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 결과:
반 (反) 트럼프 정서와 함께 민주사회주의당 (DSA) 이 부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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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11월 7일에 발행한 기사를 개정·증보한 것이다.
11월 6일 미국 하원의원 전체
이번 선거는 트럼프 정부 심판 성격 때문에 크게 주목받았다. 투표율이 중간선거 사상 최고 수준으로 매우 높았다. 중간선거로는 최초로 1억 명 이상이 투표했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수성했으니 “대단히 성공적”인 선거였다고 자축했다. 특히 격전지였던 플로리다주 등 4개 주에서 현직 민주당 의원을 꺾고 자파 후보가 당선했으며, 당내 강경 우파 ‘티파티’의 핵심 인사 테드 크루즈도
그러나 민주당의 득표율
한편, 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트럼프 심판 표심 덕에 8년 만에 다수당이 됐다. 사상 최초의 무슬림 여성 의원과 아메리카 원주민 여성 의원을 배출했다.
주지사 선거에서도, 일리노이주·미시건주 등 7개 주에서 현직 공화당 주지사들이 재선에 실패했다. 특히 공공부문 노동자 실질 임금을 삭감하고 단체 행동권을 제약해 저항에 부딪혔던 위스콘신주의 스콧 워커가 낙선했다. 이는 많은 노동자들에게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소식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는 대중의 반
심지어 이번 선거로 하원 의장이 된 민주당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는 “분열을 종식시키겠다”면서 트럼프 탄핵안을
대안
주목할 만한 일은 미국민주사회주의당
민주당 지도부의 비협조에도, 몇몇은 70퍼센트가 넘는 높은 지지율로 하원의원에 당선했다. 그중 뉴욕시 내 서민 지구에서 당선한 DSA 당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는 29세의 푸에르토리코계 여성이다. 그는 2016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 측 선거 조직자로 활동했었다.
이들의 선전은 미국에서 사회주의적 대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 이런 정서가 ‘가파르게 기울어진 운동장’인 미국 공식 정치에 ‘사회주의 국회의원’이 진출하는 것으로 표현된 것이다.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반대 정서를 읽을 수 있었음에도, 트럼프는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자신의 주요 정책들을 계속 추진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친기업적·친제국주의적이기로는 공화당과 마찬가지인 민주당에 의존해서는 효과적으로 맞설 수 없다. 그리고 이번에 의미 있는 성적을 거뒀다 해도 사회민주주의 정당인 DSA가 미국 지배계급 정당들을 실질적으로 견제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대중 투쟁이 더 커져야 한다. 그런 투쟁은 의회 내 책략이 아니라 교사 파업 등 노동자 투쟁에서, 무슬림 입국 금지 등 인종차별에 맞선 운동에서, 성차별에 반대하는 대중 행동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투쟁 속에서, 이번 선거에서 민주사회주의당에 표를 던지고 사회주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들과 진정한 반자본주의적인 대안을 건설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 부는 민주사회주의 바람
지난 몇 해 사이 ‘민주사회주의’가 미국 정치의 키워드로 등장했다. 버몬트주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가 2015년 말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입후보하면서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한 것이 본격 시작이었다.
샌더스는 2010년 부자 감세 법안 시행 2년 연장에 항의해 8시간 37분 동안 필리버스터
그 인기의 배경에는 지난 수십 년간 미국 노동자 서민들의 생활수준이 공격받고 불평등이 증대해 온 것이 있다. 특히,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으로 기대를 모았던 버락 오바마가 대중의 변화 염원에 부응하지 못하면서, 샌더스의 ‘민주적 사회주의’는 그 왼쪽 대안으로 관심을 끌었다.
2010년대에 부상한 ‘월가를 점령하라’ 운동, 여성·성소수자 차별에 항의하는 운동, 강경 우파 ‘티파티’에 맞선 운동 등 중요한 대중 행동들도 급진적 대안을 염원하는 정서가 자라나는 비료가 됐다. 노동자들도 오랜만에 투쟁에 나섰다. 공공부문 노동자들과 패스트푸드·월마트 노동자들 등이 파업을 벌였다. 교사들은 몇몇 주와 대도시에서 여러 차례 파업했다.
샌더스의 ‘민주사회주의’는 자본주의에 근본적으로 도전하는 혁명적 정치는 아니다. 국가를 이용해 친서민 개혁을 제공하려는 유럽식 사회민주주의에 가깝다. 샌더스와 지지자들의 주요 요구는 이렇다: 부자 증세, 금융투기 규제, 최저임금 인상, 인종·성별에 따른 임금·노동조건 차별 철폐, 단일 의료보험 제정, 노년층·빈곤층에 대한 사회보장제도 강화, 초·중등 무상교육, 대학 공공성 강화 등.
샌더스의 “정치 혁명”
주로 청년층인 샌더스 지지자들은 대선 후 ‘아우어 레볼루션’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어 온 미국 좌파의 일부인 DSA는 이런 흐름과 관계 맺고자 했다. 오카시오-코르테스의 사례에서 보듯,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
물론 샌더스의 ‘민주사회주의’는 약점도 있다. 특히 미국의 대외 정책 문제에서 두드러진다. 팔레스타인인들의 해방을 지지하면서도 이스라엘을 동시에 인정하는 ‘두 국가론’을 받아들이기, 대북 제재 강화에 일관되게 반대하지 못하기, 미국 제국주의에 반대했던 베네수엘라의 고
그럼에도 미국 공식 정치에서 사회주의가 정치 의제로 부활한 것은, 트럼프에 맞선 반자본주의적 대안이 미국에서 구축될 가능성을 조금씩 열어 주고 있다. 지금 민주사회주의로 표현되는 대중의 변화 염원이 더 왼쪽으로 나아가게 하려면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이 할 일이 많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