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내각의 ‘다양성’이란 친기업 인사들로 차려진 뷔페 같은 것이다 ⓒ출처 Gage Skidmore

조 바이든이 새로 꾸릴 내각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주류 언론에서는 “전문가적 리더십” 운운하는 상찬이 나오고 있다. 여성과 유색인종이 적잖이 포함된 “미국적 다양성이 구현된 내각”이라는 평도 꽤나 있다.

부분적으로 이는 트럼프한테서 반사이익을 얻은 덕분이다. 예컨대 바이든은,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현 소장 앤서니 파우치를 수석 의학자문으로 지명한 것만으로도 트럼프와 달리 “합리적”이라는 대접을 받는다. 트럼프가 코로나19 대응 기관들을 체계적으로 약화시킬 때 파우치를 “재앙”이라고 힐난하고 심지어 해임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이든 내각 지명을 찬찬히 뜯어보면, “진보적 정부”(샌더스) 운운보다는 ‘제국의 역습’이라는 영화 제목이 더 어울릴 듯하다. 

바이든 정부에서 기후변화 대처 책임을 맡게 될 존 케리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노골적 신자유주의·제국주의 전사였던 케리는 오바마 정부 시절 국무장관을 지내며 시리아를 피바다로 만드는 개입을 주도했고, 중국·러시아와 갈등을 첨예하게 하는 데에 일조했다. 탄소조정세를 이용해 중국의 일대일로에 타격을 입히겠다는 바이든에 맞는 ‘코드 인사’인 셈이다.(관련 기사 본지 344호 ‘대선 이후 바이든 앞에 놓인 암초들’)

이번 대선 때도 케리는 바이든 캠프에서 기후변화 관련 공약 작성을 책임지면서 “‘그린 뉴딜’ 공약을 현실적인 수준으로 조정”(사실상 진보적 요소 일체를 삭감)하는 일에 앞장섰다.

바이든이 환경보호청(EPA) 청장으로 지명한 마이클 맥케이브도 만만찮다. 맥케이브는 거대 화학기업 듀폰의 자문을 맡았던 사람으로, 듀폰이 유해한 화학물질을 유출했을 때 환경보호청의 조사 시도 일체를 좌초시키는 데에 앞장섰던 자다. 이런 자를 ‘환경 보호’ 책임자로 앉힌 정부가 기업의 환경 파괴에 어떤 입장을 취할까?

친기업

바이든 정부의 실권이 친기업 인사들에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는 이뿐이 아니다.

백악관 비서실장에 지명된 론 클레인은 바이든을 30년 넘게 보필했는데, 그는 오랫동안 벤처 기업 투자자이면서 미국 금융 자본을 옹호해 왔다. 대선 얼마 후에도 클레인은 미국 기업들의 이익을 위해서 팬데믹 하에서도 경제 활동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피력했다.

한편, 재무장관 지명자 재닛 옐런이 미국의 첫 여성 재무장관이 되리라는 기대를 받는다. 옐런이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 재정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옐런에 대한 기대에 한몫했다.(이런 기대는, 트럼프가 옐런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에서 해임한 것 때문에 더 요란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옐런이 추진하는 정부 재정 지원이 누구를 위한 것일지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전례는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바이든이 부통령을 지냈던 오바마 정부는 2008~2009년 세계 금융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기업에 정부 재정을 쏟아부었다. 오죽하면 “위기에서 ‘1퍼센트’만 구제하는 미국이 민주주의 사회인가?” 하고 규탄하는 ‘점거하라’ 운동이 부상할 정도였다. 당시 오바마 정부의 기업 구제 정책을 적극 지지했던 옐런이 이와 다르게 행동할 것 같지 않다.

코로나19 때문에 경제 침체가 더한층 심각해진 지금은 더욱 그렇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0년 3사분기 미국 기업 수익은 전년도 동기 대비 14퍼센트 늘었는데, 이는 트럼프 정부가 쏟아부은 막대한 보조금 덕이 적잖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마이클 로버츠는, 그 보조금 효과를 제외하면 미국 기업의 수익 평균은 전년도 동기에 견줘 39퍼센트나 추락한 셈이라는 계산치를 소개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가 막대한 기업 지원금을 중단하면 미국 자본주의에 커다란 타격이 될 것이다. 바이든과 민주당이 계급적 기반을 대자본에 굳건히 내리고 있는 만큼, 이들의 우선순위는 명백히 기업 구제에 있을 것이다.

바이든 정부가 노동 대중 보다는 기업 구제에 우선순위를 둘 것임은 바이든 인수위의 노동 관련 팀에서도 드러난다. 이 팀을 주도하는 것은 오바마 정부 시절 6년 동안 노동부 차관을 지낸 세스 해리스인데, 해리스는 공직 취임 이전에 기업 로비스트로 오랫동안 활동한 자다.

노동부 차관 시절에도 해리스는 노동자들이 적정 임금 보장, 부당해고, 작업장 내 가혹행위 등을 제소했을 때 이를 기업 편에서 무마시키고 억눌렀던 일이 수두룩하다. 노동부를 떠난 후에도 해리스는 코넬대학 산업노동관계대학원에서 한국의 특수고용 제도와 같은 계약 방식을 적극 옹호하는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이런 자가 구성을 주관하는 바이든 정부의 노동 담당 부처가 노동자 권익을 옹호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도, ‘민주적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가 바이든 노동부의 장관직을 적극 노리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샌더스는 “바이든 정부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이후 역사상 가장 진보적인 정부가 될 수 있다”며 “장관이 돼 최저임금 인상, 남녀 동일 임금 실현, 연금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하지만 설령 이런 정부에서 장관직을 얻는다 해도, 샌더스는 자신에 대한 진보적 변화 염원 대중의 지지를 이용해 바이든 정부의 친기업-반노동 실체를 가리는 구실을 하도록 내몰리기 십상일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바이든 정부에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투쟁을 건설하는 것이다.

미국의 혁명적 사회주의 단체 ‘마르크스21’의 활동가 마리 에드워즈는 이렇게 지적한다. “지금 미국은 여러 위기가 겹겹이 쌓인 화약 무더기 같은 상황이다.

“우리는 신자유주의가 이 위기의 해법을 제시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사실, ‘담대한 희망’ 운운하던 오마바 정부 8년이 역겹고 추악한 트럼프 당선을 낳았다.[관련 기사 본지 195호 ‘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트럼프 당선에는 오바마 책임도 있다’]

“우려스럽게도 바이든은 오바마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을 약속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미국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불평등 완화에 실패하면, 2024년에 우리는 트럼프가 귀환하는 꼴이나, 심지어 트럼프보다 훨씬 더한 자의 부상을 보게 될 수도 있다. 또, 트럼프 하에서 성장한 극우도 작지만 위험한 세력이다. 이들을 거리에서 물리치지 않으면 바이든 하에서도 극우는 계속 성장할 수 있다.”

“앞으로 무엇을 두고 투쟁이 벌어질지 예견할 수는 없지만, 투쟁이 벌어질 것임은 확실하다. 

“사회주의자들은 주변에서 벌어질 [그런] 투쟁에 힘을 보태야 한다.

“동시에, 사회주의자들은 트럼프든 바이든이든 저들이 제시하는 바에 맞서 대안을 건설하려 투쟁하는 독립적인 조직을 건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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