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경찰에 대한 통제를 본격적으로 강구하겠다고 한다. 경찰 권한이 커진 만큼 그에 대한 통제도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를 꾸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이후 경찰의 대응을 논의한 결과, 행정안전부 장관의 법적 사무에 “치안 관리”를 포함시키고 법무부 검찰국처럼 행정안전부 경찰국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945년 미군정청 경무국을 공식 기원으로 하는 경찰은 1948년 대한민국 국가 수립 후 1991년까지 내무부 치안국-치안본부 형태로 유지돼 왔다.

독재 체제 유지의 필요와 산업화·도시화 등의 사회 변화에 따라 치안(경비, 치안 정보 수집, 범죄 예방, 수사 등 기성 체제의 기본 질서 수호) 기능을 수행하는 경찰은 조직·예산 등 비중이 커졌다.

독재 정부의 손발 구실을 하는 추악하고 방대한 조직에 대한 사람들의 원성과 증오도 컸다.

형식적 중립

이 때문에 1987년 6~8월 대투쟁 이후, 노태우 정부는 형식상 치안본부를 내무부의 독립외청인 경찰청으로 바꾸고, 내무부(오늘날 행정안전부) 장관의 법적 사무에서 “치안”을 삭제해 별도의 ‘경찰위원회’가 경찰의 인사와 행정 등을 관리하는 것으로 양보 시늉을 했다.

물론 그런 제도 하에서도 경찰의 정권 앞잡이 구실, 체제 수호를 위한 억압적 만행들은 결코 억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경찰 권력을 억제하라는 대중의 염원에 부응하는 척이라도 해야 했던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우파 정부가 노골적으로 직접 경찰을 지휘·통제하겠다는 것은 경찰의 사찰과 정보 보고, 치안 통제 등을 훨씬 더 효율적·통일적으로 실행하겠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 장관에 판사 출신으로 윤석열의 고교-대학 직계 후배이자 측근(이상민)을 앉힌 이유일 것이다.

이런 일은 국가기구 전반에 대한 통제력 강화와 함께 진행되고 있다. 윤석열은 공직자 사찰·검증 시스템을 개편해, 법무부에 인사 검증 기구(인사정보관리단)를 신설하고, 이 조직이 대통령비서실의 인사기획관·인사비서관·공직기강비서관과 연계돼 움직이도록 했다. 이 자리들에 모두 검찰 측근들을 임명했다.

범죄 수사에 대한 지휘권을 가진 국가수사본부장에 베테랑 수사 검사 출신자를 앉힐 수도 있다. 검·경 수사 기능이 더 일사불란해지기를 기대해서일 것이다.

대중적 불만과 저항 가능성에 대비하고자 윤석열 정부는 억압적 국가기관들을 강화해 탄압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진

이런 일을 두고 민주당과 친민주당 지식인·언론 일각에서는 ‘검찰공화국’화라는 주장이 나온다.

그런데 국회에서 국민의힘 장제원이 민주당에게 한 답변이 시사적이다. 경찰청장이 교체되면 경찰에도 비슷한 인사 검증 조직을 두겠다는 것이다. 이참에 국정원에도 인사 검증을 맡기자고도 했다. 그러면 법무부 권한 ‘집중’은 아니라는 것이다.

요컨대, 다른 억압 기관들도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검찰만 문제삼는 시각은 나무를 보느라 숲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사실 문재인 정부도 검찰 수사가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이로울 때는 검찰을 문제 삼지 않았다. 오히려 경찰의 힘을 늘려 주고, 국정원 적폐 청산은 시늉만 하다 말았다. 한편, 민주당도 안보 위기 국면에선 검·경·국정원이 합작한 간첩 조작을 활용했음을 알아야 한다.(관련기사: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과 오늘날 의미”)


검사 출신자들만이 아니다

윤석열은 경기 침체와 지정학적 불안정 속에서 지배계급의 이익을 지키려고 친기업·친제국주의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그 수단으로 전통적 보수파 관료들을 중용하고, 국가기관 전반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려 한다.

윤석열은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옮기고, 정책 관련 요직에 기획재정부 출신 경제 관료들을 중용했다. 국방부장관·대통령경호처장, 국가안보실의 군 관련 직책에 모두 육사 출신을 앉혔다. 합참의장에도 9년 만에 육사 출신자가 임명됐다. 검찰만 중용한 것도 아닌 것이다.

국방장관 이종섭은 5월 27일 육·해·공군 신임 참모총장 취임식에서 “북한이 직접적인 도발을 자행한다면 자위권 차원에서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때의 “자위권”은 도발 원점, 지원·지휘 세력까지 타격하는 매우 호전적인 작전 개념이다.

윤석열의 경제안보 강화 노선은 기술 보안 등을 핑계로 국정원의 강화도 동반될 것이다. 기업이 흥하는 것이 안보라면, 기업주들의 고통 전가 공세에 저항하는 것도 안보 문제로 볼 것이고, 그에 따라 검찰·경찰·국정원·군 등의 협업도 늘 것이다.

윤석열 정부 새 인사시스템의 일부인 공직기강비서관에 국정원과 유착한 간첩 조작 사건 검사 이시원을 임명한 것, 역겨운 부패와 정치공작에 연루됐던 전 국정원장들을 취임 3주 만에 둘이나(남재준·이병기) 풀어 준 것은 국정원에 대한 고무와 격려의 신호다.

결국 지금 상황의 본질은 지배계급의 전통적 우파가 국가기구를 더 일사불란하고 반동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국가기관 전반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민간 사찰, 집회·표현의 자유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고 할 것이다.

지금 노동자들의 의식과 조직은 대체로 건재하고, 물가 인상과 소득 부진에 대한 불만은 높다. 이런 대중적 불만과 저항 가능성에 대비하고자 윤석열 정부는 억압적 국가기관들을 강화해 탄압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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