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미국의 전쟁 목표:
“러시아 약화”로 공세적 변경

미국이 “러시아 약화”를 전쟁의 목표로 삼고 있음이 드러났다. 미국 국방장관 로이드 오스틴은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과 같은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약화되는 것을 보길 원한다.”

미국의 목표가 전쟁 종식이나 우크라이나의 실지(失地) 탈환이 아니라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그리고 제재를 통해 경제적으로) 약화시키는 것이라는 뜻이다.

이를 위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어마어마한 중화기들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330억 달러(약 41조 9925억 원)의 추가 예산 승인을 의회에 요청했다.(이미 미 의회는 3월 초에 136억 달러를 승인한 바 있다.) 미국이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자 확전의 신호다.

유럽연합 국가들도 뒤따르고 있다. 특히, 독일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토 회원국들 중에서 가장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에 게파르트 대공 전차 50대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했다. 올라프 숄츠(사민당) 정부는 제2차세계대전 패배 이후의 금기 사항을 깨고 연방군의 재무장 프로그램에 착수했다. 연방군은 독일의 전쟁 기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서방의 무기 지원 확대 목적을 이렇게 풀이했다.

“이런 무기 수송의 목적은 몇 주 안에 있을 전쟁의 다음 결정적 국면에서 우크라이나 정부를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수개월 또는 수년 동안 지속될 수 있는 투쟁에서 그 나라를 무장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최신형 곡사포 ⓒ출처 미 해병대

대리전

바이든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러시아를 상대로 한 대리전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것은 냉전 시대에 미국 역대 정부들이 피했던 전략이다. 자칫 잘못하면 러시아와 나토가 직접 군사적으로 대결하는 확전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고, 어쩌면 핵 재앙으로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미국과 나토는 소련의 지배에 반대하는 동유럽 무장 봉기들을 지원하지 않았다. 예컨대, 1956년 소련군 탱크가 헝가리 혁명을 짓밟자 헝가리 사람들은 서방에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 아아젠하워는 “우리는 무장 반란을 주장하거나 촉구한 적이 결코 없다”며 지원을 거부했다.

미국이 소련 지배의 정당성을 인정해서가 아니었다. 미국과 유럽, 더 나아가 인류 전체의 간담을 서늘케 할 위험을 계산한 결과였다.

그래서 미국이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대리전을 벌이는 것은 그만큼 위험하다.

로이드 오스틴이 “러시아 약화” 발언을 한 그날, 러시아 외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는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중화기를 지원하면서 “본질적으로” 러시아와의 대리전에 참전했다고 주장했다.

라브로프는 현 상황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핵 위험에 빗댔다. 1962년 가을 인류는 핵 절멸의 위기에 가까이 다가간 적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냉전 종식 이후 유럽에서 벌어진 최초의 전쟁은 아니다. 1999년 나토의 발칸반도 전쟁이 있었다. 또,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시리아 전쟁, 팔레스타인 투쟁 등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도시와 마을이 파괴됐다.

그러나 이 전쟁들은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두 핵 강국들이 본격적으로 관여한 전쟁이 아니었다.

프랑스 외무장관 장-이브 르드리앙은 이렇게 말했다. “대서양 동맹이 핵 동맹이기도 하다는 점을 블라디미르 푸틴은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는 말하지 않겠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 세계를 더욱 양극화시키고 위험한 곳으로 만들고 있다. 영국 외무장관 리즈 트러스는 이렇게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의 전쟁이며 모두의 전쟁[이다.] 우크라이나의 승리는 우리 모두에게 전략적 의무[이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중국 등 “우크라이나 너머에서 떠오르는 위협”에 맞서 새로운 “강경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주요 세계 열강이 충돌할 공산도 커질 것이다.

우리는 푸틴을 지지하지 않는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에서 학살을 저지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오랫동안 그리고 최근에는 아프가니스탄·이라크·시리아에서 무방비 상태의 무고한 시민들을 피 흘리게 했다는 사실도 똑똑히 기억한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 정부가 나토의 전쟁에 (은근히 또는 노골적으로) 동참하는 것을 반대한다.('미국의 우크라이나 첩보 지원은 공격 좌표 찍는 전쟁 행위'를 읽어 보시오.)

제국주의 간 대결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주적은 국내에 있다”는 독일 혁명가 카를 리프크네히트(1871∼1919)의 국제주의적 기치를 되살려 반전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에 관한 푸틴과 바이든의 거짓말

푸틴은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는 “볼셰비키에 의해 만들어진” 국가라고 강변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1917년 러시아 혁명 때까지 “인민들의 감옥”(러시아 혁명가 레닌이 제정 러시아를 묘사한 말이다)에 갇힌 수많은 소수민족들 중 일부였다.

푸틴이 우크라이나의 국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역사를 200년 전으로 돌리는 것이다. 차르 알렉산드르 1세는 우크라이나어를 가르치지 못하게 했고, 1871년에 동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키예프-모힐라 아카데미(1615년 개교)를 폐쇄했다.

반면, 볼셰비키는 혁명 직후에 우크라이나어 금지를 해제했고, 우크라이나어로 된 새로운 교과과정을 도입했다.

한편, 바이든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침략”의 희생자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국민은 러시아 제국주의와 서방 제국주의 둘 모두의 희생자다.

1991년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USSR; 당시 러시아의 국명)에서 분리 독립한 우크라이나는 이후 동서 진영 사이에 끼인 죽음의 경계 지역이 됐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를 후견국으로 삼고 싶어 하는 정부와 미국을 후견국으로 삼고 싶어 하는 정부가 번갈아 등장했다. 그러다가 2014년 유로마이단 이후 우크라이나 지배계급은 친서방 노선을 확정했다.

그리하여 우크라이나는 이스라엘·이집트·요르단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미국의 군사 원조를 많이 받는 국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