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각국 지배자들이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방식은 너무나 비합리적이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취해져야 하고, 취해질 수 있는 조처들이 이윤 논리에 부딪혀 외면당하고 있다.

6년 전 세월호 참사 또한 사회 전체가 완전히 뒤집어진 우선순위로 돌아가고 있음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304명이 물 속에 잠겨 가는 모습을 생중계로 지켜보면서 사람들은 말로 다 표현 못 할 슬픔과 충격을 느꼈을 뿐 아니라 참사의 구조적 원인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품었다. 

비용 절감과 제국주의

세월호 참사의 배경에는 이윤 우선주의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라는 친제국주의 정책이 있었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0분경, 오른쪽으로 살짝 방향을 틀려던 세월호가 갑자기 말을 안 듣고 계속 돌았다. 급선회 때문에 세월호는 기울고 말았다. 선체 인양 이후 선체조사위는 조타기 조작 장치(솔레노이드 밸브)가 오래돼 고장 나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상적인 배는 아무리 심하게 급선회해도 10도 이상 기울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세월호는 여객실을 늘리려고 비정상적으로 개조돼 왼쪽이 더 무거웠다. 그래서 금세 20도까지 기울었다.

이후에는 화물의 이동이 결정적이었다. 세월호에는 기준치를 훨씬 넘기는 양의 많은 화물이 대충 고정돼 있었다. 더 많은 이윤을 위해 안전이 밀려났다. 

2017년 3월 목포 신항에 도착한 세월호 ⓒ사진공동취재단
그런데 과적의 배경에는 제주 해군기지가 있었다. 한미동맹을 우선해 온 한국 지배자들은 미국의 패권을 돕기 위해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고 있었다. 배가 기울고서 제일 먼저 쓰러져내린 화물은 제주 해군기지행 철근 묶음이었다. 이 철근은 400톤 이상 실려 단일 화물로는 가장 많았다. 과적의 주요인이었던 것이다. 

세월호와 제주 해군기지는 탄생부터 침몰까지 매우 긴밀한 관련이 있다.

청해진해운은 이명박 정부가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착수함에 따라 그 물동량을 노리고 서둘러 세월호를 중고로 구입했다. 화물칸을 늘리려고 불법적인 증개축도 했다. 뇌물을 뿌린 덕분에 위험천만한 배가 운항을 할 수 있었다. 이후 세월호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 재료 운송에서 주된 구실을 했다.

이런 연관성을 고려하면, 국정원이 세월호를 실소유주처럼 깊숙이 관리하고 침몰 직후 청해진해운 물류팀 직원과 국정원 직원이 수차례 통화한 일 등이 왜 벌어졌는지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우리가 제국주의에 도전해야 한다는 점도 보여 줬다. 

구조 방기

한편, 참사는 대중 안전에 관한 박근혜 정부와 국가의 무관심, 무책임, 무능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정부의 우선순위는 안전에 있지 않았다. 2012년 이명박 정부는 “해양 사고가 연간 계속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구조·구난의 많은 부분을 민간에 맡겼다. 뒤이어 박근혜 정부는 집권 첫해에만 600개 넘는 규제를 없앴다. 결국 예산 부족 때문에 인명 구조, 수난 구호 명령, 선박 좌초·전복 대처를 담당하던 지방 해양경찰청 수색구조계가 없어졌다.

이것은 참사 당일 구조 무능에 영향을 끼쳤다. 7000톤짜리 배가 침몰했는데 출동한 해경은 100톤짜리 목포해경 경비정 123정 한 척이었다. 게다가 10명의 123정 대원들은 물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 구명볼을 던져 주는 훈련만 해 왔다. 그마저도 2014년 2월 정기 인사로 직원이 바뀐 뒤에는 훈련이 없었다. 구조 방기 건으로 유일하게 처벌받은 김경일 정장도 이때 부임한 직원 중 일부였다.

말단 공무원들이 현장에서 허둥대는 사이, 관료들은 오직 책임을 회피하는 데 급급했다.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차라리 아무 짓도 안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반면에 국가는 유가족 탄압과 감시에서는 일사불란했다. 박근혜 정부와 경찰, 국정원 등 국가 기구들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세월호를 지우려고 진상 규명 노력을 악랄하게 방해했다. 우파 정치인들은 거리로 나온 유가족을 보상금이나 바라는 ‘돈벌레’, “세금 도둑”쯤으로 모욕하고 탄압했다.(막말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책임자 처벌 시도도 가로막았다. 그 칼끝이 박근혜와 고위 관료들을 향할 것이 뻔했고, 반복될 안전사고 처리에 선례로 남아 국가 관료와 기업주들을 불편하게 할 것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악행들은 박근혜 정권 퇴진 촛불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박근혜는 쫓겨나 구속됐고, 그제야 세월호는 드디어 뭍으로 올라올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제대로 된 법적 처벌을 받은 권력자가 없다. 세월호 참사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과제가 남아 있는 것이다.   

6년 전 멈춘 4월의 달력 단원고 2학년 교실에 세월호 참사 전 학생들이 사용하던 달력이 걸려 있다 ⓒ이미진

진정한 교훈

기업에 안전 규제를 강제하고 대중 안전이나 공공 의료, 방역 체계에 투자할 책임과 능력은 국가에 있다. 그러나 동시에 자본주의에서 국가와 자본은 공생 관계를 맺고 있다.

이 때문에 공황·참사·대형 화재·감염병 유행 등 위기의 순간에 국가는 자본가들의 사정부터 걱정한다. 그리고 대중이 이런 국가의 우선순위에 항의하지 못하도록 기존 질서를 억압적으로 유지하려고 한다.

양상은 조금씩 다를지언정,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이런 압력을 근본에서 피해갈 수 없다. 코로나19 대유행 대처에서 선진국들이 보여 주고 있는 무능도 이와 연관 있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와 코로나19 모두 계급의 문제다.

우리는 자본주의가 인류가 이룩한 최선의 체제라고 교육받았다. 하지만 지금 두 눈으로 보는 현실은 그런 가르침을 산산조각 내고 있다. 오히려 반복되는 참사를 끝내려면 소수의 이익을 위해 다수의 안전이 희생되는 자본주의 체제에 도전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돈보다 생명’인 사회를 바라는 사람들이 반자본주의적 관점으로도 나아가야 하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의 세월호 약속 배신과 반복된 참사

세월호 참사 6주기 하루 전날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세월호 적폐들이자 유가족 모욕에 앞장서 온 우파 정치인들이 대거 낙선했다.

특히 자신을 포함한 세월호 책임자 처벌을 번번이 가로막아 온 황교안, 총선 직전 유가족 비방을 터트리고도 뻔뻔하게 선거를 완주한 차명진, 가장 악질로 꼽히는 김진태, 민경욱, 조원진, 심재철 등이 떨어졌다.

이처럼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의 고통을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처벌받지 않은 책임자들에게 분노한다.

그러나 한편에서 이런 현실은 문재인 정부 3년간 세월호 적폐 해결이라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음도 보여 준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와 달리 온화한 말투를 쓰며 유가족을 위로했지만, 실제로 유가족이 바란 세월호 약속들은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진상 규명을 위해 요구했던 사회적 참사 특별법(2기 특조위법)은 박근혜 때와 마찬가지로 강제력 없는 누더기 법안이 됐다. 1년 전, 세월호 5주기를 기점으로 24만 명이나 참여했던 세월호 재수사 청와대 청원이 단칼에 거부당하기도 했다. 이후 검찰이 돌연 특별수사단을 설치하고 11명의 해경 책임자를 기소했지만 공소장에는 새롭게 밝혀진 사실이 없다.

책임자 처벌은 어떤가? 핵심 책임자 중 한 명인 황교안은 기소 한 번 되지 않았다. 고명석·여인태 등 참사 책임자들이 해경 고위직으로 승진했고, 참사 초기 부실하고 부정의한 수사를 했던 세월호 적폐 검사들이 정부 최고 요직에 앉았다.  

문재인은 세월호 참사 6주기 위로문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와 대책 속에는 세월호의 교훈이 담겨 있습니다” 하고 썼지만 ‘돈보다 생명’이라는 핵심 정신은 여전히 외면당하고 있다. 규제 완화·공공 투자 삭감 문제도 그대로 남았다. 

그래서 해상 사고도 계속 일어나, 인천 영흥도에서 낚싯배 침몰 사고로 15명이 사망했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 밀양 요양병원 화재 사고 등 대형 화재 사고도 거듭 일어났다.

현재까지 220명 넘게 사망한 코로나19 사태도 이런 문제의 일부다.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병에 대처하기 위한 공공 의료 확충은 이뤄지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도 국가 운영에서 박근혜 정부와 똑같은 우선순위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경제 위기하에서 기업주들의 돈벌이부터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배계급의 두 번째 선호 정당이긴 하지만) 미래통합당과 마찬가지로 자본가 계급에 주된 기반을 둔 친자본주의 정당이다. 심각한 경제 위기는 그런 성격을 더 노골적이게 만든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과 그 위성정당은 과반 의석을 차지했지만, 그 ‘승리’는 세월호 막말에나 의존하는 반동적인 자들에 대한 반사이익 덕분이 컸다. 국회에서 다수가 된 만큼 앞으로 문재인 정부가 세월호 약속을 배신할 명분은 더더욱 없어졌다. 그러나 오히려 문재인 정부는 선거 승리를 동력으로 기존에 추진하던 친기업적 정책들에 가속도를 붙일 가능성이 크다.

세월호 운동은 현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제대로 된 개혁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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