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더기가 된 ‘휴게시설 의무화법’:
쉴 권리, 또다시 이윤 뒤로 밀려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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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월 18일부터 산업안전보건법 제128조의2
이 법은 지난 수년간 청소 노동자 휴게실의 열악함이 알려지고 노동조합이 실태 개선을 촉구하며 투쟁한 결과로 만들어졌다. 특히 서울대에서 한 청소 노동자가 창문도 없는 1평 남짓한 휴게실에서 사망하고, 2년 뒤 또 한 명이 과로사하는 일이 벌어지자 법안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작은 사업장 노동자는 휴게실도 차별
그러나 4월 25일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시행규칙안은 중대재해법 제정 때도 그랬듯이 또다시 ‘구멍이 숭숭 뚫린’ 것이다.
개정 산안법은 사업주에게 휴게실 설치 의무를 부과하면서도,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되는 대상 사업주는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했다.
그런데 시행령안은 과태료 부과 대상을 상시근로자가 20명 이상
그마저도 상시근로자가 50인 미만
20인 이상 사업장의 93.2퍼센트는 이미 휴게실을 설치해 두고 있으니
6제곱미터 (1.8평)
휴게실이 갖추어야 할 기준은 시행규칙에 위임했는데, 노동부가 입법예고한 시행규칙안은 6제곱미터
사업장에 두어야 할 휴게실의 개수도, 작업 장소로부터의 거리 기준도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수백 명, 수천 명이 일하는 사업장도 딱 한 개의 휴게실만 설치돼 있으면 법 위반으로 볼 수가 없는 것이다.
남녀 분리는 강제 사항이 아니라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만 규정됐다. 지하나 옥상, 계단 밑 등에는 설치를 금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집회·시위에는 그토록 깐깐하게 따지던 소음 기준도 관리기준에 담기지 않았다.
결국 사용자들의 부담을 줄여 주려고 시행령안을 누더기로 만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 산안법 개정을 자신의 치적으로 삼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임기 마지막까지 노동자들의 뒤통수를 치고 갔다. 사용자들의 이윤 보장에 혈안이 돼 있는 윤석열 정부도 시행령안을 그대로 통과시킬 듯하다.
노동자들의 쉴 권리조차 온전히 보장하지 않는 이번 시행령안은 폐기돼야 한다.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시행령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