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중 간 전쟁 위험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다

미국 상공에 중국의 풍선이 출현하고 미국이 그것을 격추한 사건을 중국의 매파와 미국의 매파 모두 이용하려 할 것이다.

중국 풍선의 잔해를 수거하는 미군 격추 후에도 미국 내에서는 민주당·공화당이 누가 중국에 더 강경할 수 있는지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출처 미 해군

미국이 자국 영공으로 날아온 중국의 정찰 풍선을 격추하는 결과에 이르게 된 극적인 사건은 세계가 얼마나 위험해지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F-22 전투기가 풍선을 쏘기도 전에 미국 국무장관 앤터니 블링컨은 중국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블링컨은 이번 방문에서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을 만날 예정이었다. 블링컨은 “명백한 주권 침해이자 국제법 위반”이라고 항의했다. 그의 분노에는 소름끼치게 웃기는 점이 있다.

블링컨이 일하는 미국 정부는 타국 영토에서 드론 암살 작전을 벌일 정도로 타국의 주권을 ‘존중하는’ 정부다. 또, 미국은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와 함께 전 세계 전자 통신망을 감청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사건과 거의 똑같은 일이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절정에 달했을 때 벌어진 바 있다. 1960년 5월 소련군이 미군의 U-2 정찰기를 격추하고 조종사 프랜시스 게리 파워스 대위를 생포한 것이다.

당시 미국 중앙정보부(CIA)는 소련 상공에서 고고도 정찰 작전을 펴고 있었다.

미국은 이 격추에 거짓말로 대응했다. 그 U-2 정찰기는 항로를 이탈한 기상관측기라고 말이다. 이에 당시 소련 지도자 니키타 흐루쇼프는 파워스의 생존 사실과 그가 첩보 작전을 수행 중이었다는 증거를 공개했다.

역사가 리처드 올더스는 [2월 3일치 〈워싱턴 포스트〉에서 — 역자] 이렇게 지적한다. “중국 정부의 대표자들은 1960년 당시의 미국 대표자들을 그럴싸하게 따라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U-2 위기 당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성명을 거의 그대로 베낀 듯한 발표에서, 미국 몬태나주 상공으로 날아든 그 풍선은 항로를 이탈한 기상 관측 기구라고 말했다.”

U-2 격추 당시 미국 대통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파리에서 흐루쇼프와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었다. 그 회담으로 두 초강대국의 갈등이 해빙 국면으로 나아갈지 모른다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아이젠하워가 사과하기를 거부하면서 그 회담은 파탄 났다.

올더스는 이렇게 지적한다. “U-2 위기는 냉전 중 매우 위험했던 한 시기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흐루쇼프는 파리에서 아이젠하워에게 공개적으로 망신을 줬을 때처럼 이듬해 빈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도 당시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코를 한껏 납작하게 만들었다.

“그해 여름 베를린 위기와 이듬해 쿠바 미사일 위기로 두 초강대국은 핵전쟁에 가까워졌다.”

방중 일정을 취소한 미국 국무장관 블링컨 ⓒ출처 Secretary Antony Blinken (트위터)

매파

블링컨과 시진핑의 만남을 두고도 비슷한 기대가 있었다. 중국의 대외 정책은 최근 몇 달 새 변해 왔다. 중국은 실패한 ‘제로 코로나’에 따른 고립에서 벗어나 특히 서방 지배계급과의 관계를 회복시키려하는 듯하다.

시진핑의 수석 경제 자문인 중국 국무원 부총리 류허는 지난 1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참가해 기업 최고경영자들 앞에서 “중국이 돌아왔다”고 연설했다.

그러나 미국 내에는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강력한 로비가 있다. 일단의 군 장성들은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무력 충돌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은 대만이 자국 영토의 일부라고 주장한다.

미국 공군 기동사령부 사령관 마이크 미니한은 고위 장교들에게 보낸 메모에 이렇게 적었다. “내 직감으로는 2025년에 우리가 전쟁을 치를 것 같다.”

현재 미국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이런 전쟁 담론을 확대하고 있다. 공화당 원내대표이자 하원의장인 케빈 매카시는 매우 도발적인 대만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

블링컨과 그의 상사 바이든은 중국의 정찰 풍선에 그토록 강경하게 대응하면서 십중팔구 공화당을 의식했을 것이다.

중국에도 강경파가 있다. 이들은 분명 이번 위기를 이용할 것이다. 저고도 인공위성으로도 충분했을 정보 수집을 위해 이토록 민감한 시기에 굳이 정찰 풍선을 띄운 것의 배후에는 그들이 있었을 수 있다.

1960년에 그랬던 것처럼, 이번 사건은 제국주의 경쟁을 벌이는 두 핵무장 강대국이 서로에게 품는 의심과 두려움을 키우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사건은 또 다른 핵무장 강대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및 서방의 그 동맹국들이 벌이는 전쟁에서 양측이 봄철 공세를 준비하는 가운데 벌어졌다.

이 강대국들의 경쟁은 이제 전 세계적으로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