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이하 직함 생략)가 1차 성평등 공약을 발표했다.

발표문에서 이재명은 “성평등한 세상이 되어야 누구나 더 행복해진다”며 “여성이 불안하지 않은 나라, 일과 돌봄 걱정 없는 사회”를 약속했다.

성차별이 뿌리 깊게 만연한 오늘날 현실을 고려하면, 이재명의 성평등 강조는 가치가 있다.

이는 최근 여성이 차별받는 현실을 부정하고 알량한 성평등 개혁마저 후퇴시키려는 이준석 등 우파 성차별주의자들과 대비된다.

얼마 전 이재명은 ‘저출산’이 문제라며 우파의 페미니즘 백래시에 가세한 윤석열을 비판하며, 여성 차별적 현실에 “무지하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또한 이재명은 성평등 정책으로 “일터 내 성차별 해소”와 “돌봄의 국가 책임”을 강조한다. 성평등 의제에서 노동계급 등 서민층 여성의 조건 개선에 주목한 것도 의미가 있다.

이재명의 성평등 공약에는 육아휴직 확대(특수고용직과 비정규직 노동자까지 대상 확대, 급여 인상), 공공산후조리원 확대, 태아산재 인정, 임신에 유해한 노동환경 개선, 청소년 생리대 전면 무상 지급 등 개혁적 의제가 공약에 포함돼 있다.

육아 부담 때문에 여전히 많은 여성이 원치 않는 경력 단절을 겪고 있다. 수 년 전 베스트셀러였던 《82년생 김지영》도 바로 주변 압력 탓에 경력 단절에 직면한 여성의 고통을 다룬 작품이었다.

경력 단절은 다시 일터에서의 차별로 이어진다. 육아 휴직제도가 있긴 해도 대기업에서조차 쓰기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육아휴직 사용률을 확대하기 위한 조처가 필요하다.

한편, 이재명의 성평등 정책에는 디지털성범죄·데이트 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방안도 담겼다.

불충분

하지만 이재명의 성평등 공약 중에는 개혁적 언사와 달리 실효성이 모호하거나 필요 수준에 턱없이 못 미치는 부분도 있다.

가령, 특수고용직과 비정규직 노동자까지 육아휴직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은 문재인 정부의 ‘전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에 기초하고 있어 한계가 크다.

문재인 정부의 ‘전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은 고용보험 대상 범위를 매우 좁게 선정하고, 선별적·차별적 적용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많은 특수고용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용보험 대상에서 제외돼 육아휴직 자격을 얻지 못할 공산이 크다.

육아휴직급여 증액 공약도 구체적 인상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현재, 육아휴직급여는 최소 월 70만 원에서 최대 월 150만 원까지만 받을 수 있다. 육아휴직급여가 대폭 인상되지 않으면, 육아휴직은 계속 그림의 떡이 될 것이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정책을 빠뜨린 것도 크게 아쉽다. 현재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은 고작 14퍼센트 불과하다. “돌봄 국가 책임”을 실현하려면, 시장 중심의 보육 서비스를 보편적 공공 복지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성별 임금격차나 채용 성차별 해소 방안이 고용·평등 특별 부서 마련 및 근로 감독 강화 등 미미한 조처에 머물러 있다.

낙태권

“성과 재생산 건강권 보장” 공약에도 알맹이가 빠져 있다.

청소년 생리대 무상 지급은 필요한 공약이다. 그런데 이미 올해 3월 24일 모든 여성 청소년에게 생리용품을 지원하는 법안이 통과돼 시행을 앞두고 있다.

문제는 ‘예산 부족’과 청소년 규정 논란을 이유로 시행이 지연되는 데 있다.

청소년기본법에 의하면 만 9~24세까지를 청소년으로 규정한다. 그런데, 비용 절감을 앞세운 정부와 지자체들이 청소년 규정 폭이 좁은 다른 법률에 의거해 지원 범위를 좁히려 한다. 이재명도 이번 공약에서 만 11~18세로 지원 대상을 한정했다.

그러나 청소년뿐 아니라 실업·미취업 등으로 처지가 악화된 청년 여성들도 ‘생리 빈곤’을 겪고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지원 대상을 협소하게 하지 말고 오히려 확대해야 한다.

한편, 낙태죄 폐지와 낙태권에 대해 일절 말하지 않은 것은 실망스럽다. 지난 수년 사이에 낙태권을 보장하라는 여성의 열망이 크게 표출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낙태 찬반을 놓고 갈등이 첨예하다 보니 논란을 회피하려는 듯하다.

지난해 낙태죄 효력 정지로 낙태를 처벌할 수는 없게 됐지만, 낙태가 법적 권리로 인정되지는 않아서 여성이 여전히 여러 어려움과 고통을 겪고 있다.

낙태권은 여성의 “성과 재생산 건강권”에 필수적이다. 기간과 사유 제한 없이 의료보험을 적용해 무상으로 낙태할 수 있는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돼야 하며, 낙태약도 무상으로 지급돼야 한다.

종합하면, 이재명의 성평등 공약의 방향성은 유의미한 측면이 있지만, 대체로 실효성이 부족해 아쉬움이 크다.

그 이유는 이재명이 대중의 개혁 염원도 대변하지만 동시에 친자본주의 정당인 민주당의 정치인으로서 지배계급의 필요에도 부합하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이런 줄타기로는 노동자·서민을 위한 개혁을 제대로 추진하기 힘들다.

성평등 개혁에 필요한 재정 투자와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면, “차별 없는 공정한 세상”은 공허한 말 잔치에 그칠 수 있음을 문재인 정부가 이미 생생하게 보여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