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르키우(하르코프)에서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성공한 뒤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날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더 위태로운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

하르키우 패배에 대한 대응으로 푸틴은 러시아 군대가 점령한 4개 주(도네츠크·루한스크·헤르손·자포리자)에서 영토 병합 주민 투표를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투표 결과는 예정돼 있었다.

물론 미국의 바이든은 이 주민 투표를 반대했다. 그리고 프란시스코 교황은 개전 이래 처음으로 푸틴을 콕 집어 “폭력과 죽음의 악순환을 멈추라”고 경고했다. 한국 윤석열 정부도 10월 1일 미국 측 입장에 동조해 이 병합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푸틴이 4개 주 친러 지도자들과 영토 병합 조약을 체결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러시아 정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 점령은 비판받아 마땅하고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에서 철군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며 자기네의 권력을 위한 전쟁을 벌이는 것에도 반대해야 한다. 러시아뿐 아니라 미국 등 서방도 제국주의적 권력을 위해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폭력과 죽음의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지금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푸틴이 코너에 몰렸다고 보고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더 강화하려 한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점령지 병합을 공식 선언한 다음 날인 10월 1일, 우크라이나 군대는 도네츠크 주의 거점 도시이자 루한스크 주의 북쪽 관문인 리만을 탈환했다. 그 결과 일순간에 팽팽한 핵전쟁의 긴장감이 돌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또, 남부의 헤르손 탈환을 준비하고 있다. 젤렌스키는 처음부터 이 계획을 훨씬 선호했다. 헤르손이 러시아가 점령한 최대 도시이자 크림반도로 가는 관문이라는 전략적 고려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군대는 8월 하순 헤르손 탈환 작전을 벌였다가 큰 손실을 입고 실패했었다.

그런 상황에서 9월 초 동북부의 하르키우 전선에서의 반격이 승리를 거뒀다. 미국과 영국이 제안하고 계획하고 군사적으로 지원한 덕분이었다.

미국·영국은 구체적인 작전 계획을 우크라이나와 긴밀하게 논의했다. 전선에 배치돼 있는 러시아 부대들의 위치와 규모에 대한 정보 수집 강화, 전쟁 모의실험(워게임) 수차례 실시, 군사 지원 문제 등.

사실상 이 계획은 거의 전적으로 미국의 무기 추가 지원 규모와 속도에 달려 있었다.

비밀이라고 할 것도 없이, 미국은 이미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다연장로켓·총·드론·미사일·탄약 등을 우크라이나에 공급해 왔다. 또, 미국은 8월 말까지 155㎜ 곡사포용 포탄 80만 6000개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했다.(옛 소련제 무기를 사용하는 우크라이나 군대의 탄약은 진작 바닥이 났다.)

하르키우 탈환 작전에서는 특히 미국이 새롭게 제공한 고속 대(對) 레이더 미사일(HARM; 공대지 미사일)이 러시아의 대공 방어 레이더망을 파괴해 러시아의 제공권을 제압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제공한 이동식 로켓 발사 첨단 무기인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을 사용해 400개 이상의 러시아 목표물을 공격했다(미 합참의장 마크 밀리).

미국과 나토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실상 참전하고 있다.

30만 대군

푸틴은 전술 핵무기 카드와 동원령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9월 30일 푸틴은 4개 주 친러 지도자들과 영토 병합 조약을 체결하고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4개 지역이 새로 러시아의 일부가 됐다. 이 지역 주민들은 영원히 우리 시민이다. … 모든 수단을 동원해 … 영토 보전에 나설 준비가 됐다.”

그저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막기 위한 엄포가 아니다.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이다.

미국보다 군사력이 약한 러시아는 소형 전술 핵무기를 사용해 판을 흔들고 전황을 자국에 유리하게 바꾸려 할 수 있다.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의 재래식 전력이 미국에 비해 부실하다는 점이 명백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푸틴은 또한 30만 명의 예비군을 동원하는 부분 동원령을 발표했다. 30만 명의 예비군은 대군이다. 그들을 훈련시키고 필요한 장비와 군수품을 지원하는 데 수개월이 걸릴지라도 러시아 정부는 언제든 그 부대를 파병해 전후방의 공백을 메울 수단을 갖게 된다.

게다가 예비군 중 동원 소집 상한선이 명시되지 않는 등 관련 법령들의 모호한 문구들은 앞으로 더 많은 병력을 동원할 여지를 남겨 놓고 있다.

푸틴의 메시지는 2023년에도 전쟁을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군대가 전술적 성공을 거뒀지만, 겨울이 오기 전에 전략적 승리를 거두기는 불가능할 듯하다.

이 때문에 서방의 일부 군사 분석가들은 장기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서방이 우크라이나 군대를 준비시켜야 한다고 주문한다.

더 많은 총과 더 많은 총알받이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크라이나 정부는 18~60세 우크라이나 남성을 출국 금지시키는 계엄령을 계속 연장하고 있다.

서방은 또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규모를 확대하려고 한다. 유럽연합은 8차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 G7(주요 7개국) 외무장관들도 독일(현재 G7 의장국)의 주도로 추가 제재를 결의했다.

이렇듯, 우크라이나 땅에서 벌어지는 제국주의간 전쟁의 새 국면은 글로벌 경제 전쟁을 더욱 격화시키고, 그 비용은 세계 도처에서 보통 사람들이 치를 것이다.

언론들은 푸틴의 동맹들이 흔들리고 있다고 보도한다. 사실 푸틴과 시진핑의 최근 회담에서 시진핑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의문과 우려”를 나타냈고, 푸틴은 “시진핑 주석의 의문과 우려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러시아군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중국 기업들을 추가 제재할까 봐 시진핑 정부가 걱정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시진핑이 푸틴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 러시아의 패배는 중국에 더 끔찍한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서방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확대하는 것은 세계 도처에서 새로운 군비 경쟁을 자극하고 있고, 각국에서 (파시즘의 성장을 비롯해) 우익 민족주의를 고무할 것이다.

반전 운동

푸틴의 동원령 발표에 반발해 러시아의 많은 도시에서 반전 시위가 벌어졌다. 개전 직후 반전 시위가 분출한 뒤 여러 달 만에 벌어진 대중적 반전 시위이다.

러시아 반전 운동은 우군이 필요하다. 그 우군은 러시아에서 짓밟히고 있는 자유에 대해 위선적인 언사를 늘어놓는 서방 정부들과 주요 언론들이 될 수 없다.

그리고 미국 등 서방의 미사일과 경제 제재는 러시아의 반전 목소리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약화시킨다.

노동자 등 서민층에 전쟁과 경제 위기의 대가를 떠넘기는 자국 정부에 맞서는 국제적인 투쟁들이 러시아 반전 운동의 진정한 우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