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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기시다의 히로시마 원폭 위령비 참배:
전쟁 동맹 추진하는 자들의 위선적 과시

히로시마 평화공원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출처 Wikimedia

윤석열과 기시다가 5월 19~21일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참배할 예정이다. 위령비는 이번 G7 회의가 열리는 일본 히로시마의 평화공원에 있다. 히로시마는 1945년 미국의 핵폭탄이 투하된 곳이다.(관련 기사: ‘미국은 왜 히로시마에 핵폭탄을 투하했나’)

이 위령비는 한국의 원폭피해자협회와 히로시마 거주 재일 한인들이 일본 정부에 끈질기게 요구한 끝에 1970년에 건립됐다. 그러나 반세기 넘도록 역대 한·일 정부들은 피해자들의 목소리와 위령비를 차갑게 외면해 왔다.

그래서 원폭 피해자들은 이번 윤석열-기시다의 참배 소식을 환영하고 있다. “이대로 그만 잊혀지는 줄 알았다”며 눈물을 보이는 피해자들을 보면, 기나긴 배척과 좌절의 세월이 느껴져 공감되고 안타깝다.

강제동원 피해자 외면하면서 ‘위령’?

그러나 이런 피해자들의 한 맺힌 심정을 윤석열과 기시다가 대변하는 척하는 것은 위선이다.

히로시마는 옛 일본 제국의 오랜 군도(軍都)로, 침략 전쟁에 물자를 공급했던 지역이다. 그래서 조선인 노동자 수만 명이 이곳으로 강제동원됐다. 이곳에서 원폭 피해를 입은 조선인 노동자들 다수가 강제동원 피해자이기도 한 것이다.

2003년 세상을 떠난 고 박남순 씨는 강제동원 피해자이자 원폭 피해자였다. 그의 아들 박상복 씨는 경기도원폭피해자협의회에서 활동하는 동시에, 미쓰비시중공업 히로시마 제작소를 상대로 강제동원 피해 배상 소송을 벌여 왔다. 박상복 씨는 다른 피해자 유족 13명과 함께 한국 2심 법원에서 배상 판결을 받아 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 계류돼 있었다.

바로 이 판결을, 지난 3월 윤석열과 기시다가 기만적인 제3자 변제 ‘해법’ 합의로 짓밟았던 것이다. 합의 직후 기시다 정부는 강제동원의 강제성 설명을 없애거나 더 모호하게 만든 초등학교 교과서를 발표했다.

이런 짓을 벌이는 두 지배자들이 위령비 앞에 잠깐 고개 숙이는 것에 얼마나 진정성이 있겠는가? 원폭 피해자들도 참배에서 멈추지 말고 제대로 된 사죄와 배상 실행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전쟁 부르는 한미일 동맹

무엇보다 윤석열과 기시다는 원폭 피해자들의 평화 염원을 박살내려는 자들이다.

“압도적 전쟁 준비”를 하자는 윤석열과 “전쟁 가능한 나라”를 만들겠다며 평화헌법을 없애려는 기시다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는 물론, “전쟁만은 안 된다”며 반핵·반전 운동을 벌여 온 일본의 수많은 원폭 피해자들(일본인과 재일 한인)과 한 편일 수 없다.

지난해 3월 기시다는 주일 미국대사와 함께 히로시마 원폭 희생자(일본인) 위령비에 헌화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우려된다.”

바로 그 히로시마 원폭의 투하 당사국이자 지금도 가장 강력한 핵무기를 보유한 미국과 군사 동맹을 강화하면서 이런 말이라니!

이번 공동 참배 때도 윤석열-기시다가 러시아의 핵 위협을 비난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G7 정상회의의 주요 목적 중 하나가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러시아의 핵 위협이 끔찍한 제국주의 야만인 것은 맞다. 그러나 그 상대편인 미국과 서방의 제국주의는 야만이 아닌가? 윤석열-기시다는 서방 제국주의 진영의 강화를 원할 뿐 진정한 평화에는 관심이 없다.

전쟁 동맹 강화를 위해 만나는 한·미·일 지배자들에게 반기를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