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는 길을 잃고 있다: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에 진보성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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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4월 20일 발행된 글의 수정판인데, 단지 마오쩌둥을 언급한 부분만 뺐다.
최근 사회진보연대는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제하 펴낸 소책자와
게다가 사회진보연대는 서유럽의 군비 증강이
이번에 발표한 글들에서 사회진보연대는 냉전 이후에도 계속 존재하는 나토와 나토의 동진, 미국 제국주의의 문제들을 인정한다. 특히, 나토의 동진이
그러나 이를 통해 사회진보연대는 서방과 친서방 나라의 좌파들이 나토를 반대하거나,
규칙 기반 질서?
사회진보연대는 미국이 만든 세계 질서를
이 주장들에서 드러나듯이, 사회진보연대는 미국이 만든
물론 사회진보연대는 이 질서가
그러나 이 설명이 뜻하는 것도 미국 자신이 만든 규칙을 지키지 않고 약소국인 이라크를 침략한 게 제국주의적이라는 것이지, 미국이 만든
그래서 사회진보연대는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이런 인식은 사회진보연대의 이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윤소영 교수에게서도 나타났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발발 직후 윤소영 교수는 아래와 같이 썼다.
“금융세계화를 위한 통치성은 … 미국과 유럽의 공동 지배, 나아가 미국과 일본의 공동 지배가 형성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공동 지배 때문에 중심부 국가와 중심부 국가 사이의 제국주의적인 전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캘리니코스는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이 미국과 유럽이나 소련이나 중국의 세계 전쟁을 예고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미국의 일방주의 때문에 유럽이나 소련이나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하지요. … 그러나 저는 고전적인 제국주의론을 논거로 하는 이런 주장이 별로 설득력이 없는 과도한 주장일 따름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알렉스 캘리니코스가 고전적 제국주의론을 고스란히 자신의 논거로 삼는다는 윤 교수의 주장은 정확한 지적이 아니다.
오늘날 미국과 러시아
그렇다면, 사회진보연대는 미국이 주도한
사뭇 달라 보이는 이 정책들 속에도 미국의 이익과 패권을 지키려는 일관된 힘과 논리가 작동했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그러나 사회진보연대는 이런 질문을 던지지 않는 듯하다.
나토의 동진
사회진보연대가 이런 질문을 던지지 않는 이유는 첫째, 그들이 미국과 옛 소련 사이의 경쟁을 제국주의적 경쟁으로 보지 않는 것과 관련 있다. 미국이 서유럽
분명 미국이 수립한
그러나 미국은 제2차세계대전에서 승리한 후 세계의 일부에 자신의 공식 제국
미국은 IMF와 세계은행 같은 국제 기구들을 만들어
그러나 또 다른 승전국인 소련은 미국에 맞설 힘이 있었고, 특히 미국의 정책이 자신이 확보한 세력권을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생각했다. 미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산업 생산성 수준으로는 자유무역을 통한 경제적 경쟁에서 배겨내기 힘들다고 본 것이다. 1947~1948년 소련 관료들은 자신들이 지배하는 세력권에 미국이 접근하지 못하게 막음으로써 미국의 세계 제패 기도에 맞서기로 했다.
이에 맞서 미국은 서유럽과 일본 같은 자본주의 선진국들을 자국의 지정학적
이처럼 나토는 처음부터 유럽에서 소련의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고 미국의 제국주의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창설된 것이다. 그래서 소련이 붕괴한 후에도 나토는 해체되지 않았다. 1990년대 빌 클린턴 미국 정부는 유럽 동쪽 깊숙이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해 러시아를 포위하는 데에 나토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미국 민주당의 주요 지정학 이론가이자 전략가로 나토 동진의 주요 설계자였던 브레진스키는 《거대한 체스판》
그래서 사회진보연대도
이처럼 더욱 성공적으로 추진돼 온 미국의
미소 양대 세력의 대결을 제국주의적 경쟁으로 보지 않는 좌파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대다수 좌파가 옛 소련을 사회주의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진보연대는 적어도 1940년대 이후의 소련은 국가자본주의라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의 경쟁은
둘째, 사회진보연대는 미국이 만든
레닌과 부하린 같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20세기 초반에 내놓은 고전적 제국주의론은 자기들끼리 세계를 분할하고 재분할하는 처지로 내몰린 서방 열강이 한편으로는 전쟁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식민지 직접 통치로 나아간다는 주장에 기초를 두고 있었다. 따라서 제2차세계대전 이후 옛 식민지들이 독립하고 옛 제국들이 사라진 현상은 많은 좌파들의 사고에 혼란을 주었다. 크리스 하먼은 이와 관련된 혼란을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좌파들은 대부분 제국주의 개념을 서방 자본가 계급의 제3세계 착취만을 가리키는 것으로 조용히 재 (再) 정의하고 레닌의 이론에서 그토록 중요했던 제국주의 열강 간의 전쟁몰이를 무시했으며 실천에서는 체제 전체를 카우츠키가 말한 초제국주의의 한 변형쯤으로 이해했다. 동시에 식민주의에 대한 얘기를“신식민지” 나 “반식민지” 에 대한 얘기로 대체했을 뿐이다.”
사회진보연대의 주장도 좌파들의 이런 혼란과 관련 있다. 사회진보연대가 말하는
앞서 봤듯이, 이 질서는 제국주의적 경쟁을 없앤 것이 전혀 아니었다. 미소 양대 초강대국의 제국주의적 경쟁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은 식민주의 지배를 지속할 생각이 없었다. 미국은 자유무역 질서를 확립해
제2차세계대전 종전 후 영국
또한 미국은 자신의 세력권을 지키기 위해 일부 지역에서 영국
이런 사례들을 내가 더 자세히 열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아리기를 우호적으로 품은 사회진보연대가 이런 사례들을 모를 리 없을 테니 말이다.
사회진보연대도 인정하듯이,
셋째, 사회진보연대는 나토 동진의 제국주의적 성격을 무시하고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시도가
그러나 나토와 유럽연합의 동진은 우크라이나나 폴란드 같은 동유럽 국가들이 아니라 미국이 추진한 정책이다. 사회진보연대도 인정하듯이, 나토의 동진 금지는 미국이 약속한 것이었지만
사회진보연대는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승리하든, 젤렌스키 정부가 나토의 군사적 지원에 힘입어 승리하든 그 결과는 파괴적일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오래지 않아 또다시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 더 큰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각자 자신이 점령한 지역에서 반대편 사람들을 축출하는
이런 최악의 상황이 아닌 바람직한 대안은 각 지역에서 자국의 제국주의적
역사적으로도 제국주의간 쟁투와
제1차세계대전이 끝나고 발칸 반도의 여러 국가들은 자신이 속한 동맹에 따라 승전하기도 했고 패전하기도 했다. 그리고 뒤이어 각자 차지한 영토에서 끔찍한 인종 청소가 자행됐다. 심지어 이런 일은 거듭 반복돼 왔는데, 가장 최신 사례는 1990년대 옛 유고슬라비아 지역에서 내전이 벌어지고, 마침내 나토가 개입해 수만 명을 살상한 것이다.
그동안 사회진보연대는 한미일 군사동맹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갈등과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킨다고 옳게 비판해 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우크라이나 민중의 선택이라고 옹호한다면, 앞으로 사회진보연대는 한미
미
넷째, 사회진보연대는 미국이
그러나 미국이 냉전 이후 만들려 한 질서와 이라크 침공 모두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냉전에서 승리한 이후 미국은 한동안 세계 유일 초강대국처럼 군림했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적 지위 하락은 계속됐다. 패전국이었지만 미국의 동맹국이 된 독일과 일본은 이미 1970년대에 미국의 경제적 우위를 위협할지도 모를 잠재적 도전자로 떠올랐다. 1990년대부터는 중국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2000년대에 중국이 미국의 세계 패권에 대한 잠재적 도전자로 떠올랐다.
그래서 지난 30년 동안 미국은 기를 쓰며 자신의 세계적 헤게모니를 지키려 해 왔다. 이를 위해 미국 지배자들은 신자유주의적 질서를 앞세워 세계를 더욱 개방시키고 미국 자본과 상품이 유입되도록 만들려 했다.
또 한 가지 방법은 자신이 다른 강대국들에 견줘 결정적 우위를 지닌 부문인 군사력을 이용해 자신의 지배력을 강화하려 시도한 것이었다. 1990년대에 미국은 나토를 확장케 해 러시아를 포위했고, 이라크에 대한 경제 제재와 폭격으로 중동에서 미국의 지배권을 보여 주려고 했다. 그러다 2000년대 초에는 이라크를 완전히 장악하면 중동에 대한 미국의 지배력을 굳힐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미국 지배자들이 중동에 대한 지배력을 보여 주려고 한 까닭은 일단 석유에 대한 지배력 때문이었다. 정작 미국 자신은 중동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 유럽
이처럼 냉전 이후 미국이 주도한 세계질서도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것이었다. 물론 2010년 이후 미국의 주요 경쟁 상대는 중국으로 바뀌었지만, 서방 진영 내에서 경제력을 성장시킨 유럽과 일본 등도 통제하기 위해 미국은 애쓰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 제국주의 역시 미국에 만만찮은 경쟁 상대라는 점을 보여 준다.
사회진보연대는 미국이 주도한 질서에 모종의 진보성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질서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고 자신의 최대 강점인 군사력을 십분 활용하는 정책이었을 뿐이다. 프랑스 트로츠키주의자 클로드 세르파티가 말한
게다가 미국 주도 세계질서는 그 내적 모순 때문에 약화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진보연대가 이를 아쉬워하고 마치 이 질서의 외부로부터 권위주의의 위협이 제기된 듯 묘사하며 이 질서를 옹호하는 것은 또 다른 모순일 뿐이다. 오바마의
사회진보연대는
그러나 제국주의 열강 사이의 의견 조율을 위해 탄생한 유엔을 수십억 명의 평범한 대중을 위해 개혁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순전한 착각일 뿐이다. 서로 경쟁하는 제국주의 국가들 사이의 협약으로 세계를 민주적이고 공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도 환상이다. 사회진보연대는 카우츠키가 말한
그러나 혁명적 마르크스주의는 자본주의의 경제적 경쟁이 필연적으로 군사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