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6월 9일 열린 노동자연대 온라인 토론회(영상 보기)의 발제문이다.


얼마 전 시진핑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봉쇄 상태에 놓인 대학생들이 베이징대, 톈진대 등지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에서 관료주의·형식주의 반대와 함께 시진핑 타도 구호까지 나왔다.

1989년 톈안먼 항쟁 33주년을 앞둔 시기라 그런지 중국 당국이 바짝 긴장했다. 학생들의 시위가 사회 격변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2020년 우한 봉쇄 때나 2022년 상하이 봉쇄 초기에도 주민들의 저항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학생 시위가 더 의미심장했던 것은 최근에 중국의 공식 정치와 경제 분야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과 겹쳤기 때문이다.

존재감이 없던 리커창 총리가 시진핑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기를 드는 발언을 한 것이 〈인민일보〉나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에 보도된 것이다. 철저한 검열을 거치는 중국공산당 기관지와 국영방송에서 시진핑보다 리커창의 행보가 더 비중 있게 다뤄진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 홍콩의 〈명보〉,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등 세계적 언론들이 이 사건을 비중 있게 다뤘다. 그러면서 시진핑과 리커창의 권력 투쟁이 시작됐다거나 시진핑의 주석직 3연임이 무산됐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과연 그럴지 시진핑 체제의 앞날에 대한 전망은 잠시 뒤에 말하기로 하고, 그 전에 우선 시진핑 체제가 위기에 처한 배경부터 살펴보겠다.

위기의 배경

위기의 배경으로 첫째, 시진핑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꼽을 수 있다. 시진핑은 우한 봉쇄를 통해 초기에 코로나를 억제했고 그 덕분에 중국 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방향을 밀어붙이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봉쇄 정책이 시진핑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코로나로 봉쇄된 인구만 5억 명이 넘고, 상하이 양산항의 화물이 적체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래서 올 2분기 성장률이 1.7퍼센트까지 추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면 올해 양회에서 경제성장률 목표치로 정한 5.5퍼센트 달성은 불가능할 것이다.

위기의 배경으로 둘째, 중국 경제 성장의 둔화와 위험 요소의 증대를 들 수 있다.

중국이 고도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주로 저임금 노동력에 기반한 수출 덕분이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임금이 오르고 노동집약적인 산업은 동남아시아로 많이 이전했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수출도 이전만 못한 상황이다. 2021년 중국의 연간 수출 증가율은 29.9퍼센트였지만 올해 1~2월에는 16.3퍼센트, 3월에는 14.7퍼센트, 4월에는 3.9퍼센트로 급락하고 있다. 상하이 봉쇄가 풀리더라도 이전과 같은 수출 증가율은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렇다고 중국 산업을 숙련 노동력에 기반한 산업으로 재편하는 것도 쉽지 않다. 중국 노동자 중 고등교육을 받은 비율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중국 노동자 중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은 13퍼센트 정도이고 고등학교 이상 교육을 받은 사람이 30퍼센트도 되지 않는다.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서 ‘검은 백조’와 ‘회색 코뿔소’ 같은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검은 백조’는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현상을 뜻하고, ‘회색 코뿔소’는 뻔히 예견되는 일이지만 대처하지 못해 큰 위험에 빠지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민간기업과 가계 부채가 급증하고, 수익성 악화로 부도 위기에 처한 기업이 크게 증가하는 것이 바로 그런 일이다. 부동산 2위인 헝다그룹의 부도 위기가 대표적이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시진핑은 “질서 있는 파산”을 주장하며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려 했다. 또, 공동부유를 내걸고, 거대해진 민간 플랫폼 기업들을 단속했다. 이것이 지난해 상황이었다.

그런데 오미크론 확산으로 봉쇄가 추진되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자 중국 경제는 예상치 못한 위기에 빠져들었다. 상하이 봉쇄로 항만의 물동량이 묶여 버린 사진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경제 위기와 중국공산당 내 이견 표출

지금부터는 중국 경제 상황과 중국공산당의 통치 기반 문제를 살펴보겠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점차 둔화하고 있다. 2010년 즈음 10퍼센트가 넘었던 성장률이 이제는 5퍼센트도 쉽지 않다. 2020년 경제성장률은 2.3퍼센트를 기록했고, 2021년은 기저효과 때문에 8.1퍼센트를 성장했지만 두 해의 평균은 5.1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 당국이 높은 경제성장률을 고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신규 일자리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올해 중국의 대학 졸업생이 1076만 명인데, 이들이 일자리를 얻으려면 적어도 8퍼센트 경제성장률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8퍼센트는커녕 올해 목표치인 5.5퍼센트조차 달성하기 힘들게 됐다.

지난 5월 18일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루펑(盧鋒) 교수는 중국의 공식 실업률이 6.1퍼센트이고, 청년실업률은 18.2퍼센트라고 밝혔다. 공식 실업률은 미국의 3.6퍼센트보다도 높고, 특히 청년 실업률은 유럽 13.9퍼센트나 미국 8.6퍼센트에 견줘 훨씬 높은 수준이다. 중국 대학생들의 불만이 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고, 이 때문에 시진핑과 전 세계 언론들이 대학생들의 시위를 예의주시했던 것이다.

경제 문제, 즉 일자리와 소득은 중국공산당의 지지 기반과 관련이 크다. 권위주의적 통치를 하더라도 경제가 성장해 일자리가 늘고 소득이 오르면 당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반대로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 중국공산당의 지지 기반이 허물어질 수도 있다. 1966년 문화대혁명과 1989년 톈안먼 항쟁 때 학생과 노동자들이 반란에 나선 것도 바로 이런 배경에서였다.

그런데 코로나 봉쇄 조처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폭등은 그렇잖아도 성장 둔화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중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가했다. 5월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1,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1.1이었다. 3개월 연속으로 경기 침체 기준선인 50 이하를 기록한 것이다. 심지어 소매 판매 증가율은 마이너스 11퍼센트였다.

그래서 지금 중국 지배계급은 위기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 이 때문에 지배계급 내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시진핑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반대가 중국공산당 내부에서 제기된 것이다. 중국공산당 2인자인 리커창 총리가 지방정부 관료들과의 온라인 긴급 회의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중국 경제 지표가 크게 떨어졌고 어떤 측면에선 코로나19가 닥쳤던 2020년보다 어려움이 더 크다”고 지적하면서 “고용과 생계를 유지해 2분기의 합리적인 경제 성장을 보장하고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커창 총리의 이 발언은 제로 코로나 정책보다는 경제를 우선시하는 것으로, 시진핑 정책에 반기를 드는 것이었다. 이런 리커창의 행보가 〈인민일보〉와 또 다른 당 이론지 〈구시〉(求是)에 소개됐다. 이것은 확실히 변화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래서 세간에서는 시진핑이 하락하고 리커창이 올라간다는 뜻의 ‘시샤리상(習下李上)’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그동안 리커창은 영향력이 미미한 총리였다. 보통, 총리가 경제를 책임지고 운영하는 것이 중국 정치의 관례이지만, 시진핑은 영도소조를 만들어 직접 경제를 관장해 왔다. 중국 경제의 운영에서도 시진핑과 리커창은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시진핑은 국유기업 중심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국진민퇴’를 주장한 반면 리커창은 시장의 역할을 더 강조하는 입장이었다.

시진핑과 대립각을 세운 게 리커창만은 아니다. 지난 4월에는 주룽지 전 총리가 시진핑의 3연임을 비판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그러자 5월 15일 당 중앙 판공청 명의로 “은퇴 간부의 당 건설 업무에 관한 의견”이라는 글이 발표됐는데, 당 간부를 역임하다 은퇴한 당원은 정치적으로 부정적인 말을 퍼뜨리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자신에게 불만을 드러내는 당 원로에 대한 시진핑의 견제였던 셈이다.

중국 최대의 빅테크 기업인 텐센트의 최고 경영자 마화텅도 최근 “후시진 말고는 누구도 중국 경제를 걱정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글을 SNS에 퍼다 날랐다. 후시진은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의 총편집인을 역임한 인물로 “바이러스 통제에 드는 경제적 비용이 공중 보건 혜택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인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이 2년 전 중국의 금융 체계는 구멍가게 같다고 비판했다가 중국공산당에 호되게 당한 전례가 있어 다들 움츠러든 상황이다. 평소 정치적 발언을 삼가는 마화텅의 이런 행위는 그래서 더욱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여졌다.

시진핑 체제의 앞날

이런 상황이 전개되자 중국공산당 내 권력 투쟁이 벌어진 것 아닌가, 시진핑의 3연임이 흔들리고 리커창이 부상하는 것 아닌가 하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다소 과장으로 보인다.

올 11월에 있을 제20차 당대회에서 당장 리커창이 시진핑을 대체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거의 없다. 시진핑에 대한 견제의 목소리가 커진 것은 분명하지만, 중국공산당 내 권력 투쟁이라 할 만한 수준으로 발전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우선 7월 말과 8월 초에 열리는 지배 분파들의 비공개회의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 이견이 조율될지 아니면 갈등이 증폭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약 중국 경제의 위기가 더욱 심각해지면 지배 분파 사이의 갈등도 더 첨예해질 것이다.

물론 시진핑이 올해 11월에 3연임을 달성하더라도, 이것이 시진핑 체제의 안정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외 상황을 볼 때 시진핑의 위기는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시진핑은 한편으로는 하락하는 경제를 부양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부동산 거품과 날로 증대하는 부채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시진핑은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위축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소득을 높여 주는 경기부양책을 사용할 텐데, 그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일자리를 늘리려면 투자가 많이 이뤄져야 하는데, 기업의 이윤이 낮기 때문에 오히려 투자는 줄어들고 있다.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해 임금 인상을 용인할 경우 기업의 수익성은 더 하락할 것이다.

금리를 낮출 경우 해외에서 들어온 투자자금이 중국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지난 2~4월 중국 채권시장에서 3011억 위안(57조 원)이나 빠져나갔다. 그러자 중국 당국은 외국 기관투자자의 위안화 채권 거래 통계를 알 수 있는 사이트를 폐쇄했다. 인플레를 감안한 실질금리를 비교해 보면 아직은 중국이 미국보다 금리가 높다. 그러나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한다면, 자본 유출로 위안화 폭락 같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처럼 경기부양을 하기도 어려운 조건일 뿐 아니라 그것이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국제 환경도 시진핑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미국 바이든은 트럼프에 이어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바이든은 쿼드(Quad: 미국·호주·인도·일본의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 호주·영국·미국의 안보동맹) 같은 정치적·군사적 동맹을 추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출범시켜 경제 부문에서도 중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에서 강조하는 한 가지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것이다. 미국은 철강 같은 원자재, 핵심 반도체 장비 등의 중국 유입을 가로막고 있다. 최근 미국 국무장관 블링컨은 중국에 경고로 그치지 않고 전략적 환경을 만들겠다고 위협했고 나토는 새 전략 개념에 중국의 위협을 포함시켰다.

미국의 이런 행보는 미국과 중국 간 제국주의적 갈등을 더 첨예하게 만들 것이다. 미국의 거세지는 압박에 대항해 중국도 캄보디아에 군사기지를 설치하고 솔로몬 제도와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는 등 남중국해와 태평양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지정학적 불안정이 증대하고 있는 것이다.

지배 체제 균열과 저항

현재는 중국 지배자 다수가 시진핑을 지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국내 정책이나 국제 관계가 난관에 봉착하면 시진핑 체제에 대한 지지가 약화되고 더 나아가 뒤흔들릴 수 있다. 중국 현대사를 보면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1950년대 후반 대약진운동의 실패가 초래한 위기가 문화대혁명의 원인이 됐고, 1978년 개혁개방 정책이 낳은 경제적 실패가 1989년 톈안먼 항쟁을 낳았다.

중국은 당과 국가 관료가 지배계급을 이루고 있는 형태의 국가자본주의 체제이기에 국가의 경제 정책 실패는 지배체제 내부의 균열을 초래한다. 이때 기층에서는 지배계급의 한 분파에 대한 환상을 갖고 투쟁을 벌이는 일이 종종 벌어졌다.

이처럼 중국 지배계급 내의 갈등과 분열은 학생과 노동자들이 저항하고 투쟁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최근의 학생 시위는 이런 가능성을 힐끗 보여 줬다. 학생들의 투쟁이 노동자 투쟁을 자극하고 정치화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에서는 2010년 이래 신세대 농민공이 저항의 선두에 서 왔다. 특히 건설, 제조업, 운송, 유통, 배달 등 여러 부문에서 노동자들이 임금체불, 노동조건 개선, 노동조합 건설 등의 쟁점을 두고 투쟁하고 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잠깐 위축됐지만 그 뒤로 다시 파업 등 투쟁이 증대하고 있다. 시진핑 체제의 위기가 심화되면 이런 투쟁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중국의 노동자·학생들이 이런 투쟁 속에서 개혁을 쟁취할 뿐 아니라 진정한 사회주의를 위한 투쟁과 조직을 건설해 나아가기를 바라고, 지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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