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민주주의 탄압의 거수부대 구실을 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출처 전국인민대표대회(웹사이트)

5월 28일 오후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이하 전인대)에서 홍콩 국가보안법안(이하 보안법)이 통과됐다. 찬성 2878표, 반대는 겨우 1표에 불과했다. 보안법은 이후 전인대 상무위를 거쳐 6월 중에 발효될 것이라고 한다.

홍콩 대중은 2003년에 50만 명 규모의 시위를 벌여 보안법 추진을 좌절시킨 바 있다. 이처럼 홍콩 대중이 오래전에 명백히 거부한 반민주 악법을, 시진핑 정부는 전인대 대의원들의 거수기 노릇이라는 요식행위로 처리한 것이다.

홍콩 기본법(한국의 헌법에 해당)에 따르면 보안법은 홍콩 내 입법 절차로 처리돼야 했다. 그러나 9월 홍콩 입법회 선거 전에 홍콩 내 입법 절차로 보안법을 처리하기 어려울 듯하자, 시진핑 정부는 전인대 통과를 강행한 것이다. 미국과의 갈등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홍콩의 정치적 불안정을 단속해야 할 필요가 커지기도 했다.

보안법은 전인대 심의 과정에서 애초의 원안보다 더 나빠졌다. 그래서 일부 시위 참가자가 ‘국가안전을 위협’할 만한 행위를 했다고 판단될 시 시위 참가자 전체가 보안법 처벌 대상이 된다.

사상 통제법이 으레 그렇듯이 홍콩 보안법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자의적 해석과 그에 따른 처벌이 가능한 악법이다. 홍콩의 민주주의 운동이 이 법의 주된 표적이 될 것이다. 예컨대 중국 외교부 홍콩주재사무소 대표 셰펑은 지난해 홍콩 항쟁의 일부 행동이 “사실상의 테러”라고 했다. 홍콩 경찰의 폭력에 대한 시위대의 방어 행동이 이제 테러로 몰려 보안법으로 처벌될 수 있는 것이다. 국가 안전을 위협한다고 간주되는 정부 비판도 마찬가지로 처벌 대상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홍콩 캐리 람 정부는 ‘국가법(國歌法)‘을 입법회에서 처리하려고 한다. 6월 4일 법안이 표결 처리될 예정이다. 국가법은 중국 국가 ‘의용군행진곡’을 모독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이다.

군대 투입 위협

시진핑 정부는 군대 동원을 시사하면서 반대 목소리를 누르려 한다. 홍콩 주둔 중국군 사령관 천다오샹이 직접 방송에 나와 인터뷰를 하며 보안법 지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필요하면 언제든 군대가 개입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일부 세력이 외국 세력과 결탁해 그 나라의 국가 안보 이익을 해치도록 내버려 둘 나라가 있는가?” 하면서 홍콩 보안법을 정당화한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한국 지배자들이 남북 분단과 북한의 ‘위협’을 빌미로 운동에 대한 탄압을 정당화하는 논리와 흡사하다.

홍콩 대중은 보안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5월 24일 대규모 시위에 이어, 5월 27일에도 홍콩 청년들이 거리로 나서 홍콩 입법회 주변에서 보안법·국가법 반대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이 시위를 폭력 진압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시위 참가자 300여 명이 체포됐다.

홍콩 노동자·청년 다수가 보안법을 민주적 권리를 부정하는 악법이라 여겨 반대한다. 그러나 홍콩 자본가들의 태도는 이와 상반된다.

홍콩 최고 갑부인 리카싱은 “국가 안보 우려를 해소하는 것은 모든 국가의 주권적 권리”라며 보안법을 옹호했다.

5월 28일, 영국 언론 〈파이낸셜 타임스〉는 홍콩의 많은 기업인들이 보안법을 ‘끔찍한 부작용이 있지만 지금은 먹어야 하는 쓴 약’으로 여긴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홍콩 항쟁을 겪은 이들 기업인들은 ‘평온’을 되찾기 위해서라면 보안법도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홍콩 자본가들은 대중 투쟁을 두려워하며 권위주의 정부의 품에 안길 태세가 돼 있다.

비록 시진핑·캐리 람 정부가 악법들을 밀어붙이고 탄압을 강화하고 있지만, 홍콩 대중은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홍콩에서 활동하는 사회주의자 람치렁은 본지에 이렇게 전했다.

“사람들이 온라인 상에서 거리로 나가자고 호소하고 있다. 6월 4일(톈안먼 항쟁 기념일), 6월 9일(홍콩 송환법 반대 운동 1주년)에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올 것이다. 홍콩 정부는 코로나바이러스를 이유로 행진을 허용하지 않지만, 청년들이 거리로 나와 도로를 막을 것이다.”

1년 전에 시작된 홍콩 항쟁이 이제 보안법 통과를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한국의 진보·좌파는 홍콩 보안법 제정을 규탄하고 이에 항의하는 홍콩 대중을 지지해야 한다.

홍콩,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무대가 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을 지낸 싱가포르 정치학자 키쇼어 마부바니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 홍콩은 미·중 간의 지정학적 장기판 위에 놓인 졸이다.” 즉, 지금 홍콩 문제는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지정학적 경쟁의 일부라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홍콩 보안법을 비난하며 “이번 주말이 되기 전에 매우 강력한 무언가를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정부가 조만간 대(對)중국 제재 조처를 발표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는 홍콩의 경제적 특별 지위를 박탈하는 수순도 밟기 시작했다. 반면에 중국은 미국이 제재를 실행하면 보복하겠다고 예고했다.

미국은 한국, 일본을 비롯한 동맹국들에게 홍콩 보안법에 관한 제재에 동참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문재인 정부한테 홍콩 보안법에 관한 이해를 구하려 한다.

미국의 경제번영네트워크(EPN), 화웨이 제재에 이어 홍콩 보안법을 둘러싼 미·중의 상반된 요구가 문재인 정부 앞에 놓여 있는 것이다. 5월 22일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김현종이 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들과의 비공개 토론에서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어 고민스럽다”고 토로한 까닭이다.

이처럼 지금 미국과 중국은 첨예한 갈등을 빚으며 ‘줄 세우기’를 시도한다. 그러나 이것은 제국주의 진영논리일 뿐, 트럼프와 시진핑 모두 홍콩 대중의 자유와 민주주의에는 조금치도 관심이 없다.

시진핑이 최루가스로 시위대가 숨을 쉬기 어렵게 한다면, 트럼프의 경찰은 흑인의 목을 눌러 숨을 쉬지 못하게 한다.

혁명가들은 자본주의 강대국들의 진영논리를 거부해야 한다. 그리고 홍콩 대중의 저항과 중국 다른 지역에서의 노동계급 투쟁을 지지하는 노동자 국제주의를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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