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 논리는 더 많은 파괴를 낳을 것이다 ⓒ출처 우크라이나 국가비상대책본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40일이 지났지만, 전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러시아군은 수도 키예프(키이우) 인근에서 우크라이나 동부·남부로 병력을 집중하고 있다. 동남부 항구 도시 마리우폴을 폭격해 수중에 넣으려 하고, 남부 항구 도시 오데사에 맹공격을 가하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 남부의 흑해 연안 지역을 완전히 장악하려는 것이다. 흑해는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며, 러시아는 이곳들을 장악하면 지금 일시적으로 물러선 우크라이나 중북부 지역을 다시 노릴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다. 끔찍한 학살의 증거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러시아군이 병력을 물린 키예프 인근 도시 부차에서 민간인 시신 수백 구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최근 전황은 우크라이나 동남부에서도 이런 일이 있을 것임을 시사한다.

정치적 목표

푸틴이 애초에 침공으로 도모하고자 했던 정치적 목표가 차질을 빚고 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신속하게 장악해 나토의 동진(東進)을 저지하려 했다. 그러면서 젤렌스키 정부를 친러 정부로 교체하려고도 했던 듯하다. 그랬다면 러시아는 동유럽 쟁탈전에서 우위에 서고, 다른 “가까운 외국들”(옛 소련 소속 공화국들)에 대한 영향력도 높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젤렌스키 정부가 서방 제국주의의 막대한 지원 속에서 대항을 하면서, 전선이 수시로 바뀌고 어느 쪽도 뚜렷하게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국경 너머로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재래식 전력이 압도적임에도 러시아가 고전하고 있는 듯하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현재 러시아와의 직접 교전은 피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고 러시아에 경제 공격(제재)을 하는 식으로 이 전쟁에 관여하고 있다. 3월 26일 미국 대통령 바이든은 이 전쟁의 목표가 푸틴 정권 교체라고 실토했는데, 군사력을 앞세운 미국 국가의 오만함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미국 주도의 군사 동맹인 나토가 강화됐다.

전쟁을 거치면서 냉전 시기에도 ‘중립’을 지키던 국가들이 서방 쪽으로 가까워지고 있다. 스위스는 미국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했고, 핀란드·스웨덴에서도 나토 가입 논의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가 애초 의도한 바에 반하는 사태 전개다.

나토 회원국들도 더 군사화하고 있다. 미국·독일 등이 군비를 대폭 증강하는 가운데, 폴란드는 최근 국방 예산을 GDP의 3퍼센트까지 올리기로 했다. 최근에 폴란드군 장성 네 명은 폴란드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러시아 영토 칼리닌그라드를 점령하자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확대돼 자국에 불똥이 튀기 전에 선제 타격하자는 것이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폴란드 집권당 대표 야로스와프 카친스키는 미군 핵무기를 폴란드에 유치하자고 주장했고, 폴란드 대통령 안제이 두다는 이렇게 말했다 “어떤 대가를 무릅쓰더라도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믿음은 틀렸다. 우크라이나를 지키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첫째도 무기, 둘째도 무기, 셋째도 무기다.”

“무기, 무기, 무기”

더 많은 무기와 전쟁을 바라는 것은 우크라이나 정부도 마찬가지다. 그간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는 줄기차게 서방에 무기 지원을 요구해 왔는데, 4월 11일 한국 국회 연설에서도 마찬가지 요구를 할 듯하다.(관련 노동자연대 성명 보기)

젤렌스키 정부는 갈등을 확대하는 것을 정권을 지킬 유일한 해법으로 여긴다. 지난주 우크라이나 국가안보위원장 올렉시 다닐로프는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를 상대로 한 또 다른 전쟁이 발발하면 우크라이나에 매우 매우 도움이 될 것이다.”

서방에도 확전을 노골적으로 부추기는 기류가 있다. 미국 하원의원 애덤 킨징어는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지금이 러시아에게서 영토를 탈환할 절호의 기회임을 인지한 나라들이 몇몇 있을 것이다. 러시아의 점령지가 특가 세일 중이다.”

이는 러시아의 군사적 보호 덕에 ‘독립’을 유지해 온 몇몇 지역을 염두에 둔 말이다. 예컨대 조지아더러 남(南)오세티야를 공격하고 아제르바이잔더러 아르차흐를 공격하라는 것이다.

미국은 러시아를 제압하고 자국의 제국주의적 지배력을 재확인시킬 수 있다면 우크라이나의 참상을 곳곳에서 되풀이하는 것도 마다않겠다는 것이다.

반대로 러시아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포위를 물리치고 자신의 제국주의적 영향력을 부지하기 위해서라도 우크라이나에서 져서는 안 되는 처지다. 일례로, 올해 초 러시아의 파병으로 대중 항쟁을 진압해 정권을 부지한 카자흐스탄 대통령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조차 현재 러시아 지지를 주저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물러서는 기색을 내비치면 커다란 대가를 치르게 되기 때문에, 확전으로 나아가는 논리가 양측 모두에 작용하고 있다.

그 논리는 더 많은 피를 요구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에 기대를 걸 수는 없다. 전쟁에 맞선 진정한 대안은 제국주의 국가들의 전쟁 책동을 모두 거부하는 것이다. 이는 푸틴에 맞서 러시아에서 벌어지는 반전 운동, 나토의 확전에 맞서 미국과 그 동맹국에서 벌어지는 기층 저항에 기초해야 한다.

친서방 국가인 한국에 사는 우리는 정부가 서방 제국주의와의 공조를 늘리는 데에 반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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