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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에 선 중국 경제

최근에 주요국들의 제조업 침체 소식들이 보도됐는데, ‘세계의 공장’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의 거시경제도 계속 악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지표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인데, 올해 경제성장률 예측치 6.2퍼센트는 30년 전 톈안먼 항쟁이 벌어졌던 1989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아래의 그래프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 경제성장률은 2008년의 미국발 세계경제 위기 이래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18년부터 본격화된 미·중 무역전쟁이 미국뿐 아니라 중국 경제도 불황으로 이끄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중국 경제는 이미 몇 해 전부터 도약할 수 있는 기회와 침체에 빠질 수 있는 위험이 동시에 나타났다. 서로 모순되는 요소들이 나타난 것은 2008년 세계경제 위기가 초래한 결과였다.

모순

2008년 세계경제 위기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지적 신뢰를 허물었다. 또한 이 사건은 세계경제에서 미국의 지위에 큰 타격을 가했다. 이와 반대로 미국과 호흡을 맞추며 성장세를 이어갔던 중국의 상대적 지위가 상승했다. 2000년대 이래로 미·중 간 우호적 협력 덕분에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 됐다. 2008년 이후 세계경제에 대한 기여도에서 중국은 미국을 앞질렀다.

중국과 동(북)아시아 지역이 전 세계 부가가치 생산의 핵심 지역으로 부상하면서 미국도 동아시아로 방향을 전환하게 됐다. 2011년 오바마 정부 때 국무장관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이 미국의 태평양 시대를 언급하며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다.

하지만 위의 그래프가 보여 주듯, 중국도 2008년 세계경제 위기로 인해 타격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민간 투자가 위축되면서 생긴 공백을 국유기업들이 메웠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펼쳐야 했다. 2009년 시진핑은 다칭유전 5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국유기업은 공산당 통치의 중요한 토대”라고 말했다.

2009년 당시 중국은 경기부양책 4조 위안(약 670조 원)과 자금난에 빠진 국유기업 지원금 9.5조 위안(1600조 원) 등 당시 GDP 40퍼센트에 해당하는 자금을 경기 회복에 쏟아부었다. 이 덕분에 중국 경제는 가파른 V자 반등을 할 수 있었다.(그 후유증도 곧 나타났다.) 세계경제에서 중국의 비중이 증대하면서 G2, 중국몽 등 중국을 세계패권국가로 묘사하는 사례들이 증대했고, 중국 지배자들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2013년에 공교롭게도 두 사건이 동시에 벌어졌다. 하나는 중국이 수립된 이래 처음으로 순자본수출국으로 변모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시진핑이 중앙아시아 순방길에 일대일로(一帶一路) 계획을 처음 발표한 사건이었다.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을 천명한 미국과 경제 위기 때문에 공백이 생긴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지에서 미국을 대체할 세력으로 부상하는 중국 사이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것은 불을 보듯 분명했다. 그 갈등은 남중국해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이제 막 구상을 마친 일대일로 계획으로 국내외에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수요 부족을 메울 수는 없었다. 전 세계는 경제 위기로 수요 부진을 겪고 있었고, 국내에서는 이미 후진타오-원자바오 체제 때부터 과잉생산 문제가 지배자들을 골치 아프게 했다.

일대일로

먼저 문제가 불거진 곳은 지방정부의 막대한 부채와 지방정부 융자플랫폼(LGFV) 같은 그림자금융이었다. 2015년 당시 재무장관 루지웨이는 지방정부 부채를 대폭 감축하는 야심 찬 재정정책을 내놓았지만 실패하고 4월에 새로운 계획을 수립해야 했다. 지방정부 부채 문제는 오늘날까지도 중앙정부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물 부문에서는 과잉생산이 문제였다. 신중국 등장 초기 마오쩌둥은 부족한 철강 생산을 위해 토법 용광로를 농촌 곳곳에 건설했다. 이제는 상황이 역전됐다. 2013년에 중국은 다른 모든 나라들이 생산한 것보다 더 많은 철강을 생산했다. 하지만 중국의 생산시설은 12억 톤 규모였지만 공장 가동률은 66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

2016년 1월 정부의 권위 있는 인물(시진핑의 경제 브레인인 류허로 보인다)이 ‘공급 측면의 구조개혁’ 의견을 제시하면서 공급 과잉 문제가 전면에 부각됐다. 앞서 언급한 철강 공급과잉 같은 문제 해결이 전면에 등장했다. ‘공급 측면의 구조개혁’ 계획의 핵심 내용은 잉여 설비 감축, 과잉 물량(특히 미분양 주택) 축소, 부채 감축, 비용 절감 등이었다.

공급 측면의 구조개혁은 두 가지 결과를 낳았다.

우선, 중국의 산업고도화 시도로 미국과의 갈등이 더 악화했다. 중국 경제가 1978년 개혁개방 이래로 고속 성장을 이룩했지만 이런 성장 전략이 미래에도 잘 작동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되기 위해서는 양질의 저임금 노동력을 충분히 공급해야 할 뿐 아니라 이와 비슷한 전략을 추구하는 베트남과 방글라데시 같은 동남아 국가들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제품들을 생산할 필요가 있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서방 선진국보다는 높았지만 2008년 경제 위기에서 반등한 뒤로는 계속 하락하고 있었다.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국제 관계에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를 두고 인구 보너스가 사라졌다거나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분명한 사실은 국가의 무분별한 자금 지원으로 경제의 효율성은 떨어지고 수익성은 하락하지만 오히려 강시기업(殭屍企業: 좀비기업)은 증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이었다.

2015년 중국 지배자들은 과거 중국 경제의 양적 성장에 기반한 발전 전략에서 벗어나 산업고도화를 통한 제조업 강대국을 추구하는 중국제조2025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의 마지막 단계인 3단계에서는 선진적인 경쟁력을 갖춰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위치로 도약한다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중국은 중국제조2025 계획에 기초해 반도체, 조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5세대 통신, 인공지능, 전기차, 바이오산업 등 첨단 분야에서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중국의 이런 행보는 미국 지배자들로 하여금 중국이 미국의 세계적 지위를 추월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안겨 줬고, 이것이 미·중 무역전쟁의 배경이 됐다.

노동자 저항

다른 한편 구조개혁은 노동자들의 강력한 저항을 초래했다. 2016년 세계경제가 다시 불황에 빠지고 중국이 구조개혁을 추진하면서, 파산하거나 동남아 또는 내륙으로 이전하는 기업들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임금 체불, 공장 이전에 따른 보상금, 복지비용 지출 등의 문제를 두고 노동분규가 크게 증가했다.

홍콩에 기반을 둔 ‘중국노동회보’에 따르면, 2011년 파업 건수가 184건이었지만 2013년에 2003건으로 크게 증가했고, 2014년에 1358건으로 약간 줄었다가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2774건과 2664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2017년에는 1258건으로 전년도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노동자들의 투쟁은 광저우, 선전, 상하이, 톈진 등 제조업 중심지에서 주로 경제적 요구를 중심으로 벌어졌다.

노동자들의 파업건수가 증대하자 지배계급은 탄압 일변도로 대응했다. 특히 광저우와 선전의 제조업 중심지에서 활동하는 많은 노동단체 활동가들과 인권 변호사들이 근거나 이유 없이 경찰에 잡혀가거나 실종되는 일들이 벌어지곤 했다. 중국 정부가 이런 노동단체들을 싹쓸이하다시피 탄압하면서 노동운동 활동가들이 많이 위축됐다. 최근 홍콩에서 벌어지는 민주주의 투쟁에 대해 중국 본토에 있는 노동단체들이 지지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한 가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2016년과 2017년을 거치면서 시진핑은 국유기업에 대한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금융 불안정을 완화시키며 국가 부채(지방정부 부채 포함)를 줄이고 과잉 설비를 약간 줄이는 노력을 기울였다. 2017년 10월 제19차당대회에서 시진핑이 ‘시진핑 사상’을 당장(黨章, 당의 헌법)에 포함시킬 수 있었던 것은 중국 경제의 ‘회색 코뿔소’를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시진핑은 13차 5개년 계획(13.5규획)에 명시한 것처럼 2020년까지 GDP와 도시 및 농촌 주민 1인당 소득을 2010년의 두 배로 증대한다는 목표(이것을 샤오캉 사회라고 한다)는 얼추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 및 기업 부채의 증대, 강시기업의 증가, 기업 부실에 따른 악성 부채의 증대와 금융 불안정 등의 문제점들은 여전히 중국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벌어진 미·중 무역전쟁은 중국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최근 쟈스커지 노동자들이 독립노조를 결성하기 위해 투쟁했고 또 베이징대와 난징대 학생들이 이 노동자들에게 연대를 표시했다. 중국 경제의 위기가 본격화된다면 지배계급의 갈등과 이 틈새를 비집고 나타날 수 있는 노동자 투쟁 등 예기치 못한 정치적 사건들이 벌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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