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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GM:
파업파괴자(대체인력) 투입과 정부 협박에도 파업 지속
한국GM 노동자도 공동 투쟁해야

공장 폐쇄와 정리해고에 반대하고 임금·노동조건 회복을 요구하는 미국 GM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이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다.

GM 사측은 2009년에 노동자들에게 신입사원 이중임금제, 임금 동결(사실상 삭감), 건강보험 보조금 삭감 등을 수용하면 해고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노동자들은 그 후 10년 동안 심각한 고용 불안정에 고통받아 왔다.

반면 당시 막대한 구제금융으로 회생한 GM은 2018년에만 118억 달러(14조 1450억 원)를 이익으로 거뒀다. 그런데도 임금 인상을 거부하고, 1만 개가 넘는 일자리를 없애려 드는 것 때문에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선 것이다.

사측은 폐쇄된 공장들에서 일하는 비조합원·비정규직 노동자를 우선 해고하는 대신 조합원 일자리는 보장하겠다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불신이 팽배하다. 사측이 약속하는 일자리는 신규 채용 형식이라 임금이 대폭 삭감되는 데다, 그조차도 4년 후에나 해고자 중 40퍼센트를 재고용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2009년에 벌였던 공격의 재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목숨까지 위협하는 탄압

악랄한 GM 사측의 탄압은 말 그대로 노동자들의 목숨까지 위협하고 있다. 19일에 미시건주(州) 플린트에서는 사측이 고용한 파업 파괴자가 차량을 몰고 피켓라인으로 돌진했다. 24일에는 오하이오주(州) 파마시(市)에서 용역깡패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파업 노동자들에 총격을 가했다(다행히 사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사측의 파업 노동자에 대한 건강보험료 보조금 지급 중단 때문에 급성 질환을 앓던 조합원들이 병원을 못 가 사경을 헤매기도 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파업 효과도 작지 않다. 투자은행 시티그룹은 이번 파업으로 GM의 손실액이 매일 5000만 달러(약 600억 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연대와 단결은 노동자의 힘을 배가시킨다 파업파괴자 투입 저지에 나선 미국 GM 노동자들 ⓒ출처 UAW2250

연대도 확대되고 있다. 파업 돌입 직후 미국 운수노조 ‘팀스터즈’ 조합원들이 GM 완성차 수송을 거부한 것에 이어,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은 파업 중인 GM 노동자들에 음식을 제공했고, 같은 전미자동차노조(UAW) 소속 지프·크라이슬러 조합원들은 GM 노동자들과 함께 피켓라인를 지켰다. 파업 초부터 연대를 표했던 ‘민주적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도 피켓라인에 동참해 노동자들과 함께 시위했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사측의] 요청이 있으면 연방정부가 직권중재에 나서겠다”고 으름장 놓았다. 이에 파업 중인 한 GM 조합원은 이렇게 분통을 터뜨렸다. “외국 공장들을 미국으로 들여온다고 해서 [일자리 만들어 준다고 해서] 2016년 대선 때 트럼프에 투표했더니! 그 자는 대통령 자리를 부지하는 것도 감지덕지해야 한다.” 거센 반발에 밀린 백악관과 GM 사측은 직권중재는 논의된 바 없다며 손사래쳐야 했다.

트럼프와 달라 보이고 싶어 하는 미국 민주당 정치인들은 GM 파업이 사회적 쟁점이 되면서 저마다 입장을 내고 있다. 민주당 주류가 내세운 대선 후보 조셉 바이든은 22일 GM 노동자 집회에 모습을 드러내 “정부가 아니라 노동조합이 GM을 구제금융했다. GM이 회생한 것은 여러분 덕”이라고 연설했다. 그러나 이는 노동자들을 찬양하는 척하며 자기 책임은 없는 양하는 것이다. GM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 UAW에 양보교섭을 압박한 것은 바로 바이든 자신이 부통령이었을 때 민주당 버락 오바마 정부였다.

오랫동안 민주당과 유착해 있었고 이번 GM 파업 직전에 크라이슬러와 포드에서 양보교섭을 타결한 UAW 지도부는, 현재 크라이슬러 사측에게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GM 파업 전날인 14일에 미 연방수사국 FBI는 UAW 지도부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파업의 기세를 꺾으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까지도 UAW 지도부는 교섭 상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GM의 희생 강요에 맞서 한국GM 노동자도 동시 파업 중

이런 상황에서 GM 기층 노동자들이 보이는 투쟁 열기에 고무된 다른 노동자들도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미국 제약회사 카이저퍼머넌트 노동자 약 8만 3000명이 외주화 반대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10월 초 파업 돌입을 결의했다. 단사 노동자 파업으로는 최근 몇 년간 최대 규모다.

많은 사람들이 노동자들의 행동에 지지를 보냈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에 따르면 비조합원 노동자 절반 가량이 노조의 파업 행동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같은 조사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사회적 지지는 10년 사이에 48퍼센트에서 68퍼센트로 올랐다. 노동자들이 단호하게 싸우면 지지를 얻을 수 있음을 보여 준 것이다.

때맞춰 한국GM 노동자들도 파업에 나섰다.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 고용 안정, 분할 기업의 단협 체결 등을 요구하며 추석 연휴 직전 사흘간 전면 파업을 한 데 이어, 지난 20일부터 부분 파업을 시작해 이번주 내내 6시간 파업을 진행 중이다. GM이 오랫동안 물량 이전 등을 미끼로 세계 각지 공장 노동자들을 이간질해 온 역사에 비춰 볼 때, 한국GM 노동자들이 동시에 파업에 나선 것은 좋은 일이다.

GM 사측은 동시 파업의 섟을 꺾으려 후속 신차 물량 배정 등을 미끼로 한·미 노동자를 이간질하려 들 수 있다. 그러나 미국 노동자들이 파업으로 GM을 압박하는 이때, 한국GM 노동자들도 미국 GM 노동자들과 함께 싸울 때 사측에게서 양보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들의 단결과 연대로 미국·한국 모두에서 GM의 공격과 이간질 시도에 맞서 승리를 쟁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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