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2일 새벽 파주시 외곽의 한 식품 공장 마당에 있는 컨테이너 숙소에서 화재가 발생해 인도 국적의 A씨(46세)가 사망했다.

서툰 한국말로 살려 달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옆 공장에서 달려 온 사람이 구출을 시도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무슨 이유인지 출입문은 열리지 않았고 창문은 쇠창살로 막혀 있었다. 불은 20~30분 만에 진압됐지만 A씨는 이미 숨져 있었다.

A씨는 인도적 체류 허가(G-1비자)를 받아 한국에 3년째 거주 중이었다고 한다. 인도에 배우자와 6세 딸이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23일 새벽에는 김포시의 공장 컨테이너 숙소에서 화재가 발생해 이주노동자 수십 명이 대피하는 일도 있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넋을 잃고 화재 현장을 바라보는 A씨의 친동생 ⓒ출처 포천 이주노동자센터 김달성 목사

반복되는 비극

이주노동자가 사는 컨테이너 숙소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일은 겨울마다 반복되고 있다. 사용자들이 비용을 아끼려고 열악한 숙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제공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숙소는 흔히 컨테이너나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임시 가건물이라 화재에 취약하다. 게다가 냉난방과 소방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추위를 막으려고 전기장판 등 전열기를 과도하게 사용하다 화재가 나고, 소방 시설이 없어 곧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것이다.

‘2020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사용자가 제공한 숙소에서 생활하는 이주노동자 545명 중 11.2퍼센트가 소화기·스프링클러 등 화재 대비 시설이 없다고 응답했다. 6퍼센트는 냉난방 시설이 없었다.

2018년 고용허가제 외 체류 자격과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일부 포함한 실태 조사에서는 화재 대비 시설이 없다는 응답이 약 35퍼센트로 더 높았다.(‘최저보다 낮은 – 2018 이주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주거환경 실태 조사’)

〈경인일보〉 보도를 보면, A씨의 숙소도 소화기와 화재경보기 등 화재 대비 시설이 없었다고 한다. 심지어 화장실도 없었다.

정부는 땜질 처방만

2020년 12월 캄보디아 여성 이주노동자 속헹 씨가 한파 속 숙소에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숙소 문제가 사회적 주목을 받았다. 그러자 정부는 몇 가지 대책을 내놨다.

우선 숙소 기준을 일부 강화했다. 그리고 사용자가 이 기준에 미달하는 숙소를 제공하면 고용허가를 취소하거나 제한할 수 있게 했다. 또, 기준에 미달하는 숙소를 제공하면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가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원래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정부의 이런 대책이 한참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우선, 이 대책은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만을 대상으로 한다. 속헹 씨가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였기 때문에 딱 그에 한정한 대책만 내놨던 것이다. A씨와 같은 인도적 체류 허가자, 현재 전체 이주민의 20퍼센트에 달하는 미등록 이주민, 난민 신청자 등은 적용받지 못한다.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인 경우에조차 한계가 많다. 사용자가 기준에 미달하는 숙소를 제공해도 정부가  바로 제재하지 않는다. 새로 고용계약을 맺을 때에야 해당 사용자에게 고용허가를 취소하거나 제한한다. 즉, 계약 중인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의 숙소를 바로 개선하지 않아도 크게 불이익이 없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로 항공편이 급감해 신규 이주노동자 유입이 줄면서 이런 제재로 숙소가 개선되는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주노동자가 숙소 문제로 사업장을 변경하려면, 숙소가 기준 미달이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한국의 법, 제도,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이주노동자에게 이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이런 사각지대 속에서 A씨가 화재로 사망하는 비극이 또 벌어진 것이다.

정부는 고용주가 이주노동자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 시설을 저렴하게 제공하도록 보다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