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9일(한국 시각),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예비경선에 도전하던 버니 샌더스가 선거운동 중단을 발표했다.

샌더스는 미국 대중의 뿌리 깊은 분노와 변화 염원을 대변하려 애쓰면서 현재까지 약 770만 표를 얻었다. 샌더스는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 약 2000만 명의 소액후원을 받았는데, 이는 2016년 예비경선 도전 당시 자신이 세운 역대 최다 소액후원자 기록을 갈아 치운 것이었다.

이에 미국 민주당 실세들은 샌더스를 저지하려 조 바이든으로 단결했다. 바이든은 2월 말까지 선두를 달리던 샌더스를 ‘수퍼 화요일’ 동시선거 이후 역전해 1위 후보 자리를 탈환했다. 샌더스를 깎아내리려 갖은 애를 쓰던 기성 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 ‘트럼프를 꺾으려면 당선 가능성이 있는 바이든으로 단결해야 한다’며 샌더스에 사퇴 압박을 가해 왔다.

때마침 미국에서 코로나19가 엄청나게 확산됐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중국산 독감” 운운하며 초기 대응에 심각한 무능력을 드러내 사태를 더한층 악화시켰다. 현재까지 미국인 약 1만 명이 사망했고,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여전히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기득권 실세들과 그들의 나팔수들의 소위 ‘당선 가능성’ 운운하는 압박에 더해, 이 팬데믹이 선거운동 중단 결정에 영향을 준 듯하다. ‘절체절명의 시기에 승리 가능성이 없는 선거운동을 계속하지 않겠다’는 메시지가 샌더스의 선거운동 중단 결정 연설의 핵심 기조였다.

그러면서 샌더스는 자신이 대변했던 개혁 염원을 저지하려 나선 기득권층 대표 후보를 지지하는 큰 잘못을 범했다. 샌더스는 이렇게 말했다. “조 바이든이 민주당 후보가 될 것이다. … 우리는 현대 미국 역사상 가장 위험한 대통령인 트럼프를 물리치기 위해 [바이든과]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

기득권

그러나 바이든은 트럼프에 맞서 동맹할 만한 상대가 아니다. 무엇보다, 바이든은 샌더스 열풍으로 드러난 진보적 변화 염원을 저지하기 위해 권력층이 밀어준 자다. 이번 예비경선에서도 바이든은 전 국민 단일건강보험(‘메디케어 포 올’) 제정을 “헛된 꿈”이라고 비난했고(코로나19 위기 와중에 말이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그린 뉴딜’을 “불가능한 일”이라고 콧방귀를 뀌었다. 

“혁명이 아니라 성과”를 내겠다는 바이든은 정치 이력 내내 신자유주의를 옹호하고 대자본·권력층의 이익을 수호해 왔다. 바이든은 1999년 코소보 폭격 지지에 앞장섰고, 2003년 조지 W 부시의 이라크 침공을 지지했던 제국주의의 충실한 대변자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한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 기업인들은 현 대통령 트럼프보다 바이든을 더 지지한다. 

샌더스는 “현대 미국 역사상 가장 위험한 대통령” 트럼프를 저지해야 한다는 생각에, 바이든 지지를 선언하며 바이든에 대한 비판을 일절 삼갔다.

그러나 지향이 완전히 다른 지배계급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진보적 변화 염원에 방해만 될 뿐이다. 이런 일은 철저히 지배계급 정당인 미국 민주당이 대중의 진보적 변화 염원을 종속시키는 역사 속에서 거듭 있어 왔다.(관련 기사 본지 315호 ‘미국 민주당은 어떻게 진보 염원을 좌절시켜 왔는가’)

샌더스 자신이 2016년에 철저한 기득권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진보적 변화를 염원했던 사람들은 ‘월가 마피아’, “대선 레이스에 남은 유일한 진정한 매파”(〈뉴욕 타임스〉)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지 않았고, 결국 트럼프 집권을 저지할 수 없었다.(관련 기사 본지 185호 ‘어쩌다 트럼프 따위가 백악관 주인이 됐나’)

트럼프조차 샌더스의 이번 선거운동 중단을 두고 트위터에서 “사기꾼 힐러리의 실패 때와 똑같다”며 “버니 지지자들은 공화당으로 와[서 자신을 지지하]라”며 비아냥댄 배경이다.

샌더스는 2016년에 이어 이번에도 바이든과 힘을 합치는 한편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진보적 의제를 당 강령에 반영하자”고 주장했다. 그러기 위해 선거운동을 중단하지만 후보 사퇴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2016년 힐러리 클린턴과 꼭 마찬가지로, 바이든과 그를 중심으로 뭉친 민주당 실세들은 그런 강령에 전혀 연연하지 않고 미국 자본주의 수호에 매진할 것이다. 

결국 대자본 정당에 노동자 대중의 이해관계를 옹호하는 진보적 강령을 이식하겠다는 (헛된) 노력은, 권력층 후보 바이든에 대한 온전한 지지로 서서히 이동하는 징검다리가 될 것이다. 

샌더스 지지자들의 상당수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한 여론조사를 보면, 샌더스 지지자 셋 중 하나가 바이든에 투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SNS에서는 해시태그 “#민주당_탈당(#DemExit)”이 널리 공유되기도 했다.  

민주당은 좌파가 고쳐 쓸 수 있는 정당이 아니다. 샌더스 열풍이 보여 준 변화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아래로부터, 민주당 바깥의 독립적 좌파적 구심이 필요하다. 샌더스 열풍에 공명하려 애썼던 좌파들은 이를 위한 노력에 지금 당장 착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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