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을 수 있었던 비극 8월 20일 노동자 추락 사망 사고가 발생한 두산중공업 현장 ⓒ출처 민주노총 경남본부

8월 20일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작업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두산중공업에서 장비를 점검하던 노동자가 추락사한 것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5월에도 추락 위험 방지 조치 미이행 등이 노동부에 적발됐지만 솜방망이 과태료만 받았다.

이처럼 ‘소 잃고 외양간도 안 고치기’ 식 대응을 멈추자는 것이 중대재해법의 제안 취지였다. 그러나 정부는 법안을 누더기로 만들더니 시행령으로 또다시 난도질했다.

이 시행령의 입법예고 기간이 8월 23일 종료돼 이제 본격 공포를 앞두고 있다. 이번 시행령이 통과되면 중대재해가 벌어져도 이 법으로 처벌받는 경영자는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시행령은 중대산업재해 중 직업성 질병의 범위를 24개 급성중독으로만 매우 협소하게 규정하고 과로성 질병은 사실상 제외했다. 중대시민재해의 범위도 협소하게 규정했다.

또, 안전을 위해 경영자가 지켜야 할 법령에서 근로기준법이 제외됐고, 2인 1조나 과로사 근절, 안전 작업을 위한 인력 확보 등 기본적인 조처도 경영자 책임에서 빠졌다. 안전 점검도 외부 위탁을 허용해 경영자가 손쉽게 책임을 면할 수 있게 했다.

하청노동자와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의무는 매우 제한돼 있어서 산재에 가장 취약한 노동자들이 보호에서 배제될 수 있다.

정부가 이런 시행령안을 내놓자 재계는 더 목청을 높이고 있다. 입법예고 기간 동안 경총, 대한상공회의소 등 36개 사용자 단체는 더한층 후퇴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노동계는 중대재해법 시행령안을 규탄하며 제대로 된 시행령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7일 국회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했던 산재 유가족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는 이렇게 성토했다.

“정부안으로 법 제정도 엉망이 됐는데 시행령은 그마저도 훼손시킨다. 아예 대놓고 망가트릴 작정인 것 같다. ... 산재를 막긴커녕 죽이는 데 동조하겠다는 것이다.”

이재용 가석방에서 알 수 있듯, 정부는 재계의 환심을 사고 기업 활력을 제고하려 한다. ‘원활한’ 이윤 축적에 자칫 방해가 될 수 있는 중대재해법을 어떻게든 후퇴시켜 껍데기만 남기려는 이유다.

정부의 중대재해법 후퇴를 반대하면서, 기층에서 노동자들이 산업재해에 맞서 투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