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11월 7일에 발행한 기사를 개정·증보한 것이다.


11월 6일 미국 하원의원 전체(435명), 상원 약 3분의 1(35명), 주지사 39명을 선출하는 중간선거가 치러졌다.

이번 선거는 트럼프 정부 심판 성격 때문에 크게 주목받았다. 투표율이 중간선거 사상 최고 수준으로 매우 높았다. 중간선거로는 최초로 1억 명 이상이 투표했다.(사전 투표에만 약 4000만 명이 참가) 특히 청년과 여성의 투표 참가가 두드러졌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수성했으니 “대단히 성공적”인 선거였다고 자축했다. 특히 격전지였던 플로리다주 등 4개 주에서 현직 민주당 의원을 꺾고 자파 후보가 당선했으며, 당내 강경 우파 ‘티파티’의 핵심 인사 테드 크루즈도 (민주당과 표차가 크게 줄었지만) 재선했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들은 “트럼프가 지원 유세한 의원은 모두 승리하는 ‘트럼프 파워’” 운운하기도 했다.(실제로는 3명은 낙선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득표율(55퍼센트)이 공화당 득표율(43퍼센트)보다 컸다. 그럼에도 미국의 비민주적 선거제도(인구 비례와 상관 없이 모든 주에 2석씩 배정) 덕분에 공화당이 다수당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미국 상원은 대법관 등 핵심 관료 임명에 대한 동의권, 하원의 입법안을 반려할 권한 등이 있다. 트럼프는 앞으로도 상원 다수당 지위를 이용해 강경 우파 인사를 요직에 임명하고, 성에 차지 않는 법안의 통과를 저지하고자 할 것이다.

한편, 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트럼프 심판 표심 덕에 8년 만에 다수당이 됐다. 사상 최초의 무슬림 여성 의원과 아메리카 원주민 여성 의원을 배출했다.(이번 선거는 여성 하원의원이 사상 최다로 당선한 선거이기도 하다.) 

주지사 선거에서도, 일리노이주·미시건주 등 7개 주에서 현직 공화당 주지사들이 재선에 실패했다. 특히 공공부문 노동자 실질 임금을 삭감하고 단체 행동권을 제약해 저항에 부딪혔던 위스콘신주의 스콧 워커가 낙선했다. 이는 많은 노동자들에게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소식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는 대중의 반(反)트럼프 정서가 크다는 점을 보여 줬다. 그러나 대자본가 정당인 민주당은 그간 이민·복지·차별·전쟁 문제 등에서 트럼프에 반대하는 대중의 바람을 대변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트럼프를 상대로 크고 작은 쟁투를 벌이기는 했지만, 감세·이민 등 중요 쟁점에서는 트럼프 정부와 보조를 맞췄다. 최근에도 민주당 지도부는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다가오는 이주민 행렬의 곤경을 못 본 체해 빈축을 샀다.

심지어 이번 선거로 하원 의장이 된 민주당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는 “분열을 종식시키겠다”면서 트럼프 탄핵안을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시킬 수 있음에도) 발의하지 않겠다고 시사했다. ‘러시아 스캔들’을 정쟁의 무기 삼아 트럼프를 공격하겠지만, 인종차별적이고 성차별적이며 반(反)노동자적인 정부를 (실현 가능성은 별개로) 중도 사퇴시키려 할 의사가 없음을 드러냈다.

대안

주목할 만한 일은 미국민주사회주의당(DSA) 활동가들을 비롯한 민주사회주의당 후보들의 선전이다(대체로 민주당 후보로 출마). 이들은 뉴욕 같은 민주당 강세 지역뿐 아니라, 디트로이트처럼 한때는 민주당 텃밭이었으나 오바마 정부에 대한 실망 때문에 2016년 대선에서는 트럼프 표가 많았던 지역에서도 출마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비협조에도, 몇몇은 70퍼센트가 넘는 높은 지지율로 하원의원에 당선했다. 그중 뉴욕시 내 서민 지구에서 당선한 DSA 당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는 29세의 푸에르토리코계 여성이다. 그는 2016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 측 선거 조직자로 활동했었다.

이들의 선전은 미국에서 사회주의적 대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 이런 정서가 ‘가파르게 기울어진 운동장’인 미국 공식 정치에 ‘사회주의 국회의원’이 진출하는 것으로 표현된 것이다.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반대 정서를 읽을 수 있었음에도, 트럼프는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자신의 주요 정책들을 계속 추진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친기업적·친제국주의적이기로는 공화당과 마찬가지인 민주당에 의존해서는 효과적으로 맞설 수 없다. 그리고 이번에 의미 있는 성적을 거뒀다 해도 사회민주주의 정당인 DSA가 미국 지배계급 정당들을 실질적으로 견제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대중 투쟁이 더 커져야 한다. 그런 투쟁은 의회 내 책략이 아니라 교사 파업 등 노동자 투쟁에서, 무슬림 입국 금지 등 인종차별에 맞선 운동에서, 성차별에 반대하는 대중 행동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투쟁 속에서, 이번 선거에서 민주사회주의당에 표를 던지고 사회주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들과 진정한 반자본주의적인 대안을 건설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 부는 민주사회주의 바람

지난 몇 해 사이 ‘민주사회주의’가 미국 정치의 키워드로 등장했다. 버몬트주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가 2015년 말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입후보하면서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한 것이 본격 시작이었다.

“사회주의로 트럼프에 맞서 싸우자” 여성들의 트럼프 취임 항의 시위에 연대를 표하는 미국민주사회주의당 당원들 ⓒ출처 DSA

샌더스는 2010년 부자 감세 법안 시행 2년 연장에 항의해 8시간 37분 동안 필리버스터(고의로 길게 연설하는 등 규칙을 어기지 않는 한에서 의회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하면서 전국적 명성을 얻었다. 

그 인기의 배경에는 지난 수십 년간 미국 노동자 서민들의 생활수준이 공격받고 불평등이 증대해 온 것이 있다. 특히,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으로 기대를 모았던 버락 오바마가 대중의 변화 염원에 부응하지 못하면서, 샌더스의 ‘민주적 사회주의’는 그 왼쪽 대안으로 관심을 끌었다.

2010년대에 부상한 ‘월가를 점령하라’ 운동, 여성·성소수자 차별에 항의하는 운동, 강경 우파 ‘티파티’에 맞선 운동 등 중요한 대중 행동들도 급진적 대안을 염원하는 정서가 자라나는 비료가 됐다. 노동자들도 오랜만에 투쟁에 나섰다. 공공부문 노동자들과 패스트푸드·월마트 노동자들 등이 파업을 벌였다. 교사들은 몇몇 주와 대도시에서 여러 차례 파업했다.

샌더스의 ‘민주사회주의’는 자본주의에 근본적으로 도전하는 혁명적 정치는 아니다. 국가를 이용해 친서민 개혁을 제공하려는 유럽식 사회민주주의에 가깝다. 샌더스와 지지자들의 주요 요구는 이렇다: 부자 증세, 금융투기 규제, 최저임금 인상, 인종·성별에 따른 임금·노동조건 차별 철폐, 단일 의료보험 제정, 노년층·빈곤층에 대한 사회보장제도 강화, 초·중등 무상교육, 대학 공공성 강화 등.

샌더스의 “정치 혁명”(샌더스가 자신의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도전을 일컬은 말)은 대중의 변화 염원을 고무했다. 비록 샌더스 자신은 경선에서 패한 후 뼛속까지 기업인 편인 힐러리 클린턴을 대선 후보로 지지했지만, 대선 후 지금까지도 샌더스는 개혁 염원을 대변하는 미국 최고 인기 정치인이다. 파업 집회에 참가해 지지 연설을 하는 등 샌더스의 친노동자 친서민 정치는 수많은 지지자(특히 청년)들을 운동으로 이끌었다.

주로 청년층인 샌더스 지지자들은 대선 후 ‘아우어 레볼루션’(‘우리의 혁명’이라는 뜻으로, 버니 샌더스가 대선 직후 출판한 책 제목에서 이름을 따 왔다)이라는 네트워크를 결성하고, 트럼프의 인종차별·이주민 차별·성차별에 항의하는 운동에 참가했다. 지역 노동자 파업 지지 현장에도 ‘샌더스 키드’들이 있었다.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어 온 미국 좌파의 일부인 DSA는 이런 흐름과 관계 맺고자 했다. 오카시오-코르테스의 사례에서 보듯,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미국국제사회주의조직(ISO)이 선거 전에 민주사회주의당 지지 투표 호소하기를 사실상 거부한 것은 종파적 태도다.)

물론 샌더스의 ‘민주사회주의’는 약점도 있다. 특히 미국의 대외 정책 문제에서 두드러진다. 팔레스타인인들의 해방을 지지하면서도 이스라엘을 동시에 인정하는 ‘두 국가론’을 받아들이기, 대북 제재 강화에 일관되게 반대하지 못하기, 미국 제국주의에 반대했던 베네수엘라의 고(故) 우고 차베스를 “죽은 독재자”라고 비난하기 등.

그럼에도 미국 공식 정치에서 사회주의가 정치 의제로 부활한 것은, 트럼프에 맞선 반자본주의적 대안이 미국에서 구축될 가능성을 조금씩 열어 주고 있다. 지금 민주사회주의로 표현되는 대중의 변화 염원이 더 왼쪽으로 나아가게 하려면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이 할 일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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