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이면 세월호 참사로 304명을 떠나 보낸 지 4년이다.

그때의 참사 현장을 생방송으로 지켜본 많은 사람들이 ‘가라앉는 세월호에서 이 나라의 침몰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말이지 세월호 참사는 단지 바다 위에서 일어난 사고가 아니었다. 이윤 우선주의의 야만과 냉혹함, 부패한 우익 정권이 노동계급의 목숨을 얼마나 천대하는지 등을 집약해 보여 준 사건이었다.

그 뿐 아니라, 세월호는 미국 제국주의의 패권을 돕기 위해 제주 해군기지 건설용 철근을 대량 실어 나르던 배였다. 국정원이 세월호를 실소유주처럼 관리하고, 침몰 직후 청해진 해운 물류팀 직원과 수 차례 통화했던 것도 이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국정원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 유관기관 회의’의 일부였고, ‘측면 지원’ 운운하며 운동 탄압에 앞장섰다.)

참사의 원인이 자본주의의 핵심인 이윤 우선주의와 제국주의와 관련돼 있었다. 박근혜는 이런 체제를 유지하는 데 충실했던 사악한 지배자였다. 

세월호 참사와 유가족에 대한 멸시와 탄압은 박근혜의 대표 악행이기도 했다.

세월호가 올라온 날, 박근혜가 구속됐다 ⓒ조승진

박근혜는 명실상부한 세월호 참사 제1의 주범이다. 최근 드러난 ‘세월호 7시간’만 봐도 알 수 있다. 박근혜는 생명보다 비용을 우선하는 수많은 정책으로 대형 참사의 길을 놓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하에서 재난 관리 재정은 4.9퍼센트 감소했고, 예산 축소로 지방 해경의 수색구조계가 없어졌다. 

그래서 참사 직후부터 유가족들은 자식의 영정 사진을 끌어안고 울분이 이끄는 대로 청와대 행진을 시작했다.

이것이 마침내 정권 퇴진 촛불과 만났고, 지난해에는 드디어 세월호가 올라오고 박근혜가 구속된 4월 16일을 맞이했다.

2기 특조위

올해 세월호 참사 4주기는 박근혜의 7시간이 어느 정도 밝혀지고, 실형 24년이 선고된 시점에서 맞게 됐다. 세월호 참사가 죄목이 아니어도 박근혜의 7시간 은폐에 연루된 자들, 유가족들을 포함해 블랙리스트 정책을 수행했던 자들, 우익 단체들을 지원해 세월호 운동과 유가족들을 모욕했던 자들 등 박근혜 정부의 실세 인사들이 모두 구속돼 있다. 

촛불의 직간접적인 여파 덕분이다. 문재인이 ‘세월호 적폐’의 청산을 약속한 것도 마찬가지다. 세월호 적폐 청산은 박근혜 퇴진 운동의 여파로 당선한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부채였다. 문재인은 세월호 유가족 200여 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위로했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기간제 교사 이지혜·김초원 선생님의 ‘순직’도 인정됐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취임 후 한 일을 종합적으로 보면, 진상 규명이나 세월호 유가족들의 바람을 대놓고 방해하거나 어깃장을 놓지도 않지만 세월호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도 않았다.

문재인은 당선 직전이던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식에서 국회 동의 없이 정부가 직접 진상 규명 기구를 가동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당선한 뒤에는 은근슬쩍 “국회를 믿는다”며 약속을 물렀다. 결국 자유한국당과 민주당, 국민의당은 국회에서 사회적 참사 특별법(2기 특조위법)을 원안에서 대폭 후퇴시켰다. 결국 사회적 참사 특조위(2기 특조위)는 권한 면에서 1기 특조위와 별로 다를 게 없게 됐다. 그 결과, 1기 특조위를 방해했던 황전원 같은 자가 또다시 특조위원으로 들어왔다.

다른 많은 문제들에서도 그렇듯이, 세월호 참사 관련 적폐 청산에서도 문재인 정부는 불철저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비극적인 재난이 끊이지 않는 이유

민주당은 (이 나라 지배계급의 제2 선호 정당이긴 해도) 자유한국당과 마찬가지로 자본가 계급에 기반한 친자본주의 정당이다. 그래서 과거 민주당 정부들도 다수의 안전과 기업의 이윤 사이에서 후자를 택했다. 따라서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됐다고 해서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공공 안전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길 기대할 수 없다. 

예컨대 ‘안방의 세월호’라 불리는 가습기 살균제가 정부 인증 마크를 받고 시중에 판매되기 시작한 것은 바로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였다. 사실 세월호 참사의 배경이 된 제주 해군기지 건설 결정도 문재인 정부가 계승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내려졌다. 1999년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 사고,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사고 등 민주당 정부 시절에도 대형 참사는 끊이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아래서도 체제의 우선순위 문제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도 의료 민영화를 추진할 기회를 엿보고, 공공 안전을 위한 투자도 뒷전으로 미루기 일쑤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인재(人災)형 참사가 계속됐다.

문재인 정부는 약속했던 전국 5곳 권역 특수구조대 설치를 차일피일 미뤄 왔다. 약속대로 인천에 특수구조대가 설치됐다면 영흥도 낚싯배 사고의 인명 피해를 막거나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2018년 정부의 공무원 증원 예산에서 가장 많이 배정된 것은 소방·구조 인력이 아니라 경찰 부문이었는데, 이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에서 소방 인력 부족 문제가 크게 제기됐다. 동시에 ‘제2의 세월호’라 불리는 스텔라데이지호의 침몰 원인 규명을 위한 심해 수색 장비 투입에는 예산이 단 한 푼도 배정되지 않았다. 반면에 국방 예산은 무기(주로 미국산) 구매를 위해 2조 8000억 원이나 인상됐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까지 잇달아 발생하자 정부는 대대적인 ‘국가 안전 대진단’을 실시하겠다고 했지만 혁신적 계획은 전혀 아니다. 이미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정부가 2015년부터 실시해 온 것이다.

대형 참사를 줄일 수 있는 실질적 조처를 실행하려면 정부의 ‘대형’ 투자가 필요하다. 국가 재원의 기존 우선순위를 크게 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국가 재원은 주로 기업주들로부터 나오고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는 기업주의 방향을 거슬러 이런 결정을 할 뜻이 전혀 없다. 지금 같은 불황 시기에는 아래로부터의 압력이 웬만하지 않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