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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말한 “4대 먹구름”:
세계경제의 “폭풍”은 오는가?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는 2월 10일 두바이 세계정부정상회의에서 경제 “폭풍”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역 분쟁과 관세 인상, 금융 긴축, 브렉시트, 중국 경기 둔화를 세계경제 4대 먹구름으로 꼽았다.

최근 세계 지배자들은 경제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올해 초 세계은행도 “하늘이 어두워지고 있다”며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했다.

세계경제가 2008년 이후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이윤율 저하 때문이다. 1970년대 전후 장기 호황이 끝나면서 위기는 반복돼 왔고, 이윤율 하락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벌어진 2008년 공황은 장기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장기 침체 와중에 2011년 그리스 등 유럽발 부채 위기가 터졌고, 2015~2016년에는 미국이 양적 완화를 중단하며 신흥국 경제 위기가 벌어졌다.

최근에는 낮은 이윤율에 더해 높은 부채 문제와 제국주의 국가 간 갈등이 더욱 심화하고, 이는 다시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IMF 총재가 세계경제 4대 먹구름으로 꼽은 쟁점들은 현재 자본주의의 상황을 드러내 주는 사례들이기도 하다.

무역 분쟁

첫째, 무역 분쟁과 관세 인상은 제국주의 간 갈등의 심화를 보여 준다. 장기 불황 상황에서 각국 지배자들은 타국에 경제 위기의 고통을 전가하려는 정책을 강화해 왔다. 근린궁핍화(이웃 국가 거지 만들기)라고도 불리는 이런 정책은 2008년 위기 이후 심화돼 왔다.

특히 트럼프 정부는 더 공격적인 보호무역 정책을 쓰며 세계경제를 미국에 유리하게 재편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국가 간 긴장과 갈등은 커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일시적으로 ‘휴전’을 하고 무역 협상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휴전’ 기간에도 미국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부회장인 멍완저우를 기소하고, 동맹국들에게 화웨이 제품 사용 금지를 촉구했다.

따라서 미·중 간에 일시적인 타협안이 나올 가능성은 있지만, 장기적으로 긴장은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제국주의 패권 경쟁을 그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적 경쟁과 함께 군사적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한편, 미국은 자동차 관세를 위협하며, 유럽, 일본, 한국 등 전통적 우방국들에 대한 압박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 미국 상무부는 수입 자동차가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최대 25퍼센트 관세 부과를 위협하며 자동차 수출국들을 압박할 전망이다.

이미 현재 세계 자동차 시장은 ‘과잉 설비’로 인해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도요타와 GM, 다임러는 순이익이 전년에 비해 급감했다. 현대차도 지난해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이 47.1퍼센트나 감소했다.

이 때문에 각국 자동차 회사들이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GM이 북미에서 1만 4000명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포드도 프랑스 아키텐 공장 운영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닛산·혼다는 영국에서 자동차 공장을 줄이고, 재규어 랜드로버도 전체 노동자의 10퍼센트인 4500명을 줄이기로 했다.

파업 투쟁에 나선 르노삼성 노동자들 지금 투쟁의 근육을 강화하는 것은 향후 벌어질 수 있는 구조조정 공격에 맞서는 데에도 중요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출처 KBS부산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가는 자동차 기업들과 관련 국가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다. 한국무역협회는 미국이 25퍼센트 관세를 부과할 경우, 대미 자동차 수출이 각각 한국 22.7퍼센트, 독일 21퍼센트, 일본 21.5퍼센트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연합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유럽연합은 미국이 자동차 관세를 부과하면 200억 유로의 보복관세를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또 영국과 독일 등은 화웨이 제품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혀,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반(反)화웨이 전선에서 이탈하고 있다. 독일은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러시아와의 가스관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이란 핵합의 문제에서도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처럼 자본주의 경제적 경쟁이 국가들의 지정학적 경쟁으로 이어지는 추세는 강화하고 있다. 제국주의 세계 체제의 위험성은 앞으로 더욱 증대할 가능성이 크다.

브렉시트

둘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영국과 유럽연합 지배자들의 정치적 위기를 보여 준다. 유럽연합은 긴축 정책, 민영화, 규제 완화 등으로 유럽 자본주의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목표로 탄생했다.

2016년 영국에서 국민투표로 브렉시트가 결정된 것은 신자유주의적 유럽연합에 대한 광범한 반감이 반영된 것이었다. 브렉시트 결정으로 영국과 유럽 지배계급은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최근 영국과 유럽 지배자들은 아무런 합의를 하지 못하고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노 딜 브렉시트’에 빠질 수 있다며 불안해 하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은 노 딜 브렉시트가 되면 영국 경제는 2008년 금융 위기보다 더 수축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유로존에도 그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다.

최근에는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중심부 국가들에서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2011년에는 그리스, 포르투갈 등처럼 주로 유럽 주변부 국가들에서 위기가 터졌는데 말이다. 독일은 지난해 3분기 -0.2퍼센트 성장한 데 이어 4분기에 0퍼센트 성장을 기록했다.

유럽 지배계급의 위기 상황에서 파시스트를 포함한 우익 포퓰리스트들이 성장하고 있는 것은 불길한 일이다.

유럽 좌파 내에서도 브렉시트를 둘러싸고 여러 혼란이 벌어진 것을 보면, 위기의 시기에 정치적 대안을 분명히 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중국 경제 성장 둔화

2008년 위기 이후에도 중국은 세계경제 성장을 이끌어 왔다. 지난해 세계경제 성장에서 중국의 기여도는 34퍼센트에 이른다.

그런데 중국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면서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는 마르크스가 말한 자본주의 경제 성장의 모순이 드러난 사례이다. 중국에서도 투자가 급증하면서 마르크스가 말한 ‘자본의 유기적 구성’, 즉 산 노동 대비 기계 같은 죽은 노동의 비율이 증가했다. 그러면서 이윤율이 줄어들었다. 마르크스주의 경제 분석가 마이클 로버츠는 중국 이윤율이 2004년에 정점을 찍은 이후 하락해 왔다고 밝혔다.

2008년 위기 이후 중국은 막대한 빚과 정부 지출로 경기를 부양했다. 중국의 부채는 지난 15년간 15배로 늘었다.

그래서 최근 무역전쟁, 성장 둔화 등의 영향으로 중국에서 금융 위기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기업 파산이 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물론 아직은 중국 국가가 개입할 여력이 있겠지만 이 능력이 언제까지나 충분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무엇보다 경제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노동자 투쟁이 성장하고 있다. 중국노동회보(CLB)는 지난해 집계된 노사분규가 최소 1700건으로 2017년 1200건보다 500여 건 증가했다고 밝혔다.

시진핑 정부는 저항을 강경 탄압해 왔다. 그러나 경제성장 둔화 때문에 억압적 통치의 정당성이 약화할 수 있다. 불평등과 모순이 심한 중국 상황에서 부패 문제 등 정치 쟁점이 터져 나올 가능성도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이다.

각국 정부들 금융 긴축 기조는 수정

세계적으로 실물 경제가 악화하는 가운데 미국 등 여러 국가들이 금리 인상하려던 계획을 보류하거나 오히려 인하하고 있다.

각국 정부는 값싼 이자로 경기를 부양하려 하지만, 이는 이미 막대하게 쌓인 부채를 더욱 증가시킬 것이다. 이는 세계경제 위기를 지연시키면서 모순을 증대시키는 과정이다.

한국 경제 상황도 심상치 않다. 한국은 반도체를 제외한 지난해 10대 그룹 상장사 영업이익률이 4.79퍼센트로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반도체를 포함시키면 2017년보다 상승했지만, 최근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현재 자본주의 위기는 경제적 위기일 뿐 아니라 정치적·사회적 위기이기도 하다. 각국 정부와 우파들은 경제 위기의 원인을 다른 국가에게 돌리거나, 이주민들을 속죄양 삼는 방식의 고통 전가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좌파는 경제 위기의 원인과 대안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 위기는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이고, 체제를 변혁하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대중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혁주의자들은 경제도 살리고, 노동자도 살리는 방향을 찾아 보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동자를 착취해 이윤을 뽑아 내는 체제에서 경제 살리기는 결국 노동자 희생을 뜻한다. 임금·노동조건·일자리·정치사회적 권리 등 노동계급의 삶의 필요라는 가치를 일관되게 추구하며 투쟁을 확대해야 한다.

경제 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승리하려면, 투쟁적으로 운동을 성장시키는 것과 함께 정치적으로 투쟁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투쟁적이면서도 정치적으로 계급투쟁을 전진시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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