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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위험천만한 극우 운동을 일으키다
민주당도, 국가도, ‘중도’도 이들을 무찌를 수 없다

1월 6일 미국 극우의 국회의사당 난입이 미국과 세계 노동계급에 갖는 의미를 찰리 킴버가 짚어 본다. 킴버는 영국의 혁명적 사회주의 주간지 〈소셜리스트 워커〉의 편집자이며, 2019년에 방한해 미국 정치와 오늘날 극우·파시즘에 관해 강연했다. 각각 강연 내용은 본지 301호(‘트럼프, 버니 샌더스, 미국 민주사회당(DSA)’)와 302호(‘유럽의 새 극우와 파시즘’)에서 볼 수 있다.

1월 6일 워싱턴 DC에서 극우 시위대가 벌인 난동은 노동계급 투쟁에 박차가 돼야 한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움츠러든 채 모여들어 미국 민주주의 기구들을 떠받들고 소위 “중도”를 재건하는 계기가 아니라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 수천 명이 행진했고 수백 명이 국회의사당 건물로 쳐들어갔다. 조 바이든의 대선 승리 인증 절차가 잠시 중단됐다.

국회의사당 복도로 밀고 들어온 이들은 미국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를 지지한 남부연맹의 깃발을 들고 행진했다.

이번 일을 “노동계급의 반란”으로 봐서는 안 된다. 난동 참가자 다수는 광대한 미국 땅을 가로질러 오고 군사 장비를 마련할 돈이 있는 유복한 자들이었다.

이번 난동으로 가는 길을 닦은 것은 트럼프였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재임한 4년 동안 이민자·흑인·무슬림 등 소수자를 상대로 체계적인 마녀사냥이 벌어졌다.

이는 인종차별주의자들을 고무했다. 이들은 자기네 부류가 백악관에 들어앉아 있다고 느꼈다.

뒤이어 트럼프는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 좌파, 사회주의자들을 악랄하게 비난했다. 이는 극우 단체들에게 자양분이 됐다.

트럼프는 카일 리튼하우스를 옹호했다. 리튼하우스는 지난해 9월 위스콘신주(州) 케노샤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자 두 명을 사살한 극우 무장 단체 지지자다.

11월 3일 대선 이후, 패배했다는 증거가 명백한데도 트럼프는 자신이 대선에서 이겼고 부정하게 승리를 도둑맞았다고 우겼다.

(州) 정치인들과 연방대법원을 이용해 선거 결과를 뒤집어 보려는 절박한 시도였다.

그러나 동시에 지지층을 격려하기 위한 메시지이자 신화이기도 했다. 그들의 대의는 패배한 게 아니라 적들의 농간으로 좌초됐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믿음이 인종차별주의자, 백인 우월주의자, 파시스트 등을 고무했다. 그래서 바이든의 당선을 인준하는 회의가 표적이 된 것이다.

12월 20일에 트럼프는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2020년 대선 패배는 통계적으로 불가능하다. 1월 6일 워싱턴 DC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린다. 참가하라! 격렬할 것이다!”

트럼프는 행진하는 자기 지지자들에게 “사랑”을 표하며 “매우 특별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많은 우파 인사들은 극우의 난동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하지만 예전에는 트럼프와 트럼프류(流) 정치에 장단을 맞추던 자들이다.

영국 보수당 전 총리 테리사 메이는 트럼프가 당선하자마자 미국을 방문했다. 현 총리 보리스 존슨은 [보수당 대표 경선에 출마했을 당시] 트럼프의 영국 국빈 방문을 성사시켜 트럼프의 보살핌과 칭찬을 구했다.

1월 7일 영국 내무장관 프리티 파텔은 트럼프의 언사가 국회의사당 난입을 “낳은 직접적 계기였다”고 평했지만, 그는 트럼프와 유사한 이주민 탄압법을 도입하려 한다.

위험성

미국에서는 극우 운동의 잠재력이 광범하게 인식되고 있었다.

난동이 벌어지기 얼마 전, 생존해 있는 전직 국방장관 열 명 전원이 공동성명을 발표해 이렇게 주장했다. “선거 분쟁 해결에 군대를 끌어들이려는 노력은 우리를 위법하고 위헌적이며 위험한 영역으로 끌어들일 것이다.”

이 미국 제국주의·자본주의의 충복들은 군부에게 “선거 결과를 거스르거나 새 정부 인수위의 성공을 방해할 정치적 행동을 일절 삼가라”고 촉구했다.

이런 우려는 난데없이 나온 게 아니다. 이것은 지배 집단들 사이에서 광범하게 공유된 인식이 반영된 것이었다. 그들은 이번 난동과 같은 사태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전직 국방장관들은 현재로서는 바이든 집권을 용인하는 것이 체제의 건강에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을 불안케 한 그 가능성의 심각성을 밝히지는 않았다.

그리고 극우 시위대는 경찰에게 특별 대우를 받았다. 적어도 처음에는 그랬다.

〈워싱턴 포스트〉가 썼듯이, “경계가 삼엄한 도시에 있고 2000명 규모의 담당 경찰 부서가 있는 건물이었지만, 시위대는 깃대와 방패를 휘두르며 밀치기만 했는데도 밀고 들어갈 수 있었다.”

“아무도 시위대를 저지하지 않았다. 폭도가 쏟아져 들어오자 물러서는 것으로 보이는 몇몇 경관들의 모습이 영상에 찍히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지적했듯이, 극우가 아니라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시위대가 무장하고 국회의사당에 난입했더라면 최소한 대거 체포되거나 아마도 학살당했을 것이다.

경찰의 조지 플로이드 살해를 계기로 지난해 여름에 일어난 시위들에 나타났던 연방 법집행기관들과 주방위군은 이번 사태를 방관했다.

국가

이것은 쿠데타가 아니다. 쿠데타가 성공하려면 거리의 군대가 훨씬 더 크고, 대기업들에게서 상당한 지지를 받고, 지배계급과 그들의 억압적 국가 기구들 사이에서 광범한 지지를 얻어야 한다.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은 그런 결과를 바라 마지않을 것이다.

공화당 하원의원 메리 밀러는 워싱턴 DC에서 행진하는 시위대에 이렇게 말했다. “몇몇 선거에서 이겨도 아이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결국 지게 될 것이다.

“히틀러가 한 가지 점에서는 옳았다. ‘젊은이들을 얻는 자가 미래를 얻는다.’”

대부분의 논평들이 민주당 지지를 중심에 놓고 “민주주의를 수호”하자고 한다.

그러나 바이든은 극우 세력의 성장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날뛰자 바이든은 트럼프에게 대응을 촉구했다. 트럼프에게 국영 TV 방송에 나가 “국회의사당 점거 중단을 요구”해 달라고 애걸했다.

바이든은 트럼프의 책동에 경종을 울린 적이 없다. 바이든은 미국 정치 체제와 그 체제에서 득을 본 자본가들을 지지하겠다고 맹세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체제가 트럼프를 낳고 극우를 부추겼다.

바이든은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시위대를 “폭도”라고 비난했다.

그동안 미국과 세계 각지에서 벌어져 온, 트럼프와 인종차별에 맞선 전투적 시위가 실로 더 많이 벌어져야 한다.

취임 이후에도 바이든은 거대한 가난과 고통을 낳은 친기업 정책을 계속 펼 것이다.

1920~1930년대의 교훈은, 파시즘 세력의 성장을 저지하려면 노동자들이 거리와 작업장을 중심으로 활력 있는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주류 정치인들에 기대자 바로 그 주류 정치인들이 파시스트들을 권좌로 끌어올렸다.

미국 지배계급은 현재 1월 6일 사태를 규탄하지만, 미국 제국주의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눈 하나 깜짝 않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폭탄을 퍼붓고 학살을 벌일 것이다.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국내에서도 그럴 것이다.

현재로서는 자본가들이 극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자본가들은 전염병 대유행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고통받는 와중에도 주가를 기록적 수준으로 끌어올려 준 지금의 체제를 선호한다.

그리고 진정한 힘은 정부 건물이 아니라 기업 이사실과 국가에 있다.

이번 난동은 트럼프주의 운동이 벌일 최후의 행동이 아닐 것이다.

시위대가 흩어지자 트럼프는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너무도 오랫동안 부당하고 나쁜 대접을 받아 온 위대한 애국자들에게서 신성하고 압도적인 선거 승리를 인정사정없이 무자비하게 빼앗아 가니까 오늘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사랑을 품고 평화롭게 귀가하시라. 오늘을 영원히 기억하자!”

이번 난동은 노동계급이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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