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읽기 전에 “교과서 “진화론 삭제” 시도는 유물론을 겨냥한 것이다”를 읽으시오.

《다윈주의와 지적 설계론》
존 벨라미 포스터 외, 인간사랑, 291쪽, 15,000원

2009년은 찰스 다윈 탄생 2백 주년이자 《종의 기원》이 출판된 지 1백50주년 되는 해다. 마치 진화론 자체가 진화한 것처럼 유례없이 진화론에 대한 저작과 학술 활동이 붐을 이루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진화론이 접목되고 재구성되고 있다(심지어 다윈학회에서 ‘주역과 진화론’, ‘이제마의 사상의학과 진화론’이라는 세션까지 선보였다).

이런 학계의 흐름은 21세기에 더욱 확장되고 굳건히 인정받는 다윈주의의 위상을 잘 보여 준다. 하지만 이것은 진화론의 이마만 본 것이다. 진화론의 아랫도리를 보면 창조론과 마주하게 된다. 창조론은 손에 땀을 닦고 지적 설계론이라는 새로운 장갑을 끼고 강력하게 양손으로 진화론의 발목을 잡아당기고 있다. 《다윈주의와 지적 설계론》은 이러한 진화론과 창조론이 첨예하게 대립한 역사를 보여 주고, 실제 그 논쟁에 직접 뛰어드는 책이다.

18~19세기를 거쳐 지질학자들이 지구의 역사에 대한 구체적인 발견을 하고 자연과학자들이 생명체 진화를 증명한 것은 당시 보편적으로 퍼져 있던 창조론자들의 믿음에 커다란 타격을 주었다. ‘지구가 최근에 생성되었고’ 자연의 질서는 때때로 노아의 홍수처럼 ‘신성한 존재의 개입에 의해 재정비되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믿음 말이다.

이러한 믿음은 다윈의 점진론을 필두로 19세기 과학자들에 의해 ‘자연은 완만하고 지속적으로 변화한다’는 사실이 확립되자 급격히 설자리를 잃기 시작했다. 이후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창조론적 관점이나 점진주의와는 달리, ‘그 변화는 필연적이기는 하지만 완만하고 지속적인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의 안정 상태가 지난 뒤 매우 급격하게 일어난다’는 이론을 전개했다.

그리고 추가적인 학계의 발견과 보완을 통해 자연과 인간 역사의 복잡성에는 점진론적 관점이나 마르크스주의적 관점 두 가지 모두 적용된다는 것이 증명됐다. 이는 최근에 더욱 구체화되어 나일스 엘드리지와 스티븐 굴드가 화석기록을 바탕으로 단속적 평형 이론으로 발전시켰다. 즉 자연계의 변화에 대한 다윈주의와 마르크스주의의 유물론적 관점을 통합해 생명체 진화의 역사는 ‘오랜 기간의 안정 상태 뒤에 지질학적인 짧은 기간의 변화가 이어진다’는 이론을 내놓은 것이다. 단속적 평형 이론은 고생물학, 유전학, 그리고 진화생물학과 관련된 다른 분야의 연구에도 광범한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결과로 다윈주의적 과정은 지질학적으로 짧은 시간(예컨대 수만 년)동안에 새로운 종을 발생시킬 수 있으며,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 당시의 화석기록으로 입증됐다. 화석기록에 나타나는 새로운 종의 “돌연한” 등장이 진화론과 배치된다는 창조론자들의 주장은 단속적 평형 이론과 거기서 영향을 받은 연구 결과에 의해 논거를 잃게 되면서 그나마 있던 설 땅마저 위태롭게 된 것이다.

단속적 평형

상대진영인 지적 설계론을 살펴보자. 지적 설계론의 학술 내용은 이 진영의 대표 선수인 뎀스키의 스티븐 굴드에 대한 비판에 잘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도 설계론자는 모두 생물학적 구조가 설계되었다는 입장을 고수하지 않는다.” 즉 일부는 신의 최초 설계 이후에 진화론적으로 적응한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 속의 기형과 무자비함이 신성한 섭리가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한다는 진화론자들의 주장은 악의 문제를 무시하고 과학과 신학을 뒤섞어 놓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의 주장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지적 설계론 자체가 과학과 신학이 뒤섞여 있기 때문에 학술적인 링 위의 싸움만으로는 이 전체적인 싸움을 이해하기가 불가능해 보인다.

지적 설계론 지지자들은 과학적 합의를 무시하고 광범위한 대중을 상대로 창조론적 관점을 보급함으로써 지지세력을 모으려 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히 사회의 일각에서 일어나고 있는 운동이 아니다. 이 운동은 로널드 레이건, 에드윈 미주, 조지 길더, 윌리엄 버클리, 톰 드레이, 존 매케인, 조지 W 부시 같은 영향력 있는 보수적 정치가들과 여론 형성자들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다.

지적 설계론의 기지인 디스커버리 연구소는 보수적 싱크탱크인 허드슨 연구소의 한 부서로 출발했다가 독립된 기관이다. 이 디스커버리 연구소의 과학 문화 재건 센터에서 기초한 1999년의 ‘쐐기 문서’를 보면 이들의 정체성이 잘 나타나 있다.

“유물주의는 공상적 사회주의라고 하는 유독한 변종을 낳았다. 디스커버리 연구소의 과학문화 재건 센터는 다름 아닌 유물주의와 그 문화적 유산의 타도를 추구한다.”

필립 존슨이 한 말을 빌리자면 “현대 문화의 지배적 철학(즉 자연주의)”을 지적 설계론이란 새로운 지배적 철학으로 대체시키는 것이 바로 이들의 목표인 것이다.

이 책은 창조론과의 논쟁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유물주의의 대표선수인 에피쿠로스, 다윈, 마르크스, 프로이트의 주장을 따라서 전개되고 있어 각 사람들의 논리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논쟁의 전체적 내용을 알 수 있는 훌륭한 책임은 틀림없지만 논쟁의 역사와 양진영의 논리에 대한 내용에 많은 할애를 하고 있어 다윈의 이론을 알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부족할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묘미는 (《마르크스의 생태학》으로 유명한 존 벨라미 포스터가 공저자인 만큼) 책의 여러 부분에서 마르크스가 유물주의를 방어하는 싸움에 기여한 면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도 마르크스가 창조론에 날린 ‘레프트 훅’을 인용하며 창조론을 비판하고 있다.

“역사를 개척해 나가려는 의지를 갖고 있고 절대적으로 자유로워지기를 바라는 심장 속에 마지막 한 방울의 피가 남아 있는 한 철학은 결코 지치지 않고 그 적대자들을 향하여 에피쿠로스의 주장을 인용하여 외칠 것이다: ‘진정으로 불경한 자는 군중이 경배하는 신들을 부정하는 자가 아니라 군중이 신들에 대해 믿는 바를 긍정해 주는 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