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적으로 이주 통제의 야만성을 보여 주는 사건이 잇따라 벌어졌다.

6월 26일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외곽에 주차된 트레일러 컨테이너 안에서 53명이 사망한 채 발견됐다. 당시 샌안토니오의 기온은 섭씨 38도가 넘었다고 한다. 고온의 열기에 질식한 것이다.

이들은 그저 더 나은 삶을 위해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국경을 넘으려던 이주민들이었다.

바이든을 비롯해 미국 정치인들은 애도를 표했지만, 이런 끔찍한 비극을 낳는 국경 통제 강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예컨대 트럼프가 시행한 공중보건법 42조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이 조항은 코로나 확산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멕시코와의 국경을 넘는 미등록 이주민에게 난민 신청을 할 기회를 주지 않고 국경에서 즉각 추방할 수 있게 허용한다.

이런 정책들 때문에 이주민들은 더 위험한 경로와 방법으로 국경을 넘게 됐고, 그 결과 이번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생존자와 사망자 시신이 뒤섞여 모로코에서 스페인 멜리야로 진입하려다 제압당한 이주민들 ⓒ출처 Dictator Watch(트위터)

6월 24일에는 모로코에서 북아프리카의 스페인 자치령 멜리야로 진입하려던 이주민들을 양국 경찰들이 폭력적으로 저지하면서 이주민 37명이 사망했다. 스페인은 우크라이나 난민 12만 4000명을 받아들였지만, 아프리카인들에게는 국경을 걸어 잠그고 있는 것이다.

현재 스페인은 사회민주주의 정당인 사회당(PSOE)과 한때 급진적이었던 포데모스가 연정을 구성하고 있다.

영국은 미등록 이주민과 난민을 르완다로 추방하려 한다. 영국은 르완다에 이들을 수용하는 대가로 1865억 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르완다는 2018년에도 식량 배급 제한에 항의하다 피신한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난민 12명을 총살하는 등 인권 침해로 악명 높다.

이에 반대하는 시위가 영국 전역에서 열렸고, 6월 14일 첫 추방 대상이 된 37명을 태운 비행기가 유럽인권재판소의 제지로 이륙을 불과 몇 분 앞두고 멈췄다. 추방될 뻔했던 한 이주민은 “사형당하는 것 같았다”며 당시의 공포를 전했다.

난민 입국 막고 이주민 권리 유린하는 한국 정부

국경 통제로 인한 이주민·난민들의 고통은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예컨대 한국 정부는 난민이 공항이나 항만에서 난민 신청을 하면 일단 입국을 막는다. 그리고는 정식 난민 심사 기회를 줄지 말지 사전 심사를 한다. 난민법이 시행된 2013년부터 올해 5월까지 공항이나 항만에서 난민 신청을 한 1895명 중 46퍼센트만이 이 심사를 통과했다. 나머지는 위험한 본국이나 제3국으로 송환됐을 것이다.

송환되지 않으려고 버티면 공항에 억류되는 신세가 된다. 루렌도 가족이 대표적인 사례고, 2020년에는 한 난민이 인천공항에 무려 423일 동안 억류돼 있었다. 올해 6월에도 미얀마 난민 3명이 입국을 거부당했다가 난민 지원 변호사들의 도움으로 입국할 수 있었다.

이주 통제는 단지 국경에서만 작동하는 게 아니다. 정부는 입국을 허용한 뒤에도 이주민들의 권리를 제약하거나 박탈한다.

한국 정부가 이주노동자를 들여오는 대표적인 제도인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주노동자가 사용자의 동의 없이 사업장을 변경하면 체류 자격을 박탈해 한국에서 쫓아낼 수 있다.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묶어 두는 것이다.

또 한국 정부는 결혼 이주 여성이 한국인 배우자와 혼인 관계를 유지하고 한국 국적의 자녀를 양육하지 않으면 체류 연장을 매우 어렵게 한다. 예컨대 결혼 이주 여성은 이혼 시 남편의 귀책을 입증하지 못하면 체류를 연장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남편에 대한 종속이 심해지고, 가정 폭력에 취약해지기도 한다. 다만 한국 국적의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면 이혼하더라도 체류할 수 있다. 요컨대 결혼 이주 여성이 노동력 재생산과 돌봄이라는 구실에만 충실하게끔 강요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이주 통제를 벗어난 이주민들을 가혹하게 대한다. 야만적인 미등록 이주민 단속·추방이 그것이다. 이에 대한 미등록 이주민들의 공포는 엄청나서, 단속을 피하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다 심각한 부상을 입거나 사망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외국인보호소는 단속에 붙잡힌 미등록 이주민을 강제 출국시키기 전까지 구금하는 곳이다. 받아야 할 체불임금 등이 있거나, 특히 본국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하는 난민들이 장기 구금되곤 한다. 만약 이곳에서 추방되지 않고 쉽게 석방될 수 있다면 이주 통제에 구멍이 생길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장기 구금을 해서라도 견디지 못해 떠나게 만들려 하고, 이에 항의하는 구금자들에게 폭행과 가혹 행위까지 서슴지 않는다. 지난해 화성외국인보호소 측이 구금된 모로코 난민에게 ‘새우꺾기’ 고문을 한 사건도 이런 맥락 속에서 벌어졌다.

지배자들의 필요에 따라 변하는 국경 통제

국경과 이주 통제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발원해 세계 각지로 이주했다. 국경으로 구획된 국민국가는 자본주의와 함께 등장한 것이다.

국민국가가 등장하고서도 19세기까지는 국경이 열려 있었다. 자본주의 경제의 성장으로 인한 노동력 수요 때문이었다. 노예 무역을 통해 아프리카 흑인들을 강제 이주시켰고, 프랑스 출신 방직공들이 영국의 산업 혁명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미국은 이주민을 끊임없이 받아들여 자본 축적에 필요한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1914년 제1차세계대전이 벌어져 국경 단속의 열기가 전례 없이 고조되고 나서야 여권과 비자 제도가 처음으로 도입됐다. 국경 통제는 제2차세계대전 후 장기 호황이 시작되자 다시 완화됐다가 1970~80년대 불황을 겪으며 강화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부터는 난민이 새로운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했다.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 제국주의는 석유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중동에 군사 개입하면서 이슬람 혐오를 부추겼다. 중동에 개입한 결과로 주로 무슬림인 난민이 대량 발생해 유럽으로 향하자 이들에게 국경을 걸어 잠그는 것이 이슬람 혐오의 정치적 표현이 됐다.

이처럼 각국 지배자들은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국경 장벽을 높였다가 낮추기를 반복해 왔다. 이를 통해 이주민들에게 열악한 조건을 강요하고, 한 나라 안의 노동자들을 출신지에 따라 분열시켜 단결을 가로막으려 한다. 빈곤, 실업, 복지 부족 등에 대한 불만을 떠넘기는 데에도 이용하곤 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용자들은 최저임금이 논의될 때마다 이주노동자 차등 적용을 주장한다. 만약 그렇게 되면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을 끌어내리는 효과가 날 것이다. 정부는 난민을 ‘경제적 목적의 가짜 난민’이라고 호도하고, 이는 이주민과 난민이 내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편견을 부추긴다.

이에 효과적으로 맞서려면 지배자들이 신성불가침의 주권으로 여기는 국경 통제에 원칙적으로 반대하고 이주의 자유를 옹호해야 한다. 그리고 이주 통제로 고통을 겪는 이주민들에게 연대해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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