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를 금지하면 그 결과는 언제나 똑같았다. 여성들은 더 위험하고 때로는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뒷골목 낙태 시술로 내몰렸다.

이제 미국에서는 이것이 현실이 되고 낙태 시술자를 적발하는 데에 현상금이 걸릴 수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낙태권을 뒷받침하는 주요 판례인 ‘로 대 웨이드’ 판결의 효력을 약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연방대법원은 임신 15주 이후 낙태를 금지하는 미시시피주(州) 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릴 듯하다.

연방대법원은 미국에서 가장 엄격한 텍사스주 낙태금지법의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는 요청을 기각했다.

텍사스주의 새 낙태금지법, 이른바 텍사스 ‘상원 법안 8호’(SB8)는 거의 모든 낙태를 금지한다.

임신 6주 이후 낙태를 금지하는데, 근친상간이나 강간에 의한 임신도 예외로 두지 않는다.

텍사스주에서 시술된 낙태의 85~90퍼센트는 임신 6주 이후에 시술된다. 많은 여성들이 임신 6주 이전에는 임신 사실조차 알지 못한다.

텍사스주에서는 이 법이 발효된 지 몇 주 만에 낙태 시술 건수가 거의 반토막 났다.

이 법은 사상 최초로 민간인이 ─ 텍사스 주민이 아니어도 된다 ─ 이 법을 위반한 사람에게 소송을 걸고 ‘손해 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게 했다. 시술을 받는 여성은 소송 대상이 아니지만, 의료진과 심지어 그 여성을 태워 준 우버 기사도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 연방대법원은 이 법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두 차례나 기각했다. 그 후 12월에 연방대법원은 이 법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 하나가 계속 진행되도록 허용했지만, 이것은 낙태 시술자들이 일부 주정부 관료들에게 연방 법원 소송을 걸 수 있게 할 뿐이다.

“여성의 권리는 인권이다” 낙태 금지는 여성들을 위험한 낙태로 내몰 뿐이다. 포틀랜드에서 열린 낙태권 보장 시위 ⓒ출처 formgefuege(플리커)

데니즈 로드리게스는 텍사스주의 낙태 지원 단체 ‘텍사스 접근권 평등 기금’의 활동가다.

로드리게스는 텍사스주 법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매우 무서운 징조”라고 하면서, 이미 사실상 낙태를 할 수 없었던 텍사스의 현실을 전했다.

텍사스주에서 벌어진 일은 앞으로 절반가량의 미국 주들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

“그전에도 텍사스주 사람들에게 낙태는 ‘하늘의 별 따기’였습니다. ‘하이드 수정안’이 도입된 결과, 모든 형태의 낙태 서비스에 대한 정부 지원금이 차단됐습니다.”

미국에는 전국민 무상 단일 건강보험이 없고, 저소득층 대상 연방 공공의료보험 제도인 ‘메디케이드’가 있다. 미국인 5분의 1이 메디케이드 대상자다.

로드리게스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낙태 시술 비용으로는 정부 재정이 한 푼도 쓰일 수 없어요. 그래서 메디케이드 가입자들은 의료보험으로 낙태 시술을 받을 수가 없고 시술 비용을 본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텍사스주 법은 민간 의료보험이 낙태 서비스를 보장하는 것도 금지한다.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해도 낙태 비용에 보험을 적용할 수 없는 것이다.

과부하

로드리게스는 그 결과 인근 주들에 “과부하”가 걸렸다고 했다. “해당 주의 낙태 시술에 더해, 텍사스주 사람들이 낙태를 하러 몰려왔기 때문이죠. 그래서 예약이 밀리고 있어요.

“지금은 평균 대기 기간이 2~3주 정도 됩니다. 어떤 진료소들은 6주 후까지 예약이 꽉 차 있어요. 법이 불필요하게 임신 상태를 지속시키고 있는 겁니다.”

로드리게스는 임신 12주 이하인 경우 낙태 시술에 최소 500~600달러가 든다고 전했다.

“많은 사람들, 특히 우리 단체에 연락하는 사람들에게는 마련하기 쉽지 않은 거금입니다. 임신 기간이 길어질수록 비용도 커집니다. 우리 단체에 연락하는 사람들은 많은 경우, 시술 비용을 모으느라 후기 낙태 시술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비용을 모을 때쯤 되면 비용이 더 커지는 겁니다.”

텍사스주 법에 따라 의사들은 의무적으로 여성들에게 태아의 초음파 사진을 보여 주고, 그 사진을 상세히 설명하고, “낙태에 관한 거짓말들”을 늘어 놓아야 한다.

그 거짓말에는 자살이나 유방암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이런 경악스러운 낙인 찍기는 SB8 제정 이전부터 텍사스주 사람들이 받았던 제약의 일부입니다.

“사람들은 텍사스주 안에서 이동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텍사스주 면적은 남한의 일곱 배 가까이 된다.] 90퍼센트 이상은 낙태 시술자를 찾아가기가 어렵습니다. 이는 수많은 시골 사람들에게 어려움을 줍니다.

“12시간을 이동해도 텍사스주를 못 벗어날 수 있어요. 차를 타고 낙태 시술자를 방문하기가 더더욱 어려운 거죠.”

‘낙태 시술자 표적 규제(TRAP)법’ 때문에 진료소를 늘리기도 어렵다.

낙태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선택의 폭은 계급과 인종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로드리게스는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낙태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들은 돈과 가용 자원이 더 많은 사람들입니다. 대개는 백인이고 중산층이죠. 그래서 저희가 활동에서 언제나 인종적 정의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로드리게스는 낙태 시술을 받으려 한다는 이유로 범죄자 취급을 가장 많이 당하는 사람들은 “흑인과 선주민, 유색인종들”이라고 말한다.

“지금 오클라호마주에서는 한 선주민 여성이 유산을 했다는 이유로 기소를 당하고 있어요. 고의로 유산을 했다고 짐작하는 거죠.”

헌법 불합치

로드리게스는 미국 남부 주들에서 낙태금지법을 밀어붙이는 것이 낙태 문제를 연방대법원으로 가져가려는 우파의 전술이라고 했다.

텍사스주 법원에서는 SB8법에 대한 소송이 제기돼 그 법이 주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결정이 나왔다. 그러나 “현재 그 판결이 다른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모르겠다”고 로드리게스는 설명했다.

“이들은 일부러 이렇게 혼란을 부추깁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이 사태를 이해하기를 원치 않는 거죠. 반면 저희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설명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형식상의 합법성으로는 불충분하다. 로드리게스는 이렇게 말했다. “낙태를 시술하고 지원할 사람이 없으면 낙태권의 법적 보장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는 법원에서 유리한 판결이 나오기를 바라지만, 우리 권리를 지키는 데에서 사법 체계에 대한 의존을 벗어나기를 바랍니다. 이 점을 사람들이 알게 해야 합니다.

“연방대법원이 미시시피주 낙태금지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다면, 여러 주 정부들이 이를 이용해 다른 권리들도 공격할 것입니다. 성소수자의 결혼할 권리가 그 다음이 될 수도 있어요. 체제가 우리를 위해 돌아가지 않고 있으며 그랬던 적도 없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일깨워야 해요.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권리를 방어하고 더 대담하게 외쳐야 해요. 낙태권 지지도 더 분명히 드러내야 합니다.”

낙태에 대한 접근권은 그저 형식적으로 낙태권을 인정받는다고 해서 성취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지

“낙태에 대한 접근권이란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수치심을 느끼지 않아도 되고, 지지·지원을 받는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을 뜻합니다. 사람들이 보건 서비스를 누리기 위해 아등바등해야 하는 상황은 이제 끝나야 합니다.

“현재 우리는 우리의 존재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어요. 낙태권과 관련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낙태에 대한 접근권이 왜 필요한지 등도 알리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낙태를 가로막는 장벽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없애는 법을 통과시키려고 계속 싸우고 있어요. 정부는 낙태에 재정을 지원할 책임이 있어요. 우리는 ‘모두를 위한 메디케어’[전국민 단일 의료보험 체계] 같은 정책들의 도입을 위해 적극 활동하며, 낙태에 대한 보장을 여기에 포함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텍사스 접근권 평등 기금’의 핵심 사업은 사람들이 낙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낙태권 옹호 활동뿐 아니라 낙태 시술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기도 한다. 낙태를 위해 텍사스주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도 지원한다.

“재정적 지원뿐 아니라 정서적 지원도 제공합니다. 1:1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사회복지사도 있고 상호 부조 모임도 있습니다.”

이 단체는 “풀뿌리 지도자들이 기층을 조직할 수 있도록” 텍사스 전역에서 낙태권과 재생산 건강권을 위한 캠페인에 도움이 되는 교육 행사에도 재정을 지원한다.

“저희는 낙태 문제가 왜 모두의 문제인지를 알리기 위해 여러 단체들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SB8법이 노동조합 조합원들에게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지를 알리기 위해 노동조합들과 연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법원을 믿을 수 없다, 거리 투쟁이 필요하다

낙태권에 대한 위협은 기존 서비스를 지키고 더 확대하기 위한 더 큰 반격으로 응수해야 한다.

현재 연방대법원은 임신 15주 이상 낙태를 금지하는 미시시피주 낙태금지법의 합헌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합헌 결정이 나면 1억 3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낙태권에 대한 접근권을 박탈당할 수 있다. 이미 21개 주는 연방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거나 약화시키는 즉시 낙태를 금지하거나 낙태에 대한 접근권을 심각하게 훼손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은 낙태권을 헌법적으로 인정한 판례다. 이 판결은 주정부들이 임신 12주 차 이하 여성의 낙태를 금지할 수 없게 하면서도, 개별 주들이 그 이후의 낙태를 제한하는 것은 허용했다.

나아가 1992년 ‘가족계획협회 대 케이시’ 판결에서 법원은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할 능력”을 갖게 되는 시점인 임신 24주 이후에만 낙태를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두 판결 모두 여성에게 자기 몸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온전히 보장하고 낙태에 대한 포괄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는 한참 못 미쳤다.

하지만 두 판결은 모두 획기적인 것으로 여겨졌고, 그 판결들로 그나마 보장된 권리를 지키기 위한 투쟁이 이어졌다.

‘로 대 웨이드’

현재 우파가 연방대법원에서 편 논리는 미국 헌법이 낙태에 중립적이므로 낙태를 규제할 권한은 각 주에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인 10명 중 7명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 데에 반대하고, 59퍼센트는 모든 혹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낙태가 합법이어야 한다고 여긴다.

법원이 내릴 수 있는 판결은 여러 가지이고 복잡할 수도 있다. 각 주들이 더 조기에 낙태를 금지하는 것을 허용하면서도 낙태권은 헌법적 권리로 놔둘 수도 있다. 낙태권을 아예 헌법적 권리로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태아의 “생존 능력”이라는 기준을 폐기해서, 기존에는 허용되던 시점의 낙태를 제한할 수도 있다.

그러나 1차 변론이 열리자 보수 성향 연방대법관 6명(전체 연방대법관은 9명) 중 5명은 “생존 능력” 기준을 폐기하는 데에는 관심이 있지만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유지하는 데에는 관심이 거의 없음을 드러냈다.

그들은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고 낙태권을 모조리 박탈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판사 배럿은 입양 제도가 있기 때문에 낙태가 필요하지 않다고 시사했다. “강요된 양육”의 부담을 입양으로 없애면 된다는 논리였다. 판사 토머스는 아예 낙태권이 헌법적 권리라는 것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전진

미국 연방대법관들은 대통령에 의해 지명되고 그 대통령이 속한 당의 당론에 따라 투표한다. 2016년 3월 당시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메릭 갈런드를 연방대법관으로 지명했다.

하지만 상원 법사위에서 다수를 차지한 공화당 의원들은 상원 인준 전에 필요한 인사청문회 개최를 거부했다.

활동가들은 낙태권을 뒤집는 것이 공화당의 오랜 계획이었다고 말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여성의 권리를 공격하는 것에 맞선 항의가 여러 차례 분출했다.

2017년에는 대중운동의 강력한 잠재력이 드러났다. 당시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 500만 명이 거리로 나와 ‘여성 행진’을 벌였다.

법원이 낙태권을 유지시키도록 강제하려면 이만한 규모나 더 큰 규모의 거리 운동이 벌어져야 한다. 낙태 서비스 확대를 위해서도 싸워야 한다.

투쟁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여성들, 낙태를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이 자기 몸에 대한 자기 결정권이라는 기본적 권리를 박탈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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