨에게 희소식이다.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했다고 해서 반드시 고립되는 것은 아님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 협약은 미국이 한때 “백인 자치령”으로 불리던 옛 정착민 식민 국가들인 오스트레일리아·캐나다·뉴질랜드와 협력을 갈수록 긴밀히 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흥미로운 사례이기도 하다. 세 국가는 모두 미국·영국과 함께 정보동맹 “파이브 아이즈”에 속해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는 제2차세계대전 때 영국이 아시아에서 일본에 대패한 이후 줄곧 미국과 보조를 맞춰 왔다. 1999년 당시 오스트레일리아의 우파 총리 존 하워드는 자국이 태평양에서 미국의 “보안관 보좌관” 구실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오스트레일리아는 중국의 호황기 동안 원자재 공급처로 자리매김 하는 것으로 경제를 재조정하면서 중국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 진영을 철저히 편들고 있다.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는 “쿼드”에도 함께하고 있다. “쿼드”는 트럼프와 바이든 모두가 적극 추진한 대(對)중국 인도·태평양 블록이다. 여기에 참여한 나머지 국가들은 일본과, 또 다른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이다.

이는 마치 바이든이 2008년 미국 대선에서 낙선한 공화당 후보 존 매케인이 내세운 “민주주의 동맹” 구상을 차용한 듯 보인다.

당시 매케인을 꺾고 당선한 버락 오바마는 이 구상을 거부했다. 이 구상의 창안자는 신보수주의 지식인 로버트 카플란[로버트 케이건의 오기인 듯하다 — 역자]으로, 그는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의 창립자다. 이 단체는 조지 W 부시가 재앙적인 이라크 침공을 감행하는 데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한 바 있다.

바이든은 국내 정책에서는 왼쪽으로 기울었을지 모르지만, 대외 정책 면에서는 공화당과의 연속성이 뚜렷하다. 그리고 바이든은 옛 영국 제국의 중핵을 가장 신뢰하는 동맹으로 선택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두 제국주의 국가들 간의 점증하는 경쟁은 갈수록 이데올로기적이 되고 있다.

오커스 협약은 미국 제국주의가 끝장나려면 한참 멀었음을 냉엄하게 상기시켜 준다. 인도·태평양에서 격화하는 군비 경쟁 — 중국이 여기에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 착각해서는 안 된다 — 에 견주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함락은 부차적인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