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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집 거부 러시아인 난민, 인천공항에 석 달째 억류

러시아인 난민 5명이 한국 정부의 입국 거부로 인천공항에 억류돼 있다. 석 달째 억류된 사람도 있다. 이를 MBC가 12월 19일 단독 보도했다.

이들은 러시아 정부의 예비군 동원령을 거부하고 한국에 왔다고 한다.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러시아를] 완전히 떠나서 한국으로 왔습니다.”

[반정부 집회에 참여해서] 러시아에 있는 것이 위험했어요. 그래서 러시아를 떠났습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들을 난민 인정 심사에 불회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제대로 된 난민 인정 심사를 받을 기회조차 주지 않으며 입국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부터 이들은 인천공항 출국대기실(구 송환대기실)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출국대기실은 조건이 너무 열악해 난민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다. 바깥 공기가 통하는 창문이 없고 형광등이 24시간 켜져 있다. 개인 공간이 없어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다. 끼니는 매우 부실하다.

러시아인 난민들은 하루 세 끼 지급되는 머핀과 과당주스로 버텨 왔다. 가져온 돈이 떨어져 외부 음식은 사먹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위장병과 충치까지 생겼다. 이들을 지원하는 단체들의 문제 제기로 2주 전부터야 하루 한 끼 닭고기와 밥이 제공되고 있다고 한다.

인천공항에 억류돼 창밖을 바라보는 러시아인 난민 ⓒ출처 〈MBC 뉴스데스크〉

연대

한국 정부는 지난 10월에도 요트를 타고 온 러시아인 난민들의 입국을 거부한 바 있다. 윤석열이 유엔 총회에서 “국제 연대로 자유를 지켜야” 한다고 연설한지 한 달 만이었다.

미국 정부도 러시아인 난민을 “불법 이민자” 취급하고 있다.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푸틴의 공격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정작 푸틴의 억압을 피해 온 이들은 잔인하게 내친 것이다.

이런 문전박대는 불의한 전쟁에서 헛되이 목숨을 잃지 않으려는 러시아 청년들의 절박함을 외면한 냉혹한 짓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수많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청년들이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고 있다.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과 러시아 모두 이에 아랑곳 않고 자신의 제국주의적 이익을 위해 전쟁을 더 확대하려 한다. 바이든은 12월 22일, 미국을 방문한 젤렌스키와 정상회담을 열고 2조 원이 넘는 추가 무기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자 푸틴은 차세대 ICBM 실전 배치를 예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동유럽 국가들에 무기를 수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얼마 전에는 포탄 10만 발을 미국에 판매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무기들은 직간접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쓰인다. 한국 정부는 그 무기에 희생당하지 않으려 탈출한 러시아인 난민들을 내쫓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은 무기 수출이 “우방국들[즉, 서방 제국주의 국가들]과의 연대를 한층 강화시켜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비극이 악화되는 데 일조하고, 결국 한반도 주변 정세에도 악영향을 미칠 뿐이다.

한국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연대해야 할 대상은 서방 제국주의 강대국의 지배자들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평범한 대중이다.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것은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무력이 아니라, 전쟁을 추동하는 자국 지배자들에 맞선 아래로부터의 저항이다.

푸틴이 동원령을 내리자 러시아의 여러 도시에서 징집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징집을 피한 탈출도 이런 저항의 한 형태이다.

러시아 제재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등 평범한 러시아인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확전을 낳을 한국 정부의 전쟁 지원에 반대하는 것이 러시아인들의 저항에 연대하는 방법이다. 그 연장선에서 러시아인 난민도 환영해야 한다.

인천공항에 억류된 러시아인 난민들은 지원 단체들의 도움으로 법무부의 결정에 맞선 소송을 진행 중이다.

정부는 이들의 입국을 허용하고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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