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4일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민주당의 ‘내로남불’을 반성·사과하는 단독 기자회견을 연 뒤, 민주당 내 갈등이 분출했다.

박지현은 “[민주당이] 대선에서 졌는데도 내로남불도 여전하고, 성폭력 사건도 반복되고, 당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팬덤 정치도 심각하고, 달라진 것이 없다”며 당 쇄신안을 곧 발표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 전해철을 포함한 민주당의 핵심 인사들이 벌떼같이 달려들어 박지현을 비난했다.

박지현 사퇴 압력의 진원지가 그저 소수 ‘개딸’(개혁을 바라는 딸)이 아니라 민주당 핵심부임이 밝히 드러났다.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 윤호중 등 실세들은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당의 마스코트로만 남기를 원한다 ⓒ출처 더불어민주당

대선 패배 뒤 민주당은 상징적인 당 쇄신 제스처로 박지현에게 공동비대위원장직을 맡겼다. 하지만 윤호중 등 실세들은 박지현을 마스코트 정도로만 활용하려 했지, 그의 쇄신 제안을 인정하지 않았다.

박지현은 단독 기자회견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최강욱 의원 징계와 평등법 제정, 검찰개혁 입법과 소상공인 손실 보상 등을 비롯해, 공식적인 회의에서 제가 제기한 사안들이 매번 묻[혔다.]”

임시 봉합

윤호중과 박지현의 갈등은 지방선거 투표를 앞두고 임시 봉합됐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한다면, 민주당의 실세인 보수적 의원들은 박지현을 속죄양 삼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진다면 그것은 박지현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 배신의 5년과 거기에 협조한 민주당 탓이다. 민주당의 인기 없음은 그 당의 배신에 대한 환멸이 여전하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대선에서 우파 재부상에 대한 위기감 때문에 개혁 염원 대중은 민주당에 “미워도 다시 한 번” 투표를 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상황에서 반성도, 개혁적 비전이나 그에 걸맞은 후보도 내세우지 않는 민주당에 투표할 열의가 클 까닭이 없다.

그런데도 민주당 핵심 인사들은 배신을 남 탓으로 돌리기에 바쁘다. 그로 말미암은 선거 부진을 고작 2개월간 비대위원장을 맡은 박지현 탓으로 돌리려 한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운좋게 참패를 면해도 박지현이 마스코트가 아니라 쇄신의 주체가 되려 하는 한 민주당 내에서 계속 공격받을 것이다.

선거만 끝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벼르는 민주당 인사들이 많다. 그들은 박지현이 개혁 염원층의 불신을 사 온 민주당의 주요 인물들을 비판하고 이들의 ‘아름다운 퇴장’을 요구한 것에 격분해 있다.

박지현에 대한 공격은 8월 당대표 선출을 앞두고 벌어지는 당권 투쟁의 일환이기도 하다. 박지현 사퇴 압력을 가하는 세력들은 그를 영입한 이재명의 당내 입지도 흔들려고 한다.

그런데 이재명은 민주당 주류의 눈치를 보느라 확실하게 박지현을 편들지 않고 있다. 이런 어중간함으로 오히려 이재명의 존재감이 덜해졌다. 이는 향후 당내 투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속죄양

지난 주말 긴급 비상대책위원회 간담회를 거친 뒤 윤호중은 박지현의 당 쇄신안을 지지한다며 민주당의 변화를 다시 약속했다. 하지만 이런 말을 믿을 수 있겠는가.

박지현이 민주당 실세들에 반기를 들다가 내쫓길 위기에 놓인 것은 민주당의 계급적 본성에서 비롯한다. 민주당은 자본가 계급과 특권층에 핵심 기반을 둔 공공연한 친자본주의 정당이다. 비록 개혁적·진보적 미사여구로 본질을 은폐하는 데 능숙하지만 말이다.

민주당의 핵심 기반과 진정한 성격 때문에, 선거에서 표를 얻고자 대중의 개혁 염원을 대변하는 척도 하지만 말과 행동이 늘 따로 논다. 민주당은 몇몇 개혁적 인물을 내세워 지지를 모으고는 기대를 저버리는 일을 수십 년째 반복해 왔다.

민주당의 성격은 대표 등 주요 직책을 누가 차지하든 바뀌지 않는다. “더 많은 ‘박지현’”(〈한겨레〉)이 있어도 그렇다. 민주당을 통해 공직을 맡는 개혁적 인물들은 보수적 반대에 시달리다 길들여져 점점 온건해지거나, 그렇지 않으면 내쫓기기 십상이었다.

사회 개혁을 바라는 사람들은 민주당 실세들이 박지현을 속죄양 삼아 마녀사냥하는 것에 반대해야 한다. 동시에 이번 사태의 근본에 놓인 민주당의 본질에 대해서 숙고해 봐야 한다.

개혁을 이룰 진정한 힘

철옹성 같아 보였던 박근혜 정부를 조기 퇴진하게 만든 힘은 민주당이 아니라 노동계급 중심 서민층 사람들 연인원 1700만 명이 참가한 대중 투쟁이었다.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이 분출했을 때, 당시 민주당은 그 운동과 거리를 두며 박근혜와 꼼수(거국중립내각) 거래를 시도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나중에서야 운동에 올라타서 운동을 탄핵이라는 합법적 절차로 돌렸다(만만치는 않았지만 결국). 그리고 집권해서 5년 내내 ‘촛불 정부’를 참칭했지만 막상 실질적 개혁은 거의 제공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금, 과거의 대중 투쟁에서 배우고 민주당이 한 일들을 진중하게 살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